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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커뮤니티가 왜 이러지? 궁금했다면

[서평]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이 쓴 '아파트 민주주의'

등록 2020.06.27 19:32수정 2020.06.27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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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이 쓴 <아파트 민주주의>(이상북스, 2020)를 읽었다. 남 소장은 토지정의 운동을 16년째 하고 있는 말 그대로 토지정의 운동의 기둥 같은 사람이다.

남 소장의 관심사는 토지정의를 넘어선다. 남 소장은 2010년 <공정국가>라는 책을 냈을 만큼 정의론과 국가발전모델에도 일가를 이룬 사람이다. 요컨대 시민사회 진영 안에서 남기업 소장 같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사람을 찾기란 어렵다.

어떤 싸움의 기록  
 

아파트 민주주의 - 슬기로운 아파트 회장 분투기. 남기업 지음. ⓒ 이상북스


국가적, 거시적 영역에서 사고하고 행동하던 남 소장이 아파트 공동체, 미시적 영역에 뛰어든 건 우연과 정보의 부재 때문이었다.

<아파트 민주주의>에서 뼈아프게 술회하고 있듯 남 소장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권력구성과 메커니즘을, 아파트 커뮤니티를 완전히 사유화하고 있는 적폐들의 실체를 미리 알았더라면 그가 아파트 동대표, 더 나아가 동대표 회장을 할 엄두를 내었을까?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남 소장은 아파트를 사실상 자신의 왕국으로 삼고 있던, 직업이 동대표인 사람, 그 사람의 파트너 역할을 하던 관리소장, 직업이 동대표인 자의 하수인 역할을 하던 동대표들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던 입주자대표회의에 멋모르고 발을 디뎠다. 발을 딛고 보니 늪이었다.

기실 시민 대부분이 살고 있는 아파트 커뮤니티는 복마전과 다를 바 없다. 아파트 소유자들은 집값에만 골몰하고, 임차인들은 내 집 마련 꿈만 꿀 뿐 정작 자신이 사는 아파트 공동체에 관심이 없다.

게다가 아파트는 연간 관리비 총액이 15조원에 이르며 온갖 공사와 보수와 장터입점 등의 이권이 중첩된 황금어장(?)이다. 더욱이 아파트 입주민들은 관리비의 적정성 및 용처에 대해 아무 관심이 없다. 그 틈을 비집고 아파트 커뮤니티에선 소수의 사람들이 입주자대표회의를 장악한 채 온갖 야만과 불법과 부정과 비리와 폭거를 자행한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생생한 민낯을 보고 싶다면 <아파트 민주주의>에서 남 소장이 당한 고난과 모욕을 읽으면 된다. 남 소장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된 후 불과 3개월 만에 세 번의 해임투표와 한 번의 회장 재선거, 세 번의 가처분 재판을 겪었다.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은 형사피소, 회의장에서의 폭력과 인격살해는 덤이었다. 이 모든 게 아파트 커뮤니티를 자신의 왕국으로 두고 있던 직업이 동대표인 자와 그의 하수인인 동대표들 그리고 배후에서 기획자, 실행자 역할을 충실히 한 관리소장의 합작품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해를 위협할 잠재적 적으로 남 소장을 상정하고 남 소장을 제거하려 했던 것이다.

남 소장은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고난과 핍박과 모욕을 이를 악물고 견뎌냈다. 적폐들의 남 소장 찍어내기가 실패로 돌아간 후 방어에만 치중하던 남 소장은 공세로 전환한다. 우선 남 소장은 적폐들의 횡포와 폭거에 분노하던 입주민들을 규합해 조직화를 이뤘다.

조직화된 입주민들은 물신양면으로 남 소장을 도왔다. 남 소장은 합법적으로, 그리고 차근차근 반격을 추진했다. 수원시 정밀감사, 적폐들의 브레인 관리소장 축출, 적폐들의 행동대장 감사 무력화 등이 모두 합법적이었으며 정당했다.

아파트에 민주주의의 씨를 뿌리다

남 소장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첫 임기 2년 동안 적폐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여 승리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기적이라는 말이 과장이나 수사가 아닌 것이, 비슷한 처지에 놓인 수많은 아파트 동대표 회장들이 사임하거나 이사를 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사익을 탐할 것이 아니라면 아파트 커뮤니티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적폐들과의 싸움을 끝까지 견딜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권선징악을 실현한 남 소장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남 소장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 두번째 입후보해 당선된 후 제도 발전과 아파트 민주주의를 진전시켜 나갔다. 경비 서비스의 질 개선, 관리체계의 정비 및 투명성 제고가 제도 발전이라면, 놀이터개선위원회의 발족, 마을학교 개최, 푸드트럭과 나비정원 등은 아파트 민주주의의 착근이었다.  

남 소장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두 번째 임기가 끝나기 직전, 입주자대표회의가 다시 적폐들의 수중에 들어가지 않도록 조직을 하고 임기를 마친다. 적폐세력에 의해 개혁이 역진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것이다.

남 소장은 4년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파트 민주주의가 착근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남 소장이 보기에 아파트 민주주의는 의식개혁으로 될 일이 아니고 제도개선이 필수적이다.

남 소장은 지금의 ' 동대표 회장에 의한 관리소장 임면제·외부 회계감사제·공사와 용역에 대한 자율 계약제'를, '지자체에 의한 관리소장 임면제·감사공영제·계약심사제'로 대체할 것을 주장한다. 그렇다고 남 소장이 자신이 생각하는 개선방안을 의무화하자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스스로 선택하게 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남 소장은 전국 아파트의 모든 관리비를 공개하고 비교토록 하는 것, 장기수선충당금의 요율을 정부가 정하도록 하는 것, 정부가 아파트의 행정서식을 표준화하고 전산화하는 행정전산망을 구축할 것, 아파트 관리에 대한 주무부처를 국토교통부에서 행정자치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것 등을 제도개선 과제로 주장한다. 

현실은 어떻게 바뀌는가?

남기업 소장은 <아파트 민주주의> 말미에 이제 주민자치운동은 아파트공동체운동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것, 촛불시민들이 자기가 사는 아파트의 민주주의를 증진시키는 데 노력할 것을 주문한다.

<아파트 민주주의>를 보는 독법은 다양할 것이다. 나는 <아파트 민주주의>를 '선이 악을 이기고 세상을 바꾸는 방법'이라는 관점에서 읽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선하다고 해서, 정의롭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고 좋아지는 건 절대 아니다. 그런 식이면 세상은 벌써 천국이 되었을 것이다. 정작 중요한 건 선함과 정의로움을 세상에 관철시키는 싸움의 기술이다.

남 소장의 분투기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남 소장은 적폐들의 힘이 압도적일 때 초인적인 인내력과 투지를 가지고 적폐들의 공세를 받아냈다. 적폐들의 공세가 잦아들자 남 소장은 동지들을 조직해 반격의 교두보를 구축했다.

남 소장은 적폐들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파악한 후 적폐들의 전력 중 절반 이상에 해당하던 관리소장과 감사를 합법적으로, 그러나 매우 용의주도하게 무력화시켰다. 적폐들을 축출한 후 남 소장은 아파트에 새로운 질서를 조직했고 그 질서가 훼손당하지 않도록 권력구조를 디자인한 후 명예롭게 물러났다. 

남 소장의 <아파트 민주주의>는 진보개혁진영에 주는 시사점이 엄청나다. 현실을 바꾸고 좋게 만들려면 적폐들과의 전투가 필연적인데, 이 전투에선 온갖 싸움의 기술과 전술이 필요하고, 좋은 의미의 마키야벨리즘도 긴절하다는 점, 제도 개혁은 인적 청산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 전투에서 승리했더라도 안주하지 말고 전과를 더욱 확대시켜 역진 불가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 등이 바로 그 시사점들이다.

진보개혁진영이 갖추어야 할 싸움의 기술이 궁금한 분들, 현대판 무협지를 읽고 싶은 분들, 정의가 승리하고 악이 패배하는 걸 보고 싶은 분들, 아파트 커뮤니티의 실체와 민낯이 궁금한 분들은 바로 남기업 소장의 <아파트 민주주의>를 구매해 읽기 바란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아파트 민주주의 - 슬기로운 아파트 회장 분투기

남기업 (지은이),
이상북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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