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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년 내 몸에 미안해서... 레깅스 입을 용기가 생겼다

[남자의 요가] 생존을 위해 시작했는데 운동이 아니라 수련이었네

등록 2020.07.01 13:24수정 2020.07.0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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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은 해마다 늦은 가을에 시작되었다. 잠을 못 자는 고통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괴롭다. 술과 약의 힘을 빌려 억지로 눈을 감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한없이 바닥으로 내려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한 가지 생각만 하게 된다.

살아야 한다. 하지만, 이미 녹아내릴 듯 흐느적거리는 육신에서 의지력을 캐내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먼저 몸을 추슬러야 한다. 요가를 시작하게 된 배경은, 생존을 위해서였다.
 

아침 요가 아침 8시. 출근 전 첫 시간대의 요가를 통해 상쾌한 하루를 연다. ⓒ 구수진

 
근력과 지구력이 모자라게 태어났다. 격한 운동은 고사하고 조금만 움직이면 쉽게 피로를 느낀다. 운동 지진아들의 공통점은 장비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장비를 갖추면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오래 하지 않을까, 라는 착각에 빠진다.

베란다에 쌓인 운동기구만 내다 팔아도 한 달은 먹고살 정도다. 초기 투자비 없이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최대의 운동 효과를 낼 수만 있다면? 내가 요가를 선택한 결정적 이유다. 물론 큰 오산이었다.

요가의 홍보 대사처럼 알려진 '이효리'가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요가는 '운동'이 아니고 '수련'이라고. 텔레비전을 가끔 봐야 할 필요를 이럴 때 느낀다. 지금 알게 된 교훈을 그때 알았더라면. 요가는 운동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나를 수련시키는 과정이었다.  
 

6개월만에 성공한 자세 쟁기자세라는 요가의 동작.바닥에 발가락이 닿기까지 장장 6개월이 걸렸다. ⓒ 구수진


수련의 과정이란 일반적으로 누워서 떡을 먹는 게 아니다. 요가는 내 다리 사이에 고개를 파묻고 허벅지 뒤쪽에 붙은 찰떡을 떼어 먹는 과정이었다. 그것도 5일쯤 굶은 기아 상태에서.  

수업이 진행될수록 요가는 수련을 넘어선 수행의 과정으로 다가왔다. 그런데도 나는 7개월째 요가 수업을 받고 있다(물론 코로나 19로 인해 두 달 넘게 쉬었던 기간 포함이다). 구매한 장비는 복습을 위해 준비한 요가 매트와 차마 꿈엔들 입지 못하는 레깅스뿐이다.

남자는 쇼핑몰에서 요가복 찾기도 쉽지 않다. 비단 요가복뿐만 아니라 요가 하는 남자도 여전히 드문 게 사실이다. 간혹 젊은 친구들이 보이긴 하지만, 내 또래의 남성은 희귀하다. 그렇다면, 요가란 도대체 어떤 수련이길래 배 나온 중년에게 레깅스를 입을 용기를 부여하는가? 무엇이 이토록 오랜 기간 나를 붙잡아 두는 걸까?

7개월째 요가 수업이라니...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내 신체에 미안해서다. 개인 강습을 받던 첫날, 요가원 원장님께서 똑바로 선 상태의 전신사진을 찍어 보여주셨다. 양쪽 귀 높이부터 어깨와 무릎의 위치까지 모두 달랐다. 물론 좌우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사람은 사이보그가 아닌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육신의 불균형은 선을 넘었다. 그렇게 망가뜨린 주범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 팔자걸음, 오른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는 버릇, 짝다리를 짚고 서 있는 습관, 어깨를 웅크리고 있는 자세들이 나를 점점 기형적인 인간으로 만들었다. 미필적 고의를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어디 체형뿐인가? 술 담배에 찌든 장기는 숨쉬기조차 버겁고, 소화 불량을 달고 산다. 근력 운동은 고등학교 때 단체 기합받던 이후로 거의 해본 적이 없다. 조금만 근육에 무리가 가는 동작을 해도 경련이 일어나거나 알이 밴다.

유연성이라고는 장롱 밑의 오백 원 동전보다 찾기 힘든 경직된 몸뚱이. 주인 된 자로서 마음이 아팠다. 더 슬픈 사실은 그 몸뚱이가 서서히 고장 나기 시작하는 나이라는 점이다. 잘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해일처럼 밀려온다.
 

요가의 자세-2 사진은 평화로워 보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다. ⓒ 구수진

 
두 번째는, 늙고 병드는 속도를 줄이기 위해서다. 하루도 빠짐없이 요가 수업에 참석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현상이다. 숙취를 핑계로, 과로를 핑계로, 때론 기분 탓으로, 수업에 불참하곤 한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아침에 일어나 요가 수업을 받고 나면 그날만큼은 저승 가는 배를 나루터에 묶어둔 기분이 든다. 몸이 건강해진다기보다, 악화되는 걸 하루 동안 막아냈다는 생각이다.

수개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대부분의 동작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지난 40년간 밀랍 인형처럼 굳어진 몸이라서 가망이 없을지 모른다. 그래도 일주일에 서너 번 요가하는 시간은 가뭄 중의 단비와도 같다.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내 몸이 따라가 주는 범위까지 나름,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시간을 되돌릴 순 없겠지만, 잠시 붙잡아 두는 꼼수를 부려보는 거다. 안 하는 것보다야 백번 나은 일이니까.

세 번째, 오래 살기 위함이 아닌, 살아있는 동안 진짜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함이다. 요가를 시작하기 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5분가량 명상에 잠긴다. 호흡을 통해 맑은 기운을 받아들이고 잡념과 화의 기운을 내보낸다. 복식호흡을 통해 들숨과 날숨을 조절한다. 숨만 잘 쉬어도 건강하다고 하였다. 그렇게 모든 생각을 흘려보내고, 오로지 숨에만 집중하다 보면 심장 소리가 들리고 작은 근육들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진정, 살아있는 것이다.

또한, 요가의 동작을 따라 하면 신체의 불편함을 느낀다. 모름지기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 마찬가지로 몸에 좋은 동작은 고되고 힘든 것이다. 소주잔을 털어 넣기 위해 목만 살짝 뒤로 꺾어주면 되듯이, 우리 몸에 해를 끼치는 것들은 동작이 클 필요가 없다. 평상시 사용하지 않는 근육과 인대를 깨우고, 나쁜 습관으로 굳어진 육신에 적당한 자극을 주어 살아있다는 것을 느껴보자. 좀비처럼 풀렸던 눈의 초점이 또렷해지고, 몸의 움직임이 한결 가벼워진다.

중년 남자에게 요가가 필요한 이유
 

초보자의 요가 자세 이런 고난이도의 자세를 보면 숙련자와 초보자를 구분할 수 있다. 저마다 다리가 벌어진 각도가 다르다. ⓒ 구수진

 
필자는 요가 예찬론자가 아니다. 여전히 동작 중에 '쿵' 소리와 함께 쓰러져 지탄의 눈길을 받는 대상이다. 요가만이 자신을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중년에 접어들며, 균형이 깨지기 쉬운 육체와 정신의 두 가지 측면에서 볼 때, 요가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요가는 유연한 여성들에게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 거다. 그건 편견이다. 요가는 뻣뻣한 목석같은 당신을 위해 필요한 운동이자 수련이다.

건전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다. 경직된 신체에는 경직된 정신만이 깃들 것이다. 이는 사고의 경직성으로 이어질 게 분명하고, 당신은 점점 '꼰대' 소리를 들어야만 한다. 유연한 사고와 폭넓은 이해관계로 다양한 계층과 소통하고 싶은 당신. 열쇠는 이미 당신이 쥐고 있다. 요가를 통해 심신의 균형을 되찾고 몸과 마음이 유연해지는 기이한 경험을 해보시길 바란다. 이것이 중년의 남자에게 요가가 필요한 복합적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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