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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폭력 다루는 웹툰, 다 이유가 있지

[웹툰] 학원폭력 피해자와 가족들의 고통에 초점 맞춘 '소년이여'

등록 2020.06.30 20:52수정 2020.06.30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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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물은 웹툰에서 가장 사랑받는 장르중 하나다. 가장 큰 독자층을 차지하는 쪽이 10대, 20대인만큼 아무래도 그들이 가장 공감하고 관심 있어 하는 소재인 이유가 크다. 무협, 판타지, 순정 등은 각자 선호도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학원물은 다르다. 현재 재학중이거나 학창 시절을 경험한 이들이 대다수인지라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피부로 느끼는 공감의 정도가 유독 친밀할 수밖에 없다.

최근 사회적으로 일진, 학원폭력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비단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겠지만 미디어가 발달하고 각자가 SNS를 통해 개개인의 의견을 낼 수 있게 됨에 따라 더욱 부각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도 흐름에 민감한 웹툰이 이를 놓칠 리 없다. 웹툰을 연재하는 각 사이트는 활성화 초기부터 많은 학원물을 쏟아냈고 그중에 상당수는 학원 활극물이 차지하고 있다.

만화적 특성상 그러한 장르 역시 권선징악에 기본틀을 맞추고 있는 작품이 대다수다. 친구, 선후배를 못살게 괴롭히는 나쁜 일진들에 맞서 정의롭고 용감한 주인공 일행이 활약하는 스토리가 주를 이룬다. 무협, 판타지 역시 그러한 선을 타고 있지만 아무래도 학원물 쪽이 더 와닿을 수밖에 없다. 같은 픽션이라도 느끼는 접점에서 차이가 크다.

<짱>, <고교정점>, <고교전설>, <럭키짱> 등 배경만 학교일 뿐 무협과 다를 바 없는 주먹 판타지(?)물이 큰 지분을 차지하는 가운데, 좀 더 디테일하게 학원 폭력의 문제를 다룬 작품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아, 나도 저 심정 알아…', '저때는 저랬었지', '그때 그 친구가 저런 마음이었을까?', '차라리 저랬어야 되는데' 등등 직 간접적으로 감정, 분위기 등을 공감한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모습이다.

철저하게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린 <소년이여>
 
'끝이다. 소년이여, 용진은 남동생 용주가 학교에서 자살 시도를 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한 용진은 직접 고등학교를 찾아가 선생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학교 측에선 학생들끼리의 작은 다툼이라며 사건을 덮기 위해 급기야 용주를 가해자로 몰아가는데…' (작품 소개글)

웹툰 전문사이트에서 총 93화에 걸쳐(번외편 포함) 완결된 작품 <소년이여>(병장 작)는 그러한 학교 폭력의 폐해를 아주 적나라하게 다뤘다. 상당수 학원물이 학교 폭력을 스토리의 일부 혹은 활극의 시작점 정도로 다룬 것에 비해 해당 작품은 전체적 모티브를 바로 여기에 맞췄다. 작품의 시작과 끝은 물론 트라우마까지 언급하며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액션신이 유독 많음에도 판타지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소년이여>는 학원 폭력의 심각성이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에 초점을 맞췄다. ⓒ 무툰 완결작 <소년이여> 갈무리


용주는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던 동호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동호는 일진들에게 심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중학교 때는 친구들과 잘 어울려 다녔지만 작고 외소한 몸에 소심한 성격을 가진 탓에 고등학교에서는 괴롭힘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동호는 실실 웃고 다녔고 용주는 그런 모습이 못 마땅하기만 했다.

반 친구들 앞에서 바지까지 강제로 벗겨지는 굴욕을 당하고 쪼그려 앉아 있는 동호에게 용주가 말한다. "심정이야 이해는 하겠지만, 이정도까지 당하고 있으면 네 책임도 있는 것 아니냐?" 동호가 대답한다.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 같은 것 안 해. 외면해도 괜찮아. 하지만 최소 네 맘 편해지려는 합리화는 하지 말고 닥치고 있어라. 왜 웃는 것이냐고 물어봤었지? 그게 궁금해? 어떻게 그렇게 밑바닥까지 갈 수 있는지?"

용주는 곧 동호의 심정을 이해하게 된다. 괴롭힘에 시달리던 동호는 한동안 학교를 나오지 않았고, 이른바 담당 일진의 시선은 그의 짝인 용주를 향한다. 점심을 먹는 용주의 도시락에 슬리퍼를 던지고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온다. 그 순간 용주는 알 수 있었다. 일진에게 찍혔다는 것을. 이유? 동기? 그냥 어느 한순간 일진이 괴롭히기로 마음먹으면 이유나 동기같은 것은 필요 없었다.

'난 다르다.' 동호의 사례를 지켜본 용주는 강하게 저항한다. 문제는 일진들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용주의 저항은 일진들은 물론 우두머리 민철에게 제지당했고 더욱 심한 괴롭힘에 시달려야 했다. 사회와는 또 다른 세계, 매일매일 싫어도 나와야 되는 학교의 특성상 지옥같은 하루하루가 이어진다.

학교폭력 피해자들을 또다시 절망하게 하는 것은 교사들의 태도다. 수업중 얼굴이 엉망이 된 용주를 본 나이 지긋한 교사는 "그 나이 때는 치고받고 싸우면서 크는 거지, 안 그렇나"라는 말로 대수롭지 않게 반응한다.

 

때로는 교사들조차 학원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무감각하기 일쑤다. ⓒ 무툰 완결작 <소년이여> 갈무리

 
학교폭력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불러놓고 젊은 여교사가 따져서 알아보려 할 때도 지도부 교사가 나서서 "뭘 그렇게 복잡하게 그러십니까, 남자들은 싸우면서 큽니다"라는 말과 함께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서로 안아주게 한 후 "앞으로는 악수 한 번 하고 풀어라, 남자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다"는 말로 일단락시켜 버린다.

피해 학생 입장에서는 마지막에 믿을 희망마저 허망하게 사라져 버린 셈이다. '싸우면서 큰다', '악수하고 푼다'는 등의 말은 서로가 대등할 때 통용된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당하거나 피해를 당한 상태에서는 쓸 수 없는 말이다. 본인들 역시도 학창시절을 보낸 교사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한편으로는 쓸데없는 분란을 만들기가 귀찮고, 한편으로는 본인 일이 아니니 무신경하다고 할 수 있다.

지속적인 괴롭힘 속에서 용주는 동호가 웃던 이유를 알게 된다. 일진 우두머리 민철은 괴롭히는 상대의 표정까지도 체크했던 것. 용주는 맞지 않기 위해 억지로 웃어야했던 거였다. 결국 폭력을 견디지 못한 용주는 자살시도(여기에 대한 진실은 이후 밝혀진다)를 하고 이에 분노한 형 용진은 학교를 찾아가 교사들을 만난다. 하지만 사건을 덮기에 급급한 상황을 보고 실망을 금치 못한다.

가해자의 변명보다 피해자의 아픔을 먼저 생각하라
 

학원폭력의 피해자들에게는 기댈곳이 없다. ⓒ 무툰 완결작 <소년이여> 갈무리

 
<소년이여>는 형 용진이 동생 용주를 괴롭힌 일진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어찌보면 <독고>(글 민·그림 백두) 시리즈처럼 싸움을 잘하는 가족이 대신 앙갚음을 해주는 학원활극물같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상당히 다르다. 독고 시리즈가 학원활극에 초점을 맞췄다면 해당 작품은 학원폭력의 심각성이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에 초점을 맞췄다.

민철 등 일진 무리들은 영악하기 그지없다. 지독할 정도로 힘없는 급우들을 괴롭히면서도 선생님 등 어른 앞에서는 눈치 빠르게 행동하며, 설사 행동이 걸렸다 해도 "철없는 청소년이 한 짓을 용서해주세요"라는 등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이용한다. 어른들 눈에는 생각보다 덜 심각하게 보일 수 있는 이유다.

동생 용주와 달리 형 용진은 어린 시절부터 싸움을 무척 잘했다. 거기에 무술까지 익혔다. 그러나 약한 급우를 괴롭히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외려 그런 자들을 혐오한다. 용진이 본격적으로 복수에 나서자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호업체 사장(용진이 일하는 곳)은 적극적으로 상황을 말린다.

"자네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저들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면 똑같아질 뿐이다, 언젠가는 지금의 실수를 깨닫고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경호업체 사장의 눈에 일진들은 조금 빗나간 청소년으로 보일 뿐이었다. 그런 사장에게 용진은 깊은 마음의 외침을 토한다.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있는데, 왜 우리는 항상 가해자들을 이해하려고만 합니까!"

어찌보면 경호업체 사장 또한 자신의 일이 아니기에 그렇게 객관적일 수 있다. 이를 입증하듯 자신의 아들이 학원폭력에 연루되고 일진들에게 납치되자 미친 듯이 분노하며 직접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타인의 일일 때는 아이들간 치기어린 행동으로 비칠 수 있어도 나와 내 가족의 일이 되면 심각성이 달리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진 우두머리 민철은 수많은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양심의 가책(?)'같은 것은 없었을까? 그러한 부분을 민철은 스스로의 합리화로 상쇄시켜 버린다. 민철은 가정 폭력의 희생자였다. 그는 어릴 때부터 여동생과 함께 아버지에게 두들겨 맞으면서 컸고 자신이 그렇게 된 것은 모두 아버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아버지까지 폭행하는 민철에게 여동생이 말한다.
 
"가정 폭력의 트라우마? 어쩔 수 없는 성장 환경? 쓸데없는 자기 합리화라는 것 알아? 나도 같이 맞았지만 난 그러지 않아. 아버지처럼 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고. 너는 그냥 나쁜 놈이야. 세상을 탓하며 너의 폭력을 정당화 시키지 마."

작품 속 가해자들의 말도 아픈 현실을 더욱 와닿게 한다. 피해자들은 참고 또 참다 졸업을 하게 되면 서로의 상황이 바뀔 것이라고 자기 위안을 한다. 민철을 비롯한 일진 패거리들은 선배들을 예로 들며 피해 학생들의 가슴에 또다시 대못을 박는다.

"지금 이 순간만 넘기면 결국 최후의 승리자는 너희가 될 것 같지? 우리는 오토바이 배달이나 하고 너희는 보란 듯이 잘 살아가고… 천만에 세상은 원래 당당한 놈들이 더 잘 풀려. 잔뜩 움츠리고 기죽어서 갑자기 인생역전이 될 것 같아?"

학교 폭력의 피해자들은 졸업 후에도 트라우마로 소심한 인생을 사는 경우가 상당수다. 반면 가해자들은 당시의 일을 한때의 철없는 행동이나 추억거리 정도로 생각한다. 학창 시절부터 누리고 당당하게 살아왔기에 그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다른 일도 잘하기 일쑤다. 그런 상황에서 피해자들은 가해자는 기억도 못하는 일을 떠올리며 애써 가해자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간혹 가해자들이 선심 쓰듯 피해자들을 향해 "미안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눈빛과 태도에서 반성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당시를 기억하는 표정에서는 자랑스러운 빛이 가득하다. 이유야 어쨌든 상대를 누르고 대접받고 지내왔기 때문이다. 작품 속 용진은 일진을 겪으면 겪을수록 그러한 면을 뼈저리게 느끼며 통한의 한숨을 멈추지 못한다.

물론 <소년이여>가 학원폭력의 현실을 모두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소 과장된 부분도 있고, 놓친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원 폭력 피해자들의 심정과 주변 상황을 심도 깊게 다뤘다는 부분만으로도 충분히 주목할 만한 작품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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