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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선 가능성 20%도 안 돼, 우리가 치고 나가야"

[인터뷰]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가장 늦게 입각한 통일부 장관만 책임지냐"

등록 2020.06.23 13:18수정 2020.06.2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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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차기 통일부 장관에 대해 “이 자리가 마지막 공직이 돼도 좋으니 과감하게 일을 저질러보겠다는 각오를 가진 정치인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유성호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정부와 여당이 망연자실해 있을 때, 외교·안보 분야에 폭넓은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선 이는 야당 의원이 아니었다.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다.

김 의원은 연락사무소 폭파 다음날인 17일 국회에서 긴급 토론회를 주최해 직접 토론을 벌이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외교·안보라인에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럴 때일수록 한국이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2일 국회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김 의원이 말하는 인적 쇄신의 폭은 컸다. 청와대 외교·안보 책임자는 물론 관계부처 장관들도 포함했다. 사람만 바꾸자는 게 아니다. 통일부장관을 부총리로 승격시켜서 권한을 갖고 제대로 일을 하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정치인이 맡아야 한다, 꼭 북한 전문가가 아니어도 된다"라며 "이 자리가 마지막 공직이 돼도 좋으니 과감하게 일을 저질러보겠다는 각오를 가진 정치인이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금 북한은 남측을 향한 행동만 하고 있지만 이는 결국 미국을 향한 메시지이고, 이때 한국은 미국을 설득해 남북 협력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게 김 의원 생각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은 20%도 안 된다고 본다"라며 "(미국) 민주당 집권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그의 예상대로 오는 11월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나오는 내년 4~5월까지는 북미관계에 공백이 생긴다. 김 의원은 "그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을 순 없지 않나, 우리가 치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당근 쓰던 시기 지나가… 미국 대선 겨냥한 경고신호 보낸 것"
  

김홍걸 “차기 통일부장관, 일 저질러보겠다는 각오 가진 정치인으로” ⓒ 유성호


-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으로 활동하는 등 남북관계 문제에 밝고,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외교통일위원회에 배정됐다. 최근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를 "휴지장이 됐다"고 한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북한이 채찍보다 당근을 쓰려고 했던 시기가 지나간 거다. 우리로선 북의 태도를 바꿀 수 있었던 좋은 기회들을 놓쳤다. 마지막 기회는 지난 3월 초 북한이 친서(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낸 코로나 극복 기원 친서)를 보냈을 때였다. 그것마저 별 효과가 없으니 북한으로선 '좋은 말로는 안 통하는구나'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하지만 방식이 바뀌었을 뿐 북한의 목적은 같다. 북미협상을 통해 제재를 완화하고 어려운 경제 사정을 타개하겠다는 것이다."

- 결국 미국을 움직이려는 의도란 건가.
"그렇다. 다만 아직 미국에 대고 직접 경고를 하긴 이르다고 본 것 같다. 그러니 먼저 한국을 험하게 대하면서 미국에게도 '이렇게 계속 우릴 외면하면 가을쯤 됐을 때 뭔가를 터뜨려 대선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입장에선 북한 문제를 잘 해결함으로써 지지율을 높이는 건 현재로서 별로 효과가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북미관계에 관심을 갖지 않고 있지만, 북한이 다시 도발을 시작한다면 분명 대선 국면에서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북한이 핵이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카드를 또다시 들고 나오면 자신의 외교적 치적으로 자랑했던 것들이 한 순간에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 점을 이용해 '그런 사태가 오는 걸 막기 위해 우리가 나설 테니 막지 말라'고 미국에게 단호하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 우리에게도 미국 설득이 우선이란 건가.
"맞다. 미국에 계속 사람을 보내고 설득해야 한다. 북한에 사정하거나 대북특사를 보낼 때가 아니다. 북한은 더 이상 맨손으로 오는 특사에 대해선 누가 오든 흥미가 없을 것이다. 우리가 만나서 논의해보자고 해도 북한 입장에선 '다 해봤더니 아무 의미가 없더라, 남북이 맺은 약속도 미국이 동의를 안 해줘서 못하겠다고 하지 않냐'고 하지 않나.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처럼 미국과 담판을 지어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다만 지금의 상황이 최악인 건 아니다. (대남 적대 메시지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선까지 올라간 건 좋지 않지만, 아직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마디도 안 하고 있다. 추후 남북 정상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서울 불바다'를 언급한 지 석 달 만에 정상회담을 하자고 했고(1994년), 2017년 말 마지막으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위기감이 높았을 때도 두 달도 안돼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겠다고 한 바 있다."

"외교·안보라인 교체? 청와대 안보실이 제일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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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인한 남북관계의 쇄신 방향에 대해 “청와대 안보실의 쇄신이 지금으로서는 제일 중요하지만, 장관들이나 전체적으로 다 한 번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유성호


- 북한의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다음날인 지난 17일, 여권에서는 처음 공개적으로 외교·안보라인 교체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전체적으로 분위기 쇄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청와대 안보실이 지금으로서는 제일 중요하지만, 장관들이나 전체적으로 다시 한 번 쇄신이 필요하다. 지금 진보와 보수를 떠나 외교·안보라인이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 않나. 나 혼자가 아니라 주변 정치인들은 물론, 시민사회에서 통일운동 하는 분들의 의견을 종합해 나온 얘기다.

한마디로 말해 지금의 청와대나 정부 당국자들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어떤 행동을 취할 각오가 안 돼 있다고 본다. 그러면서 3.1절 기념사나 신년사가 있을 때마다 대통령으로 하여금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하게 만드는 건 오히려 대통령을 골탕 먹이는 일 아닌가. 대통령이 얘기를 하는데 실무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대통령이 빈말을 한 꼴이 된다.

지난 18일에 있었던 당 외교안보통일자문위원회의 때도 그렇다. 정보기관이나 3개 부처(외교·통일·국방) 장관들이 비공개로 당에 보고를 했는데 이미 언론에 다 나온 뻔한 얘기나 하고 있더라. 기밀 유지가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이런 위기 상황에선 밝힐 건 밝히고 협조를 구해야 하는데 대충 넘어가려고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 17일 토론회 때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의 대북특사 카드에 대해 "과연 효과가 있겠냐"고 했다. 두 사람의 교체를 주장한 것인가.
"특정인을 얘기할 것 없이 전체적으로 쇄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누가 잘못을 더 했냐, 덜 했냐를 따지자는 건 아니다."

- 한미워킹그룹이 의도한 성과를 내지 못한 데에 대한 지적과 함께 미국과 상대하는 쪽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소통을 잘하는 건 좋지만, 미국을 상대로 설득하거나 강하게 밀어붙일 배짱이 없다면 미국과 친한 건 아무 의미가 없다. 북한도 우리에게 반미를 하라는 게 아니다. 친미를 해도 좋으니 어떤 방식으로든 미국과 결과를 가져오라는 거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그걸 못했다."

- 김연철 통일부장관은 이미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사실 김 장관은 4.27 판문점선언이나 9.19 군사합의 때는 참여도 못한 사람이다. (외교·안보라인 중) 제일 늦게 합류한 사람인데 가장 먼저 책임을 지고 나간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맞지 않다. 권한도 별로 크지 않았다. 통일부장관을 예전처럼 부총리급으로 승격시켜서라도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 차기 통일부장관으로 정치인 출신들이 거론된다.
"정치인이 맡아야 한다. 꼭 북한 전문가가 아니어도 된다. 이 자리가 마지막 공직이 돼도 좋으니 과감하게 일을 저질러보겠다는 각오를 가진 정치인이면 좋을 것 같다. 아무래도 공무원이나 교수 출신들은 그런 배짱을 부리기 어렵지 않나. 예를 들어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번 코로나 사태 대응 때 과감하게 치고 나갔다. 공무원만 평생 하던 사람이라면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것이다."

- (이인영·우상호 의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현재 거론되고 있는 정치인들 정도면 적합한가.
"대통령의 의중에 대해 뭐라고 얘기할 순 없지만, 그분들도 괜찮을 수 있고 그 외에서도 찾을 수 있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고 잘라서 말하긴 어렵다."

"트럼프 재선 가능성 어려워… 미국 정권 교체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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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 유성호


- 최근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어떻게 보고 있나.
"서양 격언 중에 '도둑 사이에 의리란 없다'는 말이 있다. 범죄를 저지른 공범들끼리 서로 의리를 지켜주길 기대할 수 없다는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전 보좌관은 사실은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속으론 서로를 경멸하면서도 필요에 의해서 잠시 만났던 사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볼턴 전 보좌관을 옆에 두면서 마치 사나운 맹수를 옆에 낀 것 같은 효과를 냈다. 미국이 언제 전쟁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메시지로 국제사회를 겁먹게 하는 용도였다. 하노이회담 때도 볼턴이 쓸데없는 소리를 해 망쳤다고 했지만 뻔히 그런 사람인 걸 알고도 회의장에 앉힌 건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볼턴 전 보좌관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일하면서 자기 몸값을 높일 수 있었다. 이번에 책 낸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자기 장사가 된 것 아닌가. 미국 극우 강경파 사이에서 자신의 위상도 높였고 돈도 많이 벌 수 있었다. 이번 책도 선인세로만 200만 달러를 받았다고 하니 볼턴 전 보좌관 입장에서도 어쨌든 목표를 달성한 거다."

- 오는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은 어떻게 보나.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은 20%도 안 된다고 본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 전역에 퍼지는 순간 끝났다. 결정적인 반전이 없는 이상 가망이 없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당선을 위해선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위험 요소가 있다. 언제 무슨 일을 할 지 모른다."

- 미국 정권이 바뀐다면 남북관계는 어떻게 되나.
"이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하는 게 낫다고 본 전문가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김정은 위원장도 점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접는 것 같다. (미국) 민주당 집권에 대비해야 한다. 민주당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한 건 다 뒤집겠다'는 식으로 공언하고 있다. 내년 4월이나 5월은 돼야 대북 정책이 나올 것이다. 그때까지 기다릴 순 없지 않나. 우리가 치고 나가야 한다."
#김홍걸 #외교안보라인교체 #남북관계 #미국 #청와대안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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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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