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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급 시간표 잔인"... 특수교사의 '속앓이'

[릴레이 기고 : 코로나 시대 교육을 말하다] 특수교육은 누가 하나

등록 2020.06.27 17:22수정 2020.06.2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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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이 변하고 있습니다.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부분에서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도 변해야 합니다.  이에 현장 교사들이 진단하는 학교 교육의 문제점과 나아갈 바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실천교육교사모임 소속 교사들의 제안을 담은 현장 이야기를 싣습니다.[편집자말]
온라인 개학에서 출석 개학으로 변경되고 특수교사 밴드에서 특수교육 현장이 어떤지 묻는 질문에 일반 학교 내 특수학급 교사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지금 특수학급의 시간표는 잔인합니다. 전교생 동시 등교하지 않고 부분 등교를 하는 상황에서 학년 반과 학업 수준이 다양한 학생을 지도하는 특수학급은 시간표 조정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등교한 학생과 원격수업하는 학생을 동시에 지도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아이마다 학습 내용도 다른데 특히 집중이 약한 학생들을 같이 지도해야 할 때는 학습효율이 매우 낮아집니다. 

원격 수업을 하는 우리 학생 중에는 과제 수업을 스스로 하기 힘들어서 과제 수행하는 것을 보고 지도와 피드백이 가능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는 더욱 곤란합니다. 시간표를 최대한 조정하려고 하지만 등교 방식이 바뀌면서 여러 번 시간표를 바꿔서 더 이상 통합학급에 시간표 변경을 요구할 수도 없어요. 

급식 지도가 필요한 학생이 있어도 급식도 순차적으로 이뤄져서 지원이 필요한 학생의 점심시간이 다른 학생의 수업 시간과 겹쳐 버렸습니다. 식사 지도는 아예 못하고 급식 시간에도 수업이 꼬리를 물어서 점심 먹을 틈 없는 날도 많습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장기간 버텨야 하는데 이런 상황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에게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처음엔 의문이 들었습니다. 2달여간 하면서 적응이 되니 어느 정도 성과가 보여요 갑자기 닥친 일이지만 개인적으로 연수도 하고 학교에서 기자재를 구입해 주고 이렇게 밴드를 통해서 정보도 나누고 모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특수학급 교사입니다. 긴급돌봄, 돌봄교실에서 매일 특수학생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건건이 문의하고 심지어 수업 중인데도 찾아와요. 돌봄이 운영되는 과정에 특수교육대상 학생에 대한 준비가 없고 실제로 특수학급 교사에게 상당 부분을 의지하고 있어요. 그나마 돌봄에서 특수학생을 돌보는 건 못하겠다고 특수교사에게 아예 돌봄교실에 상주하길 요구하거나 관리자가 나서서 특수학급에서 돌보라고 하는 경우도 있어요. 특수학급은 돌봄으로 인해서 교육이 위협받고 있어요."


"아이들을 지원하는 것을 주 업무로 하던 보조 인력은 아이들이 순차등교를 하면서 업무가 없는 날도 많습니다.


다른 공무직들은 가능한 품의는 물론이고 청소조차 할 수 없는 규정이 있어요. 특수교사는 원격과 출석 수업을 동시에 준비하면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실제로 꼭 필요한 지원은 받지 못하고 온라인 상황에는 오히려 보조 인력이 업무의 부담이 돼 무척 곤란합니다. 온라인 개학 상황에서는 보조 인력의 역할을 다르게 정할 수 있는 유연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학대의 위험이 커지는 경우도 있었어요. 매일 학교에 오면 등굣길에 아이도 부모님도 볼 수 있어 마음과 신체적인 상태도 살펴볼 수 있는데 주 1회 등교라서 살펴본다고 해도 놓치는 부분이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 다행히 학교에서 가족 지원 프로그램으로 주 1회 2시간 더 올 기회를 만들어 주셔서 어머니도 좋아하고 아이의 상황을 살피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마스크를 안 쓰는 친구가 등교하는 날이면 특히 학생 수가 많은 일반 학급에서는 전염 또는 감염될 우려가 높아 고민이 많이 됩니다. 가정에서 원격 수업이 어려워서 학교에서 대면 교육이 필요한데 학생이 마스크 안 쓰려고 해서 상대적으로 학생 수가 적은 특수학급에서 종일 데리고 수업하라고 요구받기도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특수교육은 곪고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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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4차 등교 수업이 시작된 8일 오전 대전시 서구 도안동 도솔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손 소독제를 바르고 있다. (기사와 사진은 관련이 없습니다.) ⓒ 연합뉴스

 
2004년 특수교육보조원, 2005년 특수교육 방과후학교/종일반이 운영된 이후 특수교육 현장 중 특히 일반 학교에 설치된 특수학급에서 근무하는 특수교사의 경우 특수교육과 교육과정 운영 및 평가, 통합교육 지원, 특수학급 체험학습 및 통합학급 체험학습지원, 보조 인력 운영, 특수교육대상자 선정배치, 학부모 상담 및 교육뿐 아니라 치료지원을 비롯한 방과 후 운영 및 학생-강사 관리, 종일반 운영 및 학생-강사 관리 등에 관한 행정업무는 물론 때로는 실제 통합학급 내 학생 지원 및 보육 실무까지 다 살피는 등 업무 부담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었다.

그 결과 현재 특수학급은 학급 업무만으로도 한 학교 단위 업무처럼 종류가 다양하고 범위가 방대하게 얽혀 있다. 사실 대학에서 배운 특수교육 관련 이론부터 지금 특수교육을 총괄하는 법률에 이르기까지 이론상의 특수교육은 팀으로 이뤄져야 하고 특수교사와 더불어, 학부모, 통합학급 교사, 관리자, 학교 심리상담가, 치료 전문가, 의료전문가와 협의하고 자신의 전문을 살린 업무를 나눠서 분담하는 것으로 돼 있다. 

대학교를 다니며 배운 특수교육 기본은 개별화 교육이고 개별화 교육은 팀 협력의 산물이며 계획이라고 배운 지 25년이 지났다. 실제 현장에서 특수교육을 하는 중 그런 협력의 경험은 일부분이었고 해마다 달랐다. 현장에서는 그런 협력은 찾기 힘들지만 협력이 없다고 업무가 피해 가는 것은 아니라 오히려 일반 학교 안에서 "특수교육" 하나의 업무를 맡고 있다고 특수교육과는 별개인 다른 업무들까지 얹어서 업무분장을 받는다. 특수교사 1인에게 쏟아지는 업무의 양은 늘어가고 있다. 

그나마 가끔 매우 협조적이신 학부모와 통합학급 선생님을 만나면 심리적 부담은 줄어들지만 슬프게도 협력의 양만큼 업무가 늘어나는 것은 감수해야 했다. 책임지고 선택권을 주는 지원해주는 상부 기간의 행정은 적고 책임지고 알아서 대비해야 하는 일들은 갈수록 쌓여 갔다. 협력하고 고민해서 대처한 일부 지역은 다양한 효과를 얻고 있다. 

그나마 협력하고 지원해주는 시스템 없이 견뎌오던 일반 학교 내 특수교육은 코로나로 인해서 곪고 터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요즘 코로나 이후의 교육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토론회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은 코로나 이후의 교육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무섭게 전파되는 시기를 거치면서 일반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가 원격 교육과 학생 관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수많은 업무를 중지하거나 축소했고 방역을 위해 인력을 지원해 주고 원격 교육을 위한 물품을 지원해주고 끊임없이 방역 매뉴얼을 제공하고 원격 교육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주었다. 

그러나 현장 교사들은 아직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어서 교육 당국은 요구에 맞춰 지원의 규모와 내용을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특수학급 교사들은 특수교육 대상 학생에 맞는 원격교육자료 제작 방법도 개인적으로 찾아서 해야 한다. 

일부 학교는 특수학급을 제외한 일반학급만 장비를 지원하고 오히려 방과후 학교, 돌봄교실, 긴급돌봄, 방문, 재택교육까지 실시할 것을 요구받으면서도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특성을 고려한 감염 방지 매뉴얼조차 받지 못하고 오히려 이중삼중으로 커지는 지원요구를 받고 있다. 오히려 원격교육이 어려운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교사들이 원격교육이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더 힘을 쏟아 지원을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코로나 이후의 특수학급으로 대표되는 일반 학교 내의 특수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그전부터 요구되던 업무를 나누는 협력이 이뤄지는 시스템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해졌다. 그 시스템을 통해서 특수학급에서 이뤄지는 돌봄과 방과후 학교는 일반 학교 내에서 이뤄지는 돌봄과 방과 후 학교와 같이 발을 맞춰 나가고 돌봄과 방과 후 주체 기관에서 특수교육대학생에 대한 전문적인 인력을 지원 관리하여야 한다. 

또 센터의 학급 지원역량을 보강하고 특수교사가 관리하는 수많은 지원 서비스를 센터에서 일괄 관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특수교육 보조 인력 또한 원격교육 시대의 요구에 따라 융통성 있는 운영이 가능하도록 정비될 필요가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일반 학교 내 특수교육은 특수교사 개인의 노력에 맡겨져서는 안 된다. 다양한 교육과정을 한 번에 소화하는 특수교육도 살아나고 통합학급에서 이뤄지는 통합교육도 지원하는 특수학급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는 협력 시스템 기반이 만들어져야 본연의 특수교육이 변화하는 요구에 부응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서 그 상황은 더욱 절박해졌다.
#코로나 #특수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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