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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정년 연장은 청천벽력" vs."청년일자리와 무슨 상관?"

정년 연장 놓고 노원구청·서비스공단 노조 갈등...공단 '노조 와해 문건' 작성 논란

등록 2020.06.29 14:51수정 2020.06.2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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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서비스공단 소속의 노동자들이 농성중인 노원구청 외관 모습 ⓒ 김종훈

 
"노원구에는 각종 체육시설과 공공 주차장 등을 관리하는 노원구서비스공단이 있다. 그 공단의 노조가 24일부터 4일째 구청1층 로비를 점거하며, 무기계약직의 일반직 전환과 65세까지 정년 연장을 요구하며 불법 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오승록 노원구청 구청장은 자신의 SNS에 "오늘은 착잡하고 송구한 마음으로 한 가지 소식을 전한다"면서 글을 올렸다.

오 구청장은 "노원구는 2017년 이 노조원들을 기간제에서 60세까지의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주었다"면서 "당시 구민세금으로 비정규직들 잔치를 벌여준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시대의 흐름이고 비정규직의 애환을 알기에 노원구 재정의 어려움에도 선도적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주었다. 그런데 이것도 성에 안찼는지 불과 3년만에 무기계약직을 일반직으로 바꿔달라 요구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어렵게 공부하여 합격한 공무원의 정년이 60세"라면서 "현재도 서비스공단 합격만을 목표로 밤샘 공부하는 청년들에게 정년 65세 연장은 청천벽력과도 같다"라고 밝혔다. 노원구청은 해당 글을 16만 5천여 명의 노원구민에게도 문자로 발송했다.

오 구청장의 말대로 민주노총 노원구서비스공단 소속의 노동자들은 지난 24일부터 서울 노원구 노원구청 1층 로비를 일부 점거한 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지침에 따라 고령친화 직종인 청소와 경비, 주차종사자의 정년연장을 즉각 실시하고 무기직을 철폐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2018년 년 3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약 2년 4개월 동안 노원구서비스공단과 교섭을 진행했지만 교섭은 결렬됐다.

왜 정년연장 요구하나?
 

노원구청 1층 로비에서 농성중인 노원구서비스공단 소속의 이상현 사무장 ⓒ 김종훈


정부는 2017년 7월과 9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가이드라인'과 '공공부문 정규직화 추진을 위한 추가지침'을 각 지자체에 하달한다. 문건에는 "고령자 친화직종인 청소·경비 종사자 상당수가 60세 이상임을 감안하여 정년을 65세로 설정할 것을 적극 권고하고, (65세) 이후에는 평가를 거쳐 1년 단위 기간제 형태로 계속 고용할 수 있다"라고 명시됐다.

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에 따르면 정부지침에 따라 고령자 친화직종인 청소와 경비, 주차 종사자에 대해 정년을 5년 연장한 서울시 산하 지자체는 종로구, 중랑구, 강북구, 도봉구, 중구, 구로구 등이 있다. 

김선기 서울일반노동조합 교육선전국장은 <오마이뉴스>에 "노원구는 구청장과 지역구 의원까지 모두 여당인 민주당"이라면서 "대통령이 직접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가이드라인을 내리고 있는데 노원구는 이를 무시하고 추진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오승록 구청장은 "노조의 요구대로 157명의 무기계약직을 일반직으로 전환하면 1인당 1270만원, 총 20억원의 구민세금이 매년 추가로 소요된다"면서 "이는 서울시에서 재정자립도가 꼴찌인 노원구의 재정여건상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 구청장은 "노조원들은 하루 5천여명이 다녀가는 노원구민의 행정서비스 중심부인 구청을 점거하며 구민의 불편은 아랑곳 하지 않고 연일 불법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오승록 구청장이 완벽한 가짜뉴스를 노원구 구민들에게 전체문자로 돌렸다"면서 "노동자들은 고령친화직종인 청소와 경비, 주차단속 분야에 한해서만 정년연장을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고령친화직종 노동자는 157명 중 50여 명만 해당된다. 그런데 오 구청장은 노조가 전체 무기계약직에 대해 정년연장을 요구하고 있다고 허위주장을 펴고 있다. 고령친화직종이라는 경비와 청소, 주차직종의 정년연장이 청년일자리와 무슨상관인가?"

공단, 노조 와해 문건 작성... 노조, 관련자 고발
 

노원구서비스공단에서 작성한 노조와해 문건 중 일부 ⓒ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 제공

 
이런 가운데 지난 24일 오후 노원구서비스공단에서 작성한 '노동조합 와해 문건'이 공개됐다. 노원구서비스공단 간부급 직원들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이 문건에는 '노조 파업에 대비 사업장 운영방안 수립안' 아래 '※별도 해결방안'이라면서 "자율경쟁을 강화해 노동조합 와해 발판을 마련"이라고 명시됐다.

문건이 공개된 당일 최동윤 노원구서비스공단 이사장은 "노동조합 측에서 발표한 부당노동행위 발생에 진심 어린 사과 입장을 밝힌다"면서 "이번 사태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라는 말과 함께 이사장직에서 사퇴했다. 

서비스공단 관리관청인 노원구청 오승록 구청장 역시 입장문을 내고 "산하기관 직원 사이의 부적절한 의견교환으로 공단 이사장이 자진 사임한 데 대해 관리감독 기관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구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이상현 노원구서비스공단 노조 사무장은 <오마이뉴스>에 "공단 이사장까지 사퇴한 상황에서 누구랑 대화를 해야하냐. 오승록 구청장과의 면담을 요청하며 공문도 여러 차례 보내고 민원실에도 계속 면담을 요청했지만 전혀 만나지 못하고 있다. 공단을 관리하는 구청장과의 만남이 제한되니 사업장인 이곳에서 농성이라도 해야하는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노조는 '오승록 노원구청장 면담'을 요구하며 25일부터 노원구청 구청장실 복도에서도 추가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대하는 노원구청의 입장은 강경하다. 노원구청은 서비스공단 노동자들의 농성에 맞서 "노조에서 지금 구청을 무단점거한 상태"라면서 구청 직원들과 경찰을 주 출입문과 엘리베이터 등 주요 길목에 배치했다. 동시에 출입절차를 강화해 농성을 하는 노조의 출입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노원구청은 출입자들의 가방을 검사하고 소지품 등도 확인하고 있다. 노원구청은 <오마이뉴스>에 "민원인과 민노총 조합원을 구분하기 위해 (소지품 검사를) 하고 있다"면서 "최근에 '(구청을) 폭파한다'는 전화도 받았다. 그래서 통로도 한곳만 두고 다 막은 것"이라고 밝혔다. 

노원구청 1층 로비에서 농성 중인 이상현 사무장은 "60세 이상 노동자들은 9개월 단위로 계약하며 하루하루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만 받아가며 공무원들이 해왔던 일을 대신하고 있다. 무기계약직은 호봉당 1만원씩 상승될 뿐이다. (시설공단 일반직으로 전환해 달라는) 우리 요구가 이렇게까지 지탄받을 일인가"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편 노원구서비스공단 노동자들이 소속된 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은 29일 오승록 노원구청장과 최동윤 전 노원구서비스공단 이사장 등 6명을 "노동조합 와해 문건작성 및 실행' 및 '초과근무 미부여 등 불이익취급'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부당노동행위 위반 혐의로 서울북부고용노동청지청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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