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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코로나192669화

발길질 당하는 동양인... 한국 정부가 힘써야 할 'K 밖 방역'

코로나19로 증폭된 동양인 혐오, 자국민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등록 2020.06.29 07:56수정 2020.06.3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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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3일자 네덜란드 공영방송 NOS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인터뷰. Y씨는 네덜란드에서 인종차별에 관한 인식을 높이고자 자신의 피해를 공론화하고 있다. ⓒ 네덜란드 공영방송 NOS의 공식 인스타그램

 
최근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고조된 반중감정이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로 이어지고 있다. 유럽에서도 올해 아시안 혐오범죄가 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네덜란드에서도 한국계 학생(16)의 피해사례가 알려져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현지시각 23일 네덜란드 공영방송 NOS의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영상에서 한국계 Y씨는 "지난 21일 '암적인 망할 중국인 xx'이라며 시비거는 무리의 소년들에게 항의하자 폭행당했다"라며 "이런 일들이 (최근) 내게 더 자주 일어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 이상 참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폭행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고, 네덜란드에서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폭행당하는 영상을 본인이 직접 공개했다고 한다. Y씨가 발길질당하는 장면이 담긴 이 영상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후 조회수 63만을 돌파하며 네덜란드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3월 한달간 아시안계 향한 폭력 298건... "더 이상 참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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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보이스 유럽이 아시안 혐오범죄를 전담하는 핫라인 설치를 요구하는 청원운동을 벌이는 모습. ⓒ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19가 심화시킨 아시안 인종차별로 유럽지역 아시안 커뮤니티에도 고민이 깊어진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한인사회도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유럽거주 아시안계의 인권옹호단체 '아시안 보이스 유럽(Asian Voices Europe)'은 3월 한 달간 진행한 자체 설문조사 결과, 언어-물리적 폭력 등 총 298건의 사례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5월 14일부터 아시안 혐오범죄를 전담하는 핫라인 설치를 요구하며 온라인 청원운동을 벌였고 서명자 수가 1400명을 돌파했다(청원사이트 바로가기). 이 단체가 공식 페북페이지를 통해 청원대상인 독일 연방반차별기구와의 면담 결과를 밝힌 바에 의하면, 연방반차별기구는 핫라인 설치 요구에 대해서 취지에는 충분히 동의하지만 설치를 결정할 행정적 권한이 부재하다고 밝혔다고 한다.

연방반차별기구가 활동의 법적 근거로 삼는 독일의 '일반평등대우법(Equal Treatment Act)'은 직장에서의 인종차별은 물론 식당, 상점, 은행 등을 포함하는 소매업과 서비스업종에서의 인종차별 이슈를 다룬다. 하지만 길거리에서의 인종차별 등은 이 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기관은 위에 해당하는 사례에 관해 피해자에게 법률상담을 지원해오고 있지만, 심리상담 등 기타 지원은 다른 관련 단체로 안내해주고 있다.

아시안 보이스 유럽은 독일 연방정부산하 '이주, 난민 통합위원회', EU의 '평등위원회', 경찰 '다양성 담당국' 등과 소통하며 아시안 커뮤니티에서 토론을 통해 만들 예정인 구체적인 경찰 가이드라인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베를린에 기반한 성폭력 피해자 지원 비영리단체 '미투 아시안즈(‎Metoo Asians‎ e.V.)' 및 아시안의 존엄을 뜻하는 '디그너티 포 아시안(Dignity For Asians)' 등 인권단체들과 연대하는 가운데, 녹색당이 주최한 반인종차별 웹 세미나에도 참여해 아시아인을 향한 인종차별에 목소리를 높여왔고, 향후 이 주제와 관련한 체계적인 웹사이트 구축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미투아시안즈는 성폭력과 인종차별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판단 아래 지난 5월부터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 "인종차별이 바이러스다 (Rassismus ist ein Virus)"를 벌여오고 있다. 지난 4월 발생한 베를린 한인 유학생부부 인종차별 사건을 계기로 시작한 이 캠페인은 아시아인 인종차별에 대한 베를린 시당국의 책임있는 성명 발표와 향후 사건 발생에 대비한 경찰의 대응 매뉴얼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7월까지 진행할 예정이고 인종차별문제에 관심있는 이라면 누구나 그룹 참여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독일정부는 지난해 10월 반유태주의 성격의 할레(Halle) 시나고그 공격사건과 올해 2월 하나우(Hanau)에서 반아랍 및 반이민 성향의 공격으로 연달아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함에 따라, 대책 중 하나로 메르켈 총리가 주재하는 통합 정상회의를 구성하고, 올 5월 20일 첫 회의를 열었다. '우익 극단주의 및 인종주의 대응 내각위원회'라고도 불리는 이 회의는 현 내각의 장관들로 구성되었으며 내년 3월말까지 구체적인 대응정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정책에 아시안계의 목소리를 담아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독일 정계에서는 아직 코로나 시국에 벌어진 자국내 아시안 인종차별에 대해 공식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인종차별에 침묵하는 정계... 학계의 반인종차별 성명은 관심 못받아
 

박노자 교수가 쓴 '아시안 이민자들을 향한 인종주의'라는 제목의 기고글이 노르웨이 <다그스아비센 Dagsavisen>지에 6월 23일 게재되었다. ⓒ 박노자

 
아시안 인종차별에 반발해 유럽내 학계의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노르웨이 <다그스아비센 Dagsavisen>지에는 오슬로 대학에서 한국학을 강의하는 박노자 교수가 쓴 "아시안 이민자들을 향한 인종주의"라는 제목의 글이 지난 23일 게재됐다. 그는 5월 25일 자신이 속한 유럽한국학회(AKSE)와 유럽일본학회(EAJS)가 유럽거주 아시아계 이민자들에 대한 편협된 매체 선전과 각종 일상적 핍박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채택한 바 있으나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며 이 성명서를 요약한 서한을 보내게됐다고 밝혔다.   박노자 교수는 기고글에서 우선 최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이민자들이 직면한 인종차별이 가시화되고 있는 현실에 관해 성명서를 낸 것을 언급하며 "노르웨이의 상황은 상대적으로 낫지만 독일, 영국 등지에서 아시안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길거리에서 코로나바이러스로 놀리거나 침을 뱉거나 물리적 폭력을 가하거나, 심지어 주요 공공 서비스까지 거부하는 사례들이 수백 건 기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런 새로운 반아시안 인종주의 물결의 배경으로 "이유는 다층적이지만 한국학회 성명서가 강조했듯이 코로나 위기를 보도하는 언론에게 큰 책임이 있다"라면서 "미디어가 모든 정부의 역할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의 모든 책임을 중국으로 돌리다보면, 외국인혐오만 부추기고 사태에 대한 비판적 인식 형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교수는 이어서 "우리는 '중국인 바이러스'라는 용어가 외국인혐오 프로파간다일 뿐 정당한 비판이 아니라고 믿는다"며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사실은 유럽의 수많은 사람들이 중국 정부와 중국 시민들간의 차이, 중국인과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안들의 차이를 구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는 세계무대에서 큰 패권을 잡고 있는 미국과 이에 대항하는 중국간의 치열한 경쟁속에서 살고 있다"라며 "현재 미국은 제국주의 역사에서 비롯된 추한 편견들을 동원해 전 세계적인 반중국전선(global anti-Chinese front)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유럽의 미디어는 이런 전략을 지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노자 교수 "한국 정부라도 강력하게 촉구해야"
 

아시안 인종차별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박노자 오슬로대학 교수 오슬로 대학에서 한국학을 강의하고 있는 박노자 교수는 유럽한국학회 (AKSE) 성명서를 포함, 유럽 현지언론등에 기고하며 유럽거주 아시안계을 향한 인종차별에 맞서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 박노자


박노자 교수는 네덜란드의 한국계 학생 폭행사건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인도네시아를 300년간 식민지배했던 네덜란드가 제대로 된 국민적 반성을 하지 않았고, 식민지 통치기에 잠복했던 편견들이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된 우파 언론의 반중국 선전 속에서 다시 깨어난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이런 사태에 직면해 네덜란드 정부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여 혐오범죄의 근절을 호소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아시아계 소수자들의 안전에 거의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아 분노스럽기만 하다. 또한 한국 정부라도 이런 사태들이 일어날 때 '거주 동포 안전을 위한 대책'을 강력하게 촉구해야 한다"며 네덜란드 정부와 한국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박노자 교수는 "만약 네덜란드국적자들이 한국 국내에서 이런 일을 당했다면 네덜란드 정부는 분명히 강력한 요구를 했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도 국제법과 전례대로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노자 교수는 필자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관련 국제법의 예로 유엔 총회가 1992년 12월 18일 채택한 '소수자 권리에 대한 선언문'을 언급했다. 그는 "자국민의 안전을 자국민이 현재 체류하는 국가의 당국에게 요구하는 것은 국제 외교의 관례"라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유럽 각 정부에게 교민들의 안전 보장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 이외에도 "혐오범죄에 대한 신속 대응, 엄중 처벌, 교육시스템을 통한 혐오방지 교육 프로그램 강화 등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유럽한국학회의 회원은 약 500명이며 일본학회는 약 2천 명"이라며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 범죄가 가시적으로 폭증해 동아시아로부터의 동료들의 초청도 이제 안심하고 하기 어렵게 됐다"라고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참고]
-
유엔 고등인권판무관의 사이트에 게재된 소수자권리선언문 
- 코로나19시국의 아시안 인종차별에 관한 유럽한국학회와 유럽일본학회 성명서 전문
#박노자 #아시안보이스유럽 #ASIANVOICESEUROPE #인종차별 #미투아시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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