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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찾아라" 특수교사들 단톡방은 오전 7시부터 '띵동'

[릴레이 기고 : 코로나 시대 교육을 말하다] 3시간만에 3천명 특수교사 설문을 마치다

등록 2020.06.27 17:21수정 2020.06.2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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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이 변하고 있습니다.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부분에서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도 변해야 합니다.  이에 현장 교사들이 진단하는 학교 교육의 문제점과 나아갈 바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실천교육교사모임 소속 교사들의 제안을 담은 현장 이야기를 싣습니다.[편집자말]

개학 전의 빈 교실 ⓒ 김성훈

 
개학이 1주일 연기된 후 2주 단위로 여러 차례 다시 연기됐다. 학교는 초유의 혼란에 빠졌고 각 학교에 한 명 혹은 두 명인 특수교사들은 이 사태를 누구와 의논해 볼 수도 없이 하루하루 뉴스 화면만 들여다보며 애를 태웠다. 

우리는 각 학교에 한 명 혹은 두 명밖에 없는 특수교사. 길을 찾아야 한다. 길이 없으면 만들어 가야 한다.

실천교육교사모임 특수교사 모임 단톡방은 오전 7시부터 띵동거렸다.

"선생님, 뉴스 보도가 먼저 나가고 이후 공문은 우리랑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특수교육과 특수교육 대상자에 대한 대책이 거의 없고 부실해요."
"우리 또 2주 개학이 연기되면 어떻게 하죠? 유초중고등과 특수학교용 공문은 와도 특수학급 상황을 알고 이야기해주는 건 없잖아요."
"맞아요. 우린 일반학급 수업을 따라 갈 수 있는 아이부터 상호작용만으로도 고마운 아이까지, 아이, 가정마다 상황이 달라서 '특수학교(학급)'으로 오는 공문이 맞지 않아요."
"맞아요. 미등교 기간에 매주 주간학습 안내를 쓰라고 하는데 이미 일반 학교에서도 예전에 폐기된 문서를 작성하라는 것도, 아이마다 할 수 있는 게 다른데 일률적인 주간학습을 만들라는 것도 납득이 안 되고 그렇다고 학생별로 주간학습 안내를 만들라는 것은 수업 준비에 집중할 시간을 그만큼 허비하는 것이라 감당하기가 힘들어요. 특수학급 상황을 너무 모르는."

"아이들의 수준과 필요에 맞는 개별화된 자료를 제공해야 하는데 게다가 이번에 학교를 옮겼거나 신규발령 난 선생님은 아이들을 본 적도 없는 상태에서 가정지원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데 이를 어쩌나요?"
"온라인 개학할 것 같다는데 우리 아이들이 온라인 개학이 가능할까요?"
"초등 3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하는 일반교육 시스템으로 특수학급 아이들 원격수업하라는 공문이 왔네요. 우리 아이들이 접근조차 못 하는 경우도 있어서 보완과 지원 없이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온라인 수업이 어려운 경우, 대안으로 가정방문 순회 교육을 하라고 하는데 학부모들이 벌써 난색입니다. 특히 기저질환 있는 아이들 가정에서는 제발 오지 말아 달래요."

"순회 교육은 학부모도 교사도 부담이죠. 차라리 긴급돌봄으로 아이들이 학교 오는 경우는 교실에서 감염 예방 수칙 지켜서 개별지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온라인 수업도 어렵고,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감염 위험도 있으니 가정방문 수업도 어렵고, 학교 방문 수업도 어려울 것 같고 우리는, 우리 아이들은 어쩌죠?"
"특수교사밴드에 설문을 올려보면 어떨까요? 지금 이 답답함을 해결할 대책을 달라고. 특수학교, 특수학급 구별해서."
"온라인 개학 시 원격수업이 불가능한 아이들의 원인을 분석해서 그에 맞는 지원을 요구해 봅시다."


혼란과 걱정과 소외감을 딛고 특수교사들은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이 건강과 안전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교육이 가능한 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지원 방법과 함께 최소한의 가이드라인과 매뉴얼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테니 감염 우려를 낮추면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필요한 지원은 교육부와 교육청이 해 달라. 온라인 개학을 할 경우 특수교육대상 아동들에게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의논할 테니 교육부는 감염전문가들과 고민하고 그에 맞는 실천할 수 있도록 효과 있는 대책을 세워 달라."

이후 줌과 SNS를 이용해 수많은 비대면 회의를 거쳐 설문 초안을 만들었고, 우리는 그렇게 어둠 속에서 더듬더듬 길을 만들어 갔다.

3월 28일 오전 10시 21분. 대한민국 특수교사 밴드에 설문을 공지했다. "특수학급 학생과 특수학급 담당 교사 모두 안전하고 실현 가능한 코로나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12가지 질문"

실천교육교사모임, 전교조 특수교육위원회,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의 협조를 받아서 설문지 공지와 더불어 전국 특수학급 선생님들께 적극적으로 공유했다. 설문에 특수학급 교사만 참여할 수 있도록 까다롭게 공유했고 중복참여도 못 하게 막았다. 그럼에도 설문에 참여하는 숫자는 수 초 간격으로 올라서 실시간으로 참여 인원을 정확히 알려 줄 수도 없을 정도였다. 눈물이 핑 돌만큼 감격스러웠다. 

특수교사 설문 결과를 공개합니다

단 3시간의 설문으로 전국 특수학급 교사 1만 1477명(2019년 특수교육 연차보고서 기준) 중 28.9%인 3,321명의 교사가 설문에 참여했다. 교육부에서 다음 계획서를 곧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이 때문에 의견서를 쓰기 위해서 부랴부랴 설문을 마감하지 않았다면 참여 인원은 더 늘어났을 것이다. 그만큼 답답하고 혼란 속에서 고민하는 특수교사들이 많다는 방증이리라.

그 뜨거운 설문의 결과를 살펴보면, 정부에서 온라인개학에 대한 지원이나 기반 작업 없이 초중고등학교 공통 방식의 원격수업 중심으로 학생지원을 이야기하였으나 실제로 특수학급에서는 미등교 기간 동안 평소 소통하던 매체인 전화나 SNS를 통한 간헐적인 소통 방법을 중심으로 대부분(71.5%) 지원했고 정기적인 학습자료 및 과제물 제공 또는 교구 대여(24.8%), 온라인 과제 중심 수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됐다.

특수학급 학생들은 대부분 지원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온라인 기기를 사용할 수 없고, 지원한다고 해도 장애 특성상 기기를 통한 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동시에 수준이 다른 학생을 원격 수업으로 지원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했다. 온라인 개학을 한다고 할지라도 사실상 특수학급 교사가 정기적인 학습 꾸러미를 가정으로 보내거나 전화나 SNS를 통한 학생에 대한 직접 지원이나 학부모를 지원하는 방법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온라인 개학으로 인해서 원격수업이 이뤄지게 될 경우 그 수업 방법을 선택할 때 교육부에서 일괄적인 방법을 제시하기보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 것에 대한 요구가 높고(59.2%) 학생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협의할 수 있는 특수학급 단위의 자율권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지원 방법을 결정하는 방식에 대하여 학부모 혹은 개별화 교육지원팀, 교육청 및 특수교육지원센터와 협의해 결정(78.7%)할 수 있길 바랐다.

특수교육대상 학생은 원격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화상통화가 가능한 기기와 인터넷 환경의 기반이 조성돼야(54.8%) 하고 그런 기반이 갖춰졌다고 할지라도 가정에서 지원해줄 인력이 필요한 경우(80%)가 많다.

원격수업으로 지원할 수 없는 학생의 경우 순회 교육을 교육부에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가정방문이 이뤄질 경우 발생될 수 있는 여러 문제를 예방할 방안이나 가정방문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에 대해서 기준과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완책을 세운 후에 가정방문을 통한 지도가 이뤄지길 원했다.

원격수업으로 지원할 수 없고 가정방문을 통한 지원도 하기 힘든 학생의 경우 다른 대안으로 개인별 시차를 둔 출석 수업을 하게 된다면 교사와 학생의 감염예방책을 충분히 마련하고(83.5%) 안전한 등교(64%)와 학생의 수업시수 조정, 교사의 과도한 시수 운영을 방지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었다.

당시 특수학급 교사들이 교육부가 시도하는 "온라인 개학"과 관련해 대부분의 교사인 88.6%가 특수교육대상 학생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고 교육부 대책이 적절하다고 느끼는 교사는 2.9%에 불과했다.
#코로나19 #특수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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