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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사죄 노재헌을 향한 김현정의 아쉬운 인터뷰

[주장] 5.18 진실 규명을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질문

등록 2020.06.25 08:20수정 2020.06.2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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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3일 <김현정의 뉴스쇼>의 노재헌 씨 인터뷰 (유튜브영상 캡처) ⓒ 정수현

 
미리 밝혀두지만 노재헌씨에게는 죄가 없다. 그러나 그가 노태우씨의 아들로서 아버지를 대리하여 역사적 과오에 대해 사죄를 구하고자 한다면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마주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오랜만에 언론 앞에 선 노재헌씨에 대한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는 아쉬운 면이 있었다.

지난해 8월에 5.18 민주묘지 참배, 12월에 5월 단체 방문, 그리고 올해 5월 29일 다시 민주묘지 참배. 잇따라 광주영령과 유족 앞에 고개를 숙인 노재헌씨는 말보다는 행동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그동안 언론 접촉을 피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본다면 인터뷰에 응한 사람이나 진행하는 앵커 모두에게 부담스럽고 조심스러운 자리였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노재헌씨는 '노태우씨가 오래전부터 5.18에 대해 마음의 짐을 갖고 있었고, 직접 사죄의 행동을 하면 좋겠지만 병세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했다. 김현정 앵커는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후안무치한 언행으로 국민적 분노를 일으키고 있는 전두환과 그의 가족들과 대비되는 노태우 가족들의 행동을 언급하며 인터뷰를 부드럽게 끌고 갔다.

인터뷰는 대체로 무난했지만 한 대목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 김현정 앵커의 발언을 그대로 옮겨 본다.

"이제 6일 후면 6.29 선언이 있은 지 33주년 되는 날이네요, 여러분, 잘 아시지만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가 전두환 정권에 요구한 8가지 항목이 그게 6.29 선언인 거고 그 안에는 '대통령 직선제로 개헌을 하자', '1988년 평화적 정부 이양', '언론 자유 보장', '지방자치제 및 교육 자율화 실시', '정당 활동 보장', '사회 정화 조치', '유언비어 추방', '지역감정 해소' 이런 것들이 담겨 있는 6.29 선언.

저는 이런 생각이 좀 들어요. 만약 노태우 전 대통령, 아버지의 뜻이 그러하셨다면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어떤 사죄의 마음이, 반성의 마음, 사죄의 마음. 뭔가 '이걸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라는 마음이 있었다면 6.29선언의 한 항목으로 넣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어요."

  
6.29선언은 노태우씨가 발표했지만, 선언에 담긴 민주적 조치들은 6월 항쟁의 결과물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다. 6.29선언을 비롯해 87년 대통령선거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이 전두환 정권의 치밀한 정치적 계획에 의해 추진되었고, 노태우씨의 행보 또한 그 연장선에 있었다.

노태우 정부에서 5공 특위가 민정당의 방해로 지지부진하자 재야민주화세력은 '광주학살 책임자 처벌을 위한 범국민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조사에 나섰고, 광주학살의 책임자로 전두환, 노태우, 정호용, 박준병 그리고 미국을 이른바 '광주 5적'으로 지목한 바 있다. 2011년 발간된 회고록에서 노태우씨는 '5.18의 진범은 유언비어'라고 기술하여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었다.

이런 역사적 맥락을 감안할 때, 베테랑 앵커의 질문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무거운 분위기를 감수하고서라도 놓치지 않고 노재헌씨에게 물었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 아니었을까.


'5.18의 발포명령자는 누구였을까요? 아버지께서 그 부분에 대해 언급했던 적은 없나요? 표정이나 눈깜빡임 같은 행동으로 노태우씨가 의사표현을 하고, 노재헌씨는 광주에 다녀온 일을 보고하기도 했다고 하셨는데, 혹시 어렵기는 하겠지만 아버지가 광주영령과 역사 앞에 사죄하고 홀가분하게 가실 수 있도록 이 질문을 드리고 답을 들어보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5.18의 아픔을 치유를 위해 100번이고 1000번이고 필요하다면 사죄하겠다는 노재헌씨의 진정성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직도 광주항쟁을 왜곡하고 폄하하는 세력들이 버젓이 활개를 치고 망언을 일삼고 있다. 모든 논란을 종식시키고 진정한 사죄와 화해를 이룰 수 있는 최고의 해결책은 당사자들의 증언이다. 양심고백이다.

5.18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궁금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역사는 가해자들에게 생물학적인 시간을 남겨 주었다. 그들이 살아있는 한 우리는 계속 물어야 한다. 5월 광주, 발포책임자는 누구인가?
#노재헌 #5.18 #뉴스쇼 #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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