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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육청, 학내 성폭력 언제까지 방관할 셈인가

[연속기고4] 강영미 참교육학부모회 대전지부장

등록 2020.06.25 15:23수정 2020.06.2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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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에 의한 상습적인 성추행 등을 폭로한 대전 S여중고 스쿨미투가 일어난 지 반년이 넘었지만 해당 학교와 대전교육청은 여전히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전S여중고스쿨미투공대위가 근본적이고 실천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글을 연속으로 보내와 싣습니다.[편집자말]
 

'대전S여중·고 스쿨미투 사건'으로 시작된 '스쿨미투 대응 대전공동대책위원회'의 대전교육청 앞 릴레이 1인 시위. ⓒ 양심과인권-나무

 
#폭로되지 못했던 고질적인 학교 성폭력

2018년 사법계에서 시작한 미투 운동이 전국을 들썩거리게 할 때 학교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전의 S여고에서 터져나온 미투 운동을 보며, 그 학교를 졸업한 나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고등학생이던 20년 전, 학생들에게 일상적으로 성희롱을 일삼던 그 교사가 역시나 스쿨미투 가해자로 처벌을 받았다. 20년 동안 그 학교를 다니며 그 교사에게 성희롱을 당해 온 학생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렇게 긴 세월 동안 왜 단 한번도 그의 만행이 폭로되지 못했을까?

학교를 다녀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교사와 학생은 권력자와 피권력자의 관계다. 우리의 교육은 어려서부터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공부 열심히 하고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권위적인 학교문화 속에서 감히 저항할 수 없는 학생들은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당해도 일제히 침묵해왔다. 그런데, 20년 동안 아니 그보다 훨씬 전부터 교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다른 교사들은 몰랐을까?

#조카같으니까 너희들이 이해해라

2020년 다시 벌어진 대전 S여중고 스쿨미투 사건은 충격이고 분노며 절망이다. 피해 학생들은 담임 교사에게 수없이 도움을 요청했지만 "조카같으니까 너희들이 이해하라"며 오히려 고통을 가중시켰다.

권력 앞에 고개 숙여야 살아남는 게 당연한 학교문화 속에서 동료 교사들은 성희롱 사실을 은폐하기 급급했고, 학생들의 괴로움을 해결해주려 나서는 교사는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S여중고 성추행은 일개 교사의 탈선이 아니라 재단 이사장부터 교장, 교감, 일선교사들까지 만연해있었다. 


# 또 다시 터진 스쿨미투

손 내밀 곳 없던 학생들이 결국 다시 용기를 냈다. 더 이상 침묵하지 않았다. 스쿨미투는 수십 년 전부터 당해왔던 학교 내 성폭력이 후배, 자녀들에게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선배들의 외침이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가 묻히지 않도록, 용기를 낸 학생들이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속히 학생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의무가 있는 대전교육청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재발방지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스쿨미투 대응 대전공동대책위원회는 학내 성폭력 근절을 위해 스쿨미투 전수조사 정례화, 성평등 전담기구 설치, 학생인권조례 제정, 학생인권센터 설치 등 8대 요구안을 제시했지만 소통의 의지가 없는 대전시교육청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 성평등한 학교를 위하여

우리가 어떤 성폭력 고발보다 스쿨미투에 분노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이라는 점이다. 대전시교육청은 이제 더 이상 학내 성폭력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학교는 교육하는 공간이고, 교사는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길러내는 교육자다. 학교의 자정 노력과 교사의 자긍심, 어른들의 책임감이 아이들을 지키고 보호할 수 있다. 기성세대의 악습을 끊기 위해서는 재발 방지 대책을 확실히 마련해야 한다. 대전시교육청은 학생들의 성인권 옹호자로서의 역할을 책임 있게 수행해야 한다.

성폭력으로 얼룩진 권위주의 문화를 걷어내고 성 평등한 학교문화가 이 사회에 정착될 수 있도록 함께 소통하며 노력해야 한다. 피해를 용기 있게 증언하는 이들과 연대해서 문화를 바꿔야만 우리 아이들에게 당당하게 이 사회를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대전 #스쿨미투 #대전교육청 #설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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