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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 3위' 손흥민, 득점-패스 다 되는 진정한 '월클'

[2019-202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웨스트햄전 리그 8호 도움으로 도움 공동 3위 등극

20.06.25 07:52최종업데이트20.06.25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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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토트넘 홋스퍼FC)에게 코로나19로 인한 약 3개월 간의 리그 중단은 아쉬우면서도 다행스러운 기간이었다. 손흥민은 지난 2월 16일 아스톤 빌라 FC와의 2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멀티골을 기록한 후 에즈리 콘사와의 충돌로 인해 오른팔이 골절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부상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 손흥민은 시즌 아웃이 유력했고 토트넘은 손흥민 이탈 후 치른 3번의 리그 경기에서 1무2패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리그 중단 이후 시간을 번 손흥민은 귀국 후 수술을 받고 편안한 마음으로 재활훈련에 돌입했고 4월에는 제주 해병 9여단에 입소해 3주 동안 기초군사훈련을 받았다(대부분의 훈련을 모범적으로 소화한 손흥민은 퇴소식 때 성적 우수자 상위 5명에게 주어지는 '필승상'을 받았다). 군사훈련을 마치고 영국에 복귀한 손흥민은 리그가 재개될 때까지 동료들과 손발을 맞추며 몸상태를 착실히 끌어 올렸다.

토트넘은 리그 재개 후 열린 두 경기에서 1승1무를 기록했다. 손흥민은 2경기 모두 선발로 출전해 골은 터트리지 못했지만 도움 1개를 추가했다. 리그 8번째 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은 어느덧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도움 부문에서 공동 3위로 뛰어 올랐다. 손흥민은 역습에 특화된 폭발적인 스피드를 갖춘 윙포워드에서 패스 감각까지 겸비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또 한 단계 진화한 것이다.

아시안게임에서 증명된 '플레이 메이커' 손흥민의 재능
 

토트넘의 EPL 재개 첫 경기에 출전한 손흥민 ⓒ AP/연합뉴스

 
손흥민은 만 27세의 젊은 나이에도 이미 A매치 87경기 26골, 월드컵 본선에서 3골을 기록했을 정도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골잡이로 축구팬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기록한 3골 중 2골을 책임지며 현존하는 한국 최고의 골잡이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도 2016-2017 시즌부터 리그에서만 세 시즌 연속 두 자리 수 득점을 기록했다.

따라서 손흥민이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대표팀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한국은 물론 아시아 축구팬들의 관심은 하늘을 찔렀다. 축구팬들은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모든 종목의 선수들 중에서 독보적으로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와일드카드' 손흥민이 한 수 아래(?)의 젊은 선수들을 상대로 얼마나 많은 골폭풍을 몰아칠지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키르기스스탄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 합류한 손흥민은 결승까지 5경기에서 단 한 골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단순히 골만 보면 실망스러워 보이는 활약이었지만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손흥민이 부진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손흥민은 토트넘 유니폼을 입을 때처럼 많은 골을 노리기 보다는 한 발 뒤에서 한국의 공격을 이끄는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자처했다.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을 만나는 팀들은 프리미어리그 스타 손흥민에게 수비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손흥민에게 상대 수비의 시선이 몰린다는 것은 한국의 다른 선수에게 공간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8 아시안게임에서 손흥민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었던 선수는 바로 '원톱 스트라이커' 황의조(FC지롱댕 드 보르도)였다. 손흥민은 집중수비 속에서 억지로 골을 노리기 보다는 황의조를 적극 활용하는 '플랜B'로 선택했다.

다행히 황의조는 아시안게임에서 확실한 동기부여와 함께 절정의 골감각을 가지고 있었고 황의조와 손흥민은 대회 내내 환상의 콤비 플레이를 선보였다. 결국 황의조가 9골로 득점왕, 손흥민이 5어시스트로 도움왕에 오르며 한국의 금메달을 견인했다. 국내 축구팬들에게 아시안게임은 한국을 대표하는 골잡이 손흥민이 동료들을 활용하는 것에도 상당한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던 대회였다.

이번 시즌 아직 아무도 달성하지 못한 '10-10클럽'에 도전

사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패스를 강요 받지 않았다. 손흥민은 측면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통해 중앙공격수에게 공을 연결하는 전통적인 윙어가 아닌 역습 상황에서 스피드를 활용해 직접 슈팅을 노리는 센터 포워드에 가까운 윙어다. 게다가 토트넘에는 손흥민 외에도 델리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인터밀란) 등 전방으로 킬패스를 찔러 줄 뛰어난 재능의 공격형 미드필더 자원들이 차고 넘쳤다.

실제로 손흥민은 토트넘의 주전 선수가 된 2016-2017 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세 시즌 연속 리그에서 6도움을 기록했다. 기본적인 패스 감각은 갖추고 있지만 패스에 아주 능한 선수라고 분류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토트넘은 에릭센이 태업에 가까운 부진으로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다가 팀을 떠났고 새로 영입한 탕기 은돔벨레도 크고 작은 부상으로 토트넘에 녹아들지 못했다. 

이에 토트넘은 득점 욕심이 강한 에릭 라멜라, 루카스 모라 등을 중용할 수밖에 없었고 지난 시즌까지 득점에 힘을 쏟던 손흥민이 예년보다 더 많이 주변을 살피게 됐다. 그 결과 손흥민은 올 시즌 리그에서만 8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케빈 더 브라위너(맨체스터시티FC, 16개),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리버플FC, 12개) 같은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패스마스터'들에 이어 도움 부문 공동 3위에 올라 있다.

24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해리 케인의 쐐기골로 연결된 어시스트를 보면 손흥민의 패스감각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다. 손흥민은 중앙선 부근에서 라멜라의 패스를 받아 한 차례 터치로 볼을 소유한 후 곧바로 전방을 향해 질주하는 케인에게 패스를 연결해 1:1 찬스를 만들었다. 만약 손흥민의 첫 번째 터치가 조금만 더 길어 패스 타이밍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케인은 웨스트햄 수비진에 의해 오프사이드 함정에 빠졌을 것이다.

축구에서 '10골10도움 클럽'은 뛰어난 득점력과 패스워크를 동시에 갖춘 선수만 가입할 수 있다. 괴물 같은 선수들이 모여 있는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한 시즌에 적게는 1명, 많아도 5명을 넘지 않는다. 리그에서만 9골8도움을 기록 중인 손흥민은 9골17도움의 더 브라위너, 9골8도움의 리야드 마레즈(맨시티)와 함께 10-10클럽에 가장 가까운 선수다. 손흥민의 도움 3위 등극은 손흥민의 '월드클래스 논쟁'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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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축구 2019-202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핫스퍼 FC 손흥민 어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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