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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SKY 졸업자 기피하는 세상, 입증할 겁니다"

[20-20 / 교육 ②] 송인수 '사교육걱정' 이사장 "블라인드 채용이 사교육비 낮춘다"

등록 2020.07.09 08:34수정 2020.07.0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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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0주년 기획 '지나간 20년, 앞으로 20년(20-20)'을 선보입니다. 2020년 현재, 2000년을 돌아보며 2040년을 그리려 합니다. 사회 각 분야별로 지난 20년 동안 성과는 무엇인지, 그럼에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또 무엇인지,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가 마흔 살이 됐을 때 좀 더 나은 사회가 되려면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 기대하겠습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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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이사장 ⓒ 이희훈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이사장의 명함. 주황색 실타래가 형상화돼있다. ⓒ 이주연

   
주홍색실이 동그란 원을 그리며 뭉친 듯 뭉치지 않은 듯 엮여 있고, 동그란 원에서 하나의 실이 비죽 빠져나와 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의 로고다.

송인수 사교육걱정 이사장은 "교육 문제라는 복잡한 과제를 실타래 한 줄기를 잘 뽑아서 풀어내자는 게 운동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풀기 어려운 문제"라는 것이다.

지난 달 2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그는 "사교육이나 입시경쟁 문제는 한 요소를 다룬다고 해서 풀지 못하고 정책을 바꾸려 해도 그것에 영향을 끼치는 플레이어들이 너무 많다"라며 "정책 변화를 꾀하려면 국민들의 의식 변화도 전제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교육문제는 '내 자식 일'이라는 이해관계 속에 의사결정을 하는 국민들과, 국민의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 또 시민운동의 정치적 영향력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송 이사장은 "교육 문제는 교육 바깥 사회의 불평등 구조, 노동시장과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교육 자체적으로는 교육의 모순을 풀 수 없다"라며 "불평등한 사회 문제를 풀어야 교육 문제도 풀린다"라고 짚었다. 노동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들어갈 수 있는 기업이 출신 대학에 따라 갈리는 상황에서는 교육 입시 정책이 어떤 식으로 바뀌든 그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2000년 기독교계 교사단체인 좋은교사운동모임을 이끌며 교육운동에 뛰어든 송 이사장은 2008년 사교육걱정을 만들었다. "더 이상 입시 고통으로 인해 죽어가는 아이가 한 명도 없는 세상"을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본래 교사였던 그는 20년째 '실타래'를 풀어가기 위해 교육운동에 매달리고 있다.

'조국 사태'가 낳은 결론... "평범한 민심이 더 중요"

그가 이와 같은 깨달음을 얻게 된 데는 '조국 사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이 외고 재학 중 의대 교수(같은 학교 학부모) 도움으로 의학 논문 작성에 참여한 것이 드러나자 공분이 일었다.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높은 자녀들이 외고·자사고에 진학하는 비율이 높고, 본인 부모나 친구 부모 도움으로 '스펙 쌓기'가 쉽게 이뤄진다는 점에서 불공정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민심을 그는 이렇게 해석했다.
 
내 아이가 입시에서 손해보고 밀리고 있는데 좀 더 공정해져야 하는 거 아냐? 혁신 교육을 하면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진다고? 대학 들어가고 직장 갖는 게 중요한데? 행복한 루저(실패자)보다는 이 전쟁에서 승리해야지. 그러려면 공정한 룰이 더 중요해.

조국 사태 이후 민심이 더욱더 공정한 룰을 원하게 됐고, 이에 영향 받은 문재인 정부가 수능 중심·외고 자사고 폐지라는 카드를 꺼냈다는 게 송 이사장의 분석이다. 교육부는 지난 해 11월, 현재 중3이 대입을 치르는 2023학년도부터 서울대·고대·연세대 등 16개 대학의 '수능 위주 전형 선발' 비중을 40% 이상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내놨다. 대입 수시가 본격화된 지 20여 년 만에 '수능 중심' 대입으로 돌아간 것이다. 송 이사장은 "내신 중심 대입 제도를 약화시키는, 학교 교육 정상화에 반하는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10년 넘게 '사교육없는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고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공약으로 공교육 정상화를 비롯한 내신 중심 정책을 약속 받았는데, 실제로 정치권력을 얻고 나서는 이렇게 될 수 있구나...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어쩌면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오지 않을 수 있겠다는 좌절이 극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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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이사장 ⓒ 이희훈

 
12년간의 성과... 외고 입시 변화, 선행교육 규제법 통과, 블라인드 채용 도입

물론, 지난 12년 간 사교육걱정이 이끌어온 성과도 분명 존재한다.

외국어고등학교에 가기 위해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학원에 가 텝스와 토익을 공부해야 했던 상황을 바꿔놓았다. 2010년 이명박 정부에서 사교육걱정의 문제제기에 응답했고 외고 입시에서 영어 듣기 시험을 폐지했다.

2014년에는 선행교육 규제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송 이사장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인식되던 선행 교육을 법으로 규제해 적어도 학교에서는 선행교육 프로그램을 규제하도록 했다, 선행교육이 불법이라는 게 국민들 인식으로 자리 잡게 했다"라고 설명했다.

송 이사장이 가장 큰 성과로 꼽는 것은 '블라인드 채용'이다. 그는 "입시 경쟁은 출신 학교로 지원자를 채용하는 기업의 관행이 근원적 문제"라며 "이러니 어떤 교육이 옳건 그르건 입시 경쟁에만 몰두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사교육 걱정에서 이 공약을 제안했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가 적극 반영해 '출신 학교 차별 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했다"라며 "정부 출범 이후에 민간기업을 제도적으로 통제하는 데 부담을 느껴 공기업에 한해 적용을 시작했고, 의미 있는 첫 출발을 했다"라고 진단했다.

송 이사장은 "의미 있는 변화가 보편화 되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몫"이라며 "공기업 블라인드 채용 정책을 현 정부, 다음 정부에서도 유지하려면 '출신 학교 차별 금지'가 법률로 격상돼야 하며 공기업뿐 아니라 민간 기업으로의 확장을 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송 이사장은 "대학 서열 체제 완화와 출신 학교 차별 해소"를 위해 새로운 차원의 시민 운동방식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 2040년에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되려면 결정적으로 뭐가 달라져야 할까요.
"사교육걱정은 지난 12년 동안 주로 초중고 교육 변화에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그런데 여실히 느낀 건 '그것만으로는 어렵다'입니다. 초중고 윗 단계의 변화가 필요하고, 그것은 대학의 수직적 서열 변화, 기업 채용의 변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앞으로 20년 동안 이 두 가지 문제의 해법을 찾는 것에 사교육 문제 해결의 명운이 걸렸다고 생각합니다."

송 이사장은 일단 기업 채용의 변화부터 꾀하려 하고 있다.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에 따라 차별할 수 없도록 블라인드 채용을 일반 기업들도 일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어떤 대학을 나왔는지'를 묻지 않고 '우리 기업에 적합한지'를 묻게 되면 점차 출신 대학 이름의 중요성이 옅어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기업은행은 블라인드 채용을 시작했고 국민은행도 면접에서 블라인드 방식으로 취하고 있습니다. 롯데도 2015년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하고 있고요. 이런 기업들이 왜 이런 전환을 할까요? 기업에 이득이 된다면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이런 걸 찾아내어 적극적으로 알리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삼성전자도 외국 학위 가진 사람, 강남 8학군에 스카이(SKY-서울대·고대·연대) 졸업한 사람을 채용해도 생각만큼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아 오히려 그런 교육을 받은 사람을 경계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정말일까요? 카더라 말고 이게 데이터로 입증되는지 확인할 겁니다."

기업의 채용부터 승진, 내부 평가 등을 모두 데이터화 해 분석 평가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업이 출신학교를 묻지 않는다면, 미래 지향적 인재를 원한다면, 대학에도 주는 신호가 있을 것이라는 게 송 이사장의 분석이다. 기업부터 바뀌면 대학이 바뀌고, 대학이 바뀌면 입시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아래를 향해가는 문제 해결 방식이다.

"미래지향적 방식의 채용 정책을 채택하는 기업이 30~40%까지만 돼도 대세가 될 겁니다."

오는 9월, 송 이사장은 기업의 채용 문화를 바꾸는 새로운 운동의 첫 발을 떼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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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이사장 ⓒ 이희훈

 
[요약 3문 3답]

- 지난 12년 동안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이뤄낸 성과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12년 동안의 성과가 서른 가지 정도 됩니다. 이 중 '외고 입시제도 변화, 선행교육 규제법, 블라인드 채용 및 블라인드 입시'가 대표적인 성과일 텐데요. 이 중 한 가지만 꼽자면 블라인드 채용·입시일 겁니다. 몇 년 동안 이 운동을 진행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캠프 공약으로 받아들여 '출신 학교 차별 금지법'을 제정한다고 하셨죠. 2017년 7월부터 322개 공공기관 전체가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하고 있고 그 해 8월부터 149개 지방 공기업에서도 블라인드 채용이 실시됐습니다." 

-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계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제까지 시민운동을 열심히 하면, 의회나 행정부에 계신 분 중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자기 영역에서 (우리가 제기해온 문제들을) 정책화·제도화 시킬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공교육 정상화와 내신 중심제도를 저희 단체와 공약으로 약속했는데, 결론적으로 정부 출범 후 수능 중심 체제로 전환을 결정했죠. (우리의 제안들이 현실에서) 외면 받는 경험을 하면서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고심이 깊었던 게 사실입니다. 공약으로 약속해도 어겨버리면 그만이라는 걸 깨달았죠. 교육 단체가 아무리 공교육 정상화를 얘기해도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는 거, 설득되지 못한 국민은 정치를 향해서 '내 말을 들으라'고 얘기할 거고, 정치는 표를 의식해서 국민 생각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걸 목격했습니다.

대학 입시와 관련해서 (정부가) 출렁 거리는 민심을 따라가다 보니 서로가 서로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국민이 정부에게, 정부는 제도를 만들어 국민에게. 사실상 기름을 부어서 문재인 정부 들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5만원이나 오른 거죠. 이런 현실이 한계점입니다."

실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그래프는 2017년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상승 곡선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실시한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7.2만원 (전년 대비 5.9% 증가), 2018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9.1만원 (전년 대비 7% 증가), 2019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2.1만원(전년대비 10.4% 증가)으로 조사됐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30만 원을 넘어선 것은 2007년 사교육비를 공식적으로 조사한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이명박 정부 시작 시기인 2008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3.3만원이었다. 5년 후인 2013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3.9만원이었다. 박근혜 정부(2017년 3월에 탄핵)의 실질적인 마지막 해엔 2016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5.6만원이었다. 9년 동안 2만 3000원 상승한 셈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 늘어난 사교육비는 총 4만 9000원. 지난 정부(이명박·박근혜) 9년 동안 오른 것의 2배를 넘어섰다.

- 그 한계를 극복하려면 앞으로 20년 동안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일단 위부터 변해야 합니다. 어떤 형태로건 대학 입시 경쟁을 유지하면서 교육 프로그램(공교육의 정상화 등)을 관리하는 것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되겠다는 게 최근 내린 결론입니다. 기업의 블라인드 채용은 입시 경쟁과 사교육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점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 부분만 풀리면 대한민국 사교육 부담과 입시 경쟁 부담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완화될 것입니다. 기업에서 출신 학교로 지원자들을 선별하지 않는다면, 부모들이 쓰는 사교육비 지출 총량도 변화가 올 것입니다. 그래서 블라인드 채용이 앞으로 주력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건 교육정책의 기조가 유지되려면, 블라인드 채용이 법률 수준으로 격상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공기업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도 블라인드 채용이 확장되도록 하는 운동부터 펼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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