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미 공군의 북한 지역 화염 공격의 실상

북한 주요도시에 미 공군이 정밀공격, 민간인 피해도 컸다

등록 2020.06.29 11:30수정 2020.06.2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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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 8. 19. 미 공군 B-29 폭격기가 청진의 공장지대를 맹렬히 폭격하고 있다. ⓒ NARA/박도

  
'한국전쟁 70주년'인 현재 한반도는 전쟁을 일시 중단하고 적대 또는 무력행위를 일시적으로 정지한 정전상태다. 한반도는 정전협정이 유지되면서 평화협정이 언제 어떻게 맺어질지 가능성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 전쟁은 승패가 가려지지 않으면서 그 전쟁의 책임이나 보·배상 문제 등은 전면 보류돼 있다. 이 전쟁은 여전히 논란이 많아 앞으로 여러 각도에서 점검돼야 하고 그에 따른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역사적 과제로 방치돼 있다. 한국전쟁은 특히 민간인 피해가 컸다는 점에서 이 부분을 살필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향후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 안 된다는 지상 명제를 모두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전쟁은 미국이 1945년 세계 2차 대전 종전 이후 승리하지 않고 휴전했던 최초 전쟁이라고 하지만 당시 북한 도시들이 입은 공습피해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일본 도시가 공습으로 입은 피해보다 더 심각했다. 미 공군은 한국전쟁 3년 동안 평양 등 북한의 주요 도시들 대부분을 네이팜탄과 소이탄 등을 투하해 철저히 파괴했다. 미 공군의 B-29 폭격기 등은 1950~1953년 한국 전쟁 기간 북한 전역을 폭격해 전체 건물의 85%를 파괴했고 주요 댐도 파괴해 주민들을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게 했다.

극동공군(FEAF) 소속 폭격기들은 한국 전쟁 개전 초 전쟁 수행에 긴요한 산업 시설이나 철도와 같은 교통 통신 수단 등에 대해 정밀폭격을 했다고 했지만, 실제론 거의 무차별적인 폭격이 이뤄졌다. 2차 대전 당시 독일과 유럽에서 융단폭격이라고 일컬어지는 식으로 야만적인 폭격이 광범위하게 실시돼 대규모 민간인 살상 등이 초래되자 비도덕적이고 비생산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이에 미 공군은 채택한 정밀폭격을 공격 원칙으로 채택했다. 북한 군수시설 등은 인구밀도가 높은 주요 도시에 세워져 있어 미군 폭격 시 많은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중공군 참전 이후에는 이 원칙이 실질적으로 폐기됐다.

1950년 11월 맥아더 사령관은 강계, 신의주와 수 개의 작은 도회지를 화염 공격하는 방안에 동의했다. 미 공군은 그 당시 북한의 모든 도시와 부락, 공장, 건물, 통신 시설 등은 파괴하라는 명령을 하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따라 11월 5일 22대 B-29가 강계에 출동해 이 도시의 75%를 파괴했고 그 후에도 여러 도시에 대한 공격이 실시됐다. 1951년 8월 한 종군기자는 '압록강과 평양 사이는 철저히 파괴돼 도회지는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살았던 곳은 철저히 파괴되고 굴뚝만 남아 있어서 마치 달나라를 여행하는 것 같았다'라고 썼다. 종전 당시 북한 22개 주요 도시는 대부분 60~95% 정도 파괴된 것으로 미 공군은 평가했다. 중공군이 참전하자, 맥아더는 중국과 북한의 접경인 만주 부근에 34개 핵폭탄을 투하해 최소 60년 동안 북한 남침이 불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미 정부에 요구하다가 경질됐다. 

미국, 한국전쟁 당시 협상력 높이려 북한 지역 시설물 공격

1953년 5월 미군 폭격기들은 정전협정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북한 지역에 있는 수력발전 시설이나 관개용 댐을 공격해 농지에 홍수가 나거나 작물을 파괴했다. 특히 독산댐, 자산댐, 구원가댐, 남시댐 등을 공격해 수 백 만 명의 북한 주민이 굶주리게 만들었다. 북한에 대한 화염 폭격을 멈출 즈음에는 미군 폭격기들이 목표물을 찾기 어려워 개천에 놓인 작은 다리를 폭격하거나 바다에 폭탄을 버리기도 했다.


미 공군은 한국전쟁에서 3만 2557t의 네이팜탄을 포함해 모두 63만5000t의 폭탄을 투하했다. 이는 미국이 2차 대전 당시 유럽에 106만t을, 태평양전쟁 때 일본에 투하한 16만t을 포함해 총 50만t을 투하한 것과 비교된다. 참고로 미국이 참전해 폭탄을 가장 많이 투하했던 국가는 캄보디아 50만t, 라오스 2백만t, 남부 베트남 4백만t이었다.

한국전쟁 중 남한 민간인 피해는 모두 99만968만 명으로 이 가운데 37.7%인 37만3599명이 사망했다. 북한에서 발생한 민간인 피해는 1백50만 명으로 알려져 있지만, 북한 당국은 사망자를 별도로 밝힌 바가 없다. 그러나 미 국방부 등이 추정한 북한군 사망자는 21만~31만 명이다.

미국이 1950~1953년까지의 한국전쟁 때 실시한 북한 지역에 대한 화염공습으로 북한 민간인 99만5000명(최저 64만5천~150만 명)이 사망했으며 이는 세계 전쟁사에서 가장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초래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북한 민간인 사망자를 99만 5천 명으로 추정할 경우에도 세계 주요 전쟁에서 발생했던 사망자 수를 능가한다. 즉 2차 대전 당시 독일에 대해 연합군이 실시한 화염공습으로 민간인 40만~60만 명이, 일본에 대한 화염 공습과 핵무기 투하로 33만~90만 명이 각각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945년 3월 9~10일 일본 도쿄에 화염 공습을 실시해 민간인 10만 명이 죽고 1백만 명 가옥을 불태웠다. 또한 인도차이나에서 1964~1973년 동안 실시된 여러 작전으로 발생한 민간인 사망자는 12만1천~36만1천 명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와 같은 여러 지역에서 발생한 민간인 사망자 수는 그 비극이 발생할 당시 전체 인구와 비교하면 북한 경우가 가장 심각했다. 즉 북한은 1950년 당시 전체 인구가 970만 명이었고 2차 대전 종전 당시 독일 전체 인구는 6500만 명, 일본은 7천 2백만 명이었다.미 공군이 북한 지역에 실시한 화염공습은 2차 대전 당시 유럽과 일본에서 자행된 방식이다. 단 20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행해지는 공습으로 전체 도시가 약 1500~2000°C의 고온 속에 불타는 화재 폭풍에 휩싸이게 했다. 즉 강력한 폭약으로 건물을 파괴하고 네이팜탄과 다른 소이탄으로 거대한 화염을 일으켜 소방관들이 불길을 진화하지 못하도록 질식시키는 방식이다.

그러나 2차 대전 종전 후 화염공습 방식이 민간인에게도 사용되는 것은 군사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전후 활용 가능한 자원을 불태워 비생산적이고 세계 보편적 개념인 도덕률에 반하는 것이란 비판을 받았다.

전쟁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2차 대전이후에는 잠시 부각됐고 한국 전쟁 발발 초기에 미국은 민간인도 살상하는 전면전 형태인 화염공격을 금지했었지만 개전 5개월 만에 중공군이 참전해 미군 등이 철수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이를 번복했다. 미 공군은 북한 지역에서 군대, 보급, 군수공장과 통신 시설, 은신처로 사용 가능한 모든 건물을 포함한 모든 목표물을 파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미국은 2차 대전 종전 후 독일에 대한 화염공습에 대해서는 1000명에 달하는 조사단을 현지 파견에 정밀 조사해 미국의 독일 현지 공장 피해 등에는 배상을 했지만 일본과 북한 지역에 실시한 동일한 공습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사 등을 실시하지 않았다.

미국의 역사학자 브루스 커밍스는 한국전쟁은 미국이 타민족에게 가한 가장 극단적인 폭력의 하나인데도 미국인들이 그 사실을 거의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군은 1958~1990년까지 남한에 수백 개 핵폭탄을 배치하고 북한의 침공 초기에 사용한다는 계획을 세워두었다. 북한이 한국전쟁에서 겪은 공습에 대한 피해와 공포는 결국 북한이 핵 보유를 시도한 원인의 하나가 됐다는 식의 견해도 있다.

미국 대통령 등이 북한 선제공격을 위협하는 발언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한반도 특성상 남북한 주민들이 인명 피해를 볼 가능성을 고려할 때 이는 대단히 부적절한 일이다. 남한 주민 5천만 명, 북한 2천 5백만 명의 인명 피해 가능성을 상정한다면 감히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 한미동맹 관계가 엄존한다 해도 한국 정부가 그런 발언이 나오지 않도록 안전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프레시안에도 실렸습니다.
#한국 전쟁 #625 #전쟁 #미군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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