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임진왜란 때 나는 수레 '비거', 날조냐 사실이냐

역사진주시민모임 "관광자원화 철회 요구" ... 진주시 "날조 근거 없다"

등록 2020.06.25 14:59수정 2020.06.2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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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의 '비거 공원' 계획. ⓒ 진주시청

 
경남 진주에서 임진왜란 진주성싸움(1592년) 당시 '바람을 타고 공중을 날아다니는 수레'인 '비거(비차, 飛車)'를 두고 논란이다.

진주시가 '비거'를 주제로 한 관광자원화 계획을 발표하자, 역사진주시민모임은 '신빙성이 없다'며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비거'는 신경준(1712∼1781)의 <여암유고>, 이규경(1778∼?)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 일부 기록이 나오고, 김동민 소설가가 2016년 장편소설 <비차>(2권)를 발표하면서 더 알려졌다.

김동민 소설가는 "비차가 1952년 조선의 하늘을 날았고, 이는 세계 최초의 비행기"라고 했다.

진주시는 지난 1월 "비거 관광자원화 활용 방안 공청회"를 열었고, 이후 망진산에 '비거'를 주제로 한 공원 조성 계확을 발표했다. 진주시는 홍보지 <촉석루> 3월호에 "조선의 비행기, '비거' 임진왜란 때 진주성을 날다"라고 했다.

진주시는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비해 700억 원으로 토지를 매입한 망경공원에 민간자본 450억원을 들여 유스호스텔, 전망대, 모노레일, 짚라인(비거형)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역사진주시민모임 "관광자원화 계획 철회"


역사진주시민모임은 25일 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임진년, 비거 타고 탈출한 성주 이야기'의 관광자원화 계획 철회를 요구한다"고 했다.

이들은 "임진년 진주성 전투에서 비거가 날았다는 것은 객관적 자료가 없어 그 실체의 존재가 의심스럽다"며 "임진왜란 관련 수많은 문헌에서도 언급되지 않은 신빙성 없는 이야기"라고 했다.

기록에 관련해 이 단체는 "임진왜란 훨씬 뒤이고 각색된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역사적 사실은 엄격한 자료와 추리를 통하여 확인되어야 한다"며 "비거의 실체를 의심하는 것은 합리적인 소치다. 16세기 말 조선의 과학은 비행체를 만들어 사람들을 실어 나를만한 수준에 있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그것에 걸맞게 동력과 조정 장치를 개발할만한 기술이 있어야 한다"며 "'임진왜란 때 정평구라는 사람이 비거를 만들어 30리를 날아 진주성에 갇힌 성주를 탈출시켰다'는 것은 날조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역사진주시민모임은 "진주에서 일어난 임진왜란의 자랑스럽고 애통한 역사를 거짓의 역사로 덮어서는 안된다"며 "'성주' 탈출 이야기는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왜군에 항전하다 목숨을 잃은 진주성 전투의 지도자들과 백성들을 욕보이는 일이다. 날조된 그 기록을 감싸는 것은 우리 후손들을 기만하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비거 이야기를 '관광자원화'하겠다고 하니 통탄할 일"이라며 "돈을 벌기 위해서 거짓 역사를 만들고 선조들을 욕보이는 것을 서슴없이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역사진주시민모임은 "관광자원화 계획을 철회할 것", "역사 도시답게 진주의 역사적 사실을 올바로 밝힐 것", "진주 역사를 제대로 지키고 알리는 일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을 촉구했다.

진주시 "역사적 사실과 관광자원화는 전혀 다른 문제"

진주시는 이날 오후 자료를 내 역사진주시민모임의 기자회견을 반박했다.

진주시는 "항공우주 산업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비거 이야기는 향후 좋은 콘텐츠를 많이 만들 수 있는 매력적인 관광자원"이라며 "역사적 실체로서의 비거가 아니라 문헌에 기록된 비거 이야기를 문화 콘텐츠화 하여 관광자원화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비거가 객관적 자료 및 실체적 존재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진주시는 "현재로서는 이를 증빙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조선 사람이 만들 수 있었으되, 다만 세상에 전하지 않았다'고 기록되어 있다"고 했다.

진주시는 "역사적 사실과 관광자원화는 전혀 다른 문제이며 이는 남원의 춘향전, 흥부전, 장성의 홍길동전, 산청 동의보감촌, 하동 최첨판댁 등 타 지역의 관광자원화 사례에서 입증되고 있다"고 했다.

"문헌 날조" 주장에 대해, 진주시는 "날조 근거도 없으며, 그 당시 유명한 분들이 심사숙고하여 쓴 문헌에 대하여 폄하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했다.

"비거를 타고 도망간 성주" 이야기에 대해, 진주시는 "신경준, 이규경 선생의 글의 관점은 비거의 역할을 말하는 것이지, '탈출시킨 성주, 도망간 성주'를 말함이 아니다. 은자가 비거를 제작하여 성안으로 타고 들어가 성주를 태워 성 밖으로 '구출'하였다는 것이 요지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주시는 "현재 정평구의 비거이야기는 임진왜란 당시의 전설이 조선후기 한 실학자의 책에 기록되면서 역사도 발전하게 된 독특한 문화현상이라는 것을 역사진주시민모임에서는 외면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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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의 '비거 주제공원' 계획도. ⓒ 진주시청

#비거 #비차 #임진왜란 #진주시 #역사진주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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