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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단체가 통합당 의원이 낸 '법안'에 왜 동의한 이유

[인터뷰]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대표 "강기윤 의원 '탈원전피해보상특별법안' 의미 있다"

등록 2020.06.21 13:36수정 2020.06.2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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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대표. ⓒ 윤성효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이 '탈원전피해보상특별법안'을 발의하자 탈핵운동을 해온 시민단체 대표가 '원칙적 동의'를 하고 나섰다.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대표는 20일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래통합당 강기윤 의원(창원성산)이 낸 '원자력발전소 가동 중단 등에 따른 피해조사 및 보상에 관한 특별법안(탈원전피해보상특별법)'에 대해 이같은 입장을 보였다.

강 의원은 지난 3일 자신의 '제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이 특별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은 원전 건설허가 등이 보류되거나 취소되는 등의 경우에 발생하는 손실을 국가가 보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탈원전정책'을 펴고 있는 문재인정부는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폐로에 이어 신한울원전 3‧4호기 등 신규 원전 6기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으며, 노후 원전에 대해 더이상 수명연장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

강기윤 의원은 법안 제출과 관련해 "과도하고 급격한 탈원전 정책으로 두산중공업 등 관련 사업자와 그 근로자, 해당 지역 일대의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피해는 날로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원전 건설허가 등이 보류되거나 취소되는 등의 경우에 발생하는 손실을 국가가 보상함으로써 두산중공업과 같은 사업자와 그 소속 근로자, 또 지역주민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신재생에너지 육성도 중요하지만 기존 에너지 산업의 구조를 단기간 내 과도하게 전환하는 것은 다양한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강기윤 법안, 탈원전 정책 수용 의미로 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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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강기윤 의원은 '탈원전피해보상특별법안’을 제출했다. 사진은 강 의원이 4.15 총선 당시 두산중공업 앞에서 출근 인사를 하며 선거운동할 때 모습. ⓒ 강기윤캠프

 
지금까지 분위기를 보면, 미래통합당은 '탈원전'에 반대해왔고, 탈핵경남시민행동은 이런 미래통합당을 비판해 왔다. 그런데 탈핵경남시민행동이 미래통합당 의원이 낸 법안에 "의미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왜 그런지 그 이유를 들어보았다.

- 강기윤 의원이 낸 탈원전피해보상특별법안에 동의하는지?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그동안 미래통합당은 계속 탈원전 정책을 비판해 왔고, 이미 건설을 포기한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을 주장해 왔다. 이번 법안은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피해지역과 피해기업을 보상하는 법안이기 때문에 탈원전 정책을 수용하는 의미로 볼 수 있어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의미 있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 그런데 세금으로 원전 기업과 피해지역 주민, 노동자들을 보상해 주는 것이 국민 정서상 문제가 없나.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은 과거 봉제 산업이 사양 산업으로 몰락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원전은 단 한 번의 사고로 국가가 파산에 이르게 되고 수많은 국민들이 피폭되는 위험 때문에 국가가 강제로 퇴출시키는 정책이다.

따라서 피해를 보는 기업이나 주민이 있으면 국가가 보상해 주는 것이 합당하다. 국가가 보상해 준다는 것은 결국 국민이 낸 세금으로 보상해주는 것이다. 비록 전체 국민과 국가를 위한 국가 정책이라 하더라도 억울한 피해자가 있으면 합당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과거 전체주의 국가체제에서는 대를 위해 소가 희생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민주사회에서는 맞지 않는 말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국민들이 안전한 사회를 얻었으면 그에 대한 대가를 당연히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세금을 내는 것이다."

- 두산중공업의 경우 경영진의 오판으로 경영이 어려워졌다는 견해가 많은데 보상은 과하지 않나.
"두산중공업이 어려워진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경영진의 에너지 시장 변화에 대한 판단 착오가 가장 큰 이유이고 탈석탄 기류, 두산건설의 대규모 분양실패 등이 그 이유다. 탈원전 정책은 작은 이유에 속한다.

그래서 '손실보상위원회'를 구성하여 정확한 피해 규모를 산정해야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경영진의 책임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지원한 구제 금융도 감안하여 손실 규모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 다른 나라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우리나라에서 2018년에 비슷한 법률이 발의된 적이 있었다. '신규원전 백지화에 따른 보상 특별법'이 발의된 적이 있었는데 통과되지는 못했다. 여영국 전 의원이 2020년 3월에 '에너지전환특별법' 제정으로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조사하고, 그 피해를 보상하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독일에서는 2018년 5월에 탈원전 정책으로 경제적 손실을 본 기업들을 상대로 보상을 하는 법안이 의결된 바 있다. 노동자의 새로운 일자리를 알선하거나 보상을 해준 사례가 있다. 특히 원전 해체 산업 쪽에 교육을 통해 일자리를 보장해 주었다.

또 독일에서는 지난해 탈석탄 결정을 하면서 '탈석탄위원회'를 구성하여 피해기업과 노동자를 보상하는 역할을 하였고 20년 동안 50조 원의 예산을 확보하여 피해 보상금으로 사용한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당연히 노동자나 기업 측의 큰 반발 없이 에너지전환 정책을 시행할 수 있었다."
  
"미국 다음으로 높은 전기소비량, 재생에너지 전환 진행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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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은 창원시의회 앞에서 '일회용컵과 빨대 사용'을 자제하자며 손팻말을 들고 선전활동을 벌이고 있다. ⓒ 윤성효

   
- 코로나19 사태 이후 긴급재난지원금으로 국가 예산 사정이 어려운데 과연 이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까.
"2018년 독일의 탈원전 피해 보상이 1조 2천억 원 정도로 추산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얼마나 계산될지 모르지만 크게 어려울 것 같지 않다.

또 국가 예산이 아니더라도 전기요금에 에너지전환기금을 부가하여 마련할 수도 있다. 현재의 전기요금에 20% 정도 부가한다면 연간 12조 원의 기금을 조성할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싸게 전기를 사용했는데 이 정도 전기요금 인상은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 한 가정에 월평균 6천 원 정도 된다. 물론 산업용은 이보다 큰 금액일 것이다."

- 한 가정의 전기요금 인상 금액이 6천 원이면 큰 부담은 아닌데, 산업 쪽은 부담이 크지 않을까?
"산업의 경우 당연히 부담이 좀 될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연간 전기요금이 1조 원 정도 되니까 2천억 원 정도 더 인상되는 셈이다. 그런데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전기 소비를 줄이는 노력을 하여 소비량이 줄어 2천억 원보다 적게 낼 거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전기요금 원가 부담률이 평균 1.7% 내외다. 상품 제조에서 전기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원가 부담률이 겨우 1.7%이면 공짜 수준이다. 20% 인상해도 2.04%에 불과하다. 기업 경쟁력과 크게 상관이 없다."

- 우리나라 전기 소비량이 어느 정도인가?
"세계무역기구(OECD) 국가 중 미국 다음으로 우리나라는 전기소비량이 많다. 우리나라는 연간 1인당 소비량이 1만kwh가 넘는다. 독일이 6300kwh, 영국과 이탈리아는 5000kwh이다. 선진국의 거의 2배 수준으로 전기소비를 많이 한다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전기를 낭비하는지 알 수 있다."

- 더하고 싶은 말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과 에너지전환은 기후변화에 대응에 필수적이다. 탈원전, 탈석탄으로 인한 피해자 보상을 위한 전기요금 인상으로 해결하는 것은 기후변화 대응을 아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이다.

'에너지전환기금 부가'는 우리나라가 세계 4대 기후악당국을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안이기도 하다. 전력 소비도 줄이고 석탄, 원전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이 빠르게 진행된다. 제러미 리프킨 박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기후위기 극복과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3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통합당 #강기윤 의원 #탈핵경남시민행동 #박종권 대표 #탈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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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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