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명, 3월 2명, 4월 3명 사망...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부산시 노동안전보건정책의 방향 ②] 지역 맞춤형 노동안전보건 정책 실현 위해 노동안전보건센터 건립 시급

등록 2020.06.24 09:50수정 2020.06.2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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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부산시에는 '부산광역시 노동자 권익 보호 및 증진을 위한 조례', '부산광역시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가 제정되고, '부산광역시 감정노동자 권익 보호 및 증진을 위한 조례'가 개정되는 등 지자체 차원의 노동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들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지난 5월 '부산광역시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자 건강증진을 위한 조례'가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부산광역시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자 건강증진을 위한 조례' 제정을 맞아 조례의 내용을 소개하고 부산시의 노동안전보건정책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와 사업들이 무엇이 있을지 4번의 기획 기사를 통해 알리고자 한다.[편집자말]
2019년 노동부 산업재해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 수 1872만 5160명 중 재해율은 0.58%, 사망만인율은 1.08%, 사고성 사망 만인율은 0.46%인데 비해, 5인 미만 노동자 수 299만6744명 중 재해율은 1.15%(전체의 2.0배), 사망만인율은 1.65%(전체의 1.5배)이고, 사고성 사망만인율은 1.00%(전체의 2.2배)이다. 전체 노동자에 비해 5인 미만의 초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자가 재해, 사망, 사고성 사망 모두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

2017년 기준 부산에서 일하는 제조업 종사자 중 5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29.8%(전국 27.0%)로 전국 평균보다 더 많은 수의 노동자가 소규모 영세사업장에 일하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부당해고 구제신청, 휴업수당, 연장/야간/휴일가산수당, 연차휴가 등이 적용 제외 되지 않아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다. 부산지역 노동자 10명 중 3명은 사각지대 노동자로 기본적인 권리가 제한되는 등 권리침해가 심각하다.

관리규정 의무 비껴간 '5인 미만 사업장'
  
이뿐 아니라 위의 산재통계 자료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각종 재해에 매우 취약함에도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도 일부 받지 못하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교육의 의무가 없으며, 안전보건관리체제, 안전보건관리규정을 만들 의무도 없다. 2016년 신설된 안전보건관리담당자제도도 20인 이상 사업장만 적용되기에 이 또한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 4월 부산의 하수도 공사장에서 작업하던 하도급업체 소속 노동자 3명이 유독가스에 질식돼 숨졌다. 이에 대한 부산시의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이 개최됐었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건강검진의 수검율을 보면, 2014년 기준으로 제조업 중 5인 미만 사업장과 노동자 수의 5% 미만이 검진을 하고 있어 사업장 규모별로 볼 때 건강검진 실시율이 가장 낮았다. 결국, 가장 열악한 소규모,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더 필요한 노동안전보건조치가 오히려 가장 취약한 상황이다.

"지역 노동안전보건센터 건립 해야"
  
한편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보건관리를 위해서 노동부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지정한 근로자건강센터가 2020년 현재 전국에 21개소의 센터와 21개소의 분소로 운영 중이다. 부산에는 사상구에 센터가 있고, 분소는 양산 웅상지역에 운영되고 있다. 근로자건강센터는 직업병을 예방하기 위해 직업건강복지를 제공하는 전문기관으로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인간공학전문가, 심리상담사 등 전문가들이 뇌심혈관계질환, 근골격계질환, 직무스트레스, 직업성질환 등을 예방하고 사후관리, 감독한다. 
   
근로자건강센터가 소규모 사업장의 보건관리를 담당하는 것은 소규모 사업장과 비정규 노동자의 보호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연간 이용자 수 목표를 7천명 등으로 잡고 있어, 전국적으로 정해져 있는 사업을 수행하는 데에도 빠듯한 실정이다. 지역에 맞는 사업을 마련하고 수행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또한 사업장 단위로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특수고용직 등 사업장이 불분명하거나 노동자성이 애매한 경우에는 적극적인 사업을 진행하기가 힘들다.
  
다른 한편, 현행 근로자건강센터의 주요한 업무 중 하나인 특수건강진단 사후관리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특수건강진단과 작업환경측정 자체를 사업주가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러한 사업장은 아예 배제되어 있기도 하다. 말하자면 현재의 근로자건강센터는 사각지대에 있는 영세소규모 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들에 대한 접근이 매우 어렵다.
      
지자체는 노동안전보건 정책으로 책임져야
    
4월 11일 부산 하수도 공사장에서 3명의 중국동포 노동자가 가스 질식으로 사망, 2월에 단독주택 내부 수리 중 붕괴로 2명의 건설노동자가 사망했다. 2019년 3월에는 엘리베이터 수리 노동자가 추락으로 숨지는 등 이주-하청-비정규 노동자들의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소규모-비정규 노동자들의 사고와 직업적 안전과 보건을 예방·보호·관리하는데 노동부-안전보건공단으로 이어지는 중앙정부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부산은 소규모 영세사업장, 서비스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가 매우 많고 이들의 건강문제가 심각하다. 중앙정부의 관리·감독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실정이다. 앞서 하수도 공사장의 가스질식사건은 부산시가 발주한 관급공사임에도, 부산시의 행정감독과 관리가 미치지 않았다. 노동자의 안전 보건에 관한 행정이 중앙정부(노동부-안전보건공단)의 역할이라는 방기가 만들어낸 현실이다.
   
4차 산업혁명, 포스트 코로나 등 급변하는 사회적 변화는 사업주와 사업장이 불분명한 매우 다양한 노동을 만들어냈다. 부산지역은 이러한 변화에 적극 대응하며, 지역의 요구를 신속하게 반영하여 소규모-비정규 노동자들의 건강을 보호하는 노동안전보건센터의 건립이 시급하다.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부산회원들이 함께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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