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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충분히 있는데 왜 사교육에 의존할까

[릴레이 기고 ; 코로나 시대 교육을 말한다] 문화-예술-체육 사교육은 국가에서 책임져야

등록 2020.07.01 12:44수정 2020.07.01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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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이 변하고 있습니다.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부분에서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도 변해야 합니다.  이에 현장 교사들이 진단하는 학교 교육의 문제점과 나아갈 바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실천교육교사모임 소속 교사들의 제안을 담은 현장 이야기를 싣습니다.[편집자말]
큰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일 때이다. 서울 송파구의 부촌에 어쩌다 살게 되었다. 순전히 나의 병적인 불안감에 아이들 안전을 위해 선택한 지역이었는데 얼씨구나, 돌봄교실이 신설된 지 2년이 되었는데 신청자가 전교에서 단 2명이었다. 방과후 수업도 학교위치 덕분에 강사선생님들 수급이 쉬웠는지 다양하고 획기적인 수업이 많이 개설되어 있었다.

그때 큰 아이는 학원을 보내지 않고 아이에게 공부에 대한 호기심과 실력과 아동기의 행복감과 여유를 선물하겠다는 엄마의 호기로운 육아방침으로 참 삶이 여백이 많은 아이였다. 허나 돌봄교실에 친구가 없으니 평소에도 친구가 없는 상태라는 아쉬움이 있었고, 불안감 충만한 엄마라 그 시간을 견디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아이는 아이대로 돌봄교실에서 놀다가 너무 심심해서 스스로 도서관 책을 몽땅(본인 기억으로는^^) 읽는 호사를 누렸고, 그때 방과후 수업에서 주산과 무려 검도를 신청해서 저녁에 수업을 받았다. 더 재밌는 것은 시내라 멋진 수업 개설에도 신청자는 별로 없다는 것이다.

주산 선생님과 큰 아이의 인연,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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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의 한 초등학교 등교 모습. 학생들이 유도표시를 따라 교실로 향하고 있다. 지난 6월 20일 고3에 이어 6월 27일에는 고2, 중3, 초1,2 학생들이 등교수업을 시작했다. ⓒ 권우성



아무 학원도 다니지 않는 큰아이는 개별지도를 받는 주산 시간이 너무 재밌있어 연세가 있으신 남자 선생님의 애제자가 되었고 엄청난 속도와 집중력으로 주산 암산 책을 섭렵하는 모습을 보여드려 그분의 유일한 기쁨이 되어 드렸다.  그 남자 선생님은 심지어 2학년을 마치고 전학을 갈 때는 이사가는 곳과 가까운 곳에서 만나서 매주 가르치고 싶다고까지 하셨다. 문득 아이도 기특했지만 선생님도 그 동안 얼마나 제대로 가르치는 기쁨을 누리지 못하셨던가 싶어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 선생은 안다. 더 가르치고 싶은 아이를 만났을 때의 기쁨을 말이다.

방과후 수업도 마찬가지지만 떠돌이로 수업을 하시게 될 때보다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그 수업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과 환경이 허락된다면 정말 훌륭한 선생님과 알찬 수업이 특히 우리나라는 많다.

그 공간, 그 행정시스템을 잘 갖춘 상상속의 방과후 수업 시스템을 이뤄낸 학교 이야기를 지난 주말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다 기사로 읽게 되었다. 충남 청양에서 세학교를 통폐합 하면서 기숙형 공립중학교로 통폐합하고 방과후 수업을 다양하게 도시에서 접할 법한 것들을 제공하는 학교였다.

그 내용을 다른 말로 바꾸어. 주변 두 세개의 아동 청소년들의 방과후 수업 수요를 만족하기 위하여 "청소년 문화의 집"을 만들고( 다른 이름으로는 "청소년 수련관", "지역아동센터". "주민센터의 2층공간" ,"재건축한 관공서의 모든 잉여공간") 상시적으로 저렴한 교육비로 주변 20만원을 호가하는 학원개설과목을 개설해 준다면 (국영수사과 말고~~) 충남까지 전학을 각오하고 전화로 문의하는 학부모님들이 충분히 안심하고 아이들의 삶의 여백을 기다려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게 나의 공상이고 상상이고 소망이다.

나는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을 지지하기는 하지만, 국가적 지원의 사교육을 많이 해 주었으면 하는 사람이다. 문예체(문화/예술/체육) 위주의 사교육이 국가적으로 풍성하게 아이들에 쏟아질 때 삶이 더 부드러워지고 인간으로서의 존귀함이 더 살아나고 다양한 의미의 깊은 학문을 할 수 는 발판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고 있고 실제로 그러하다.

학교에 이미 충분히 있는데 왜 굳이 더 많은 돈을 들여 사교육기관으로 가는 걸까? 모두 다 아는데 왜 알면서 못하는 것일까? 코로나로 인해, 줄줄이 문을 닿거나 휴교를 하는 문화/예술/체육관련 사교육 선생님들께도 이렇게 아이들이 줄어들면 결국 유지조차 어렵다는 뼈아픈 경험을 하고 계실 것이다. 그 학원들을 통폐합해서, 정부가 지정하는 작은 청소년 문화의 집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윤을 줄여가고 우리 아이들의 영혼과 몸의 건강을 위해 누구라도 곁을 좀 내 주시길 간절히 바래본다.

막내 아이는 요즘 부쩍 살이 쪄서 새롭게 체육 사교육 중이다. 큰아이때부터 태권도, 검도, 축구, 심지어 철인3종까지 골고루 시켜봤지만 가성비가 가장 좋은 운동이 지금 막내가 하고 있는 줄넘기다. 다달이 들어가는 교육비 외에 덧붙는 비용이 없다.

한시간 내내 땀에 흠뻑 젖어 돌아오면서 아이는 엄마에게 못다한 수다를 셔틀을 타고 오가는 내내 연세가 지긋하신 태권도 원장님께 쏟아놓고는 심지어 버스를 내리는 순간까지도 멈추지 않고 이야기를 재잘거린다. 그런 막내를 어여삐 보시고 쓰다듬어 주시고 어떤 때는 번쩍 안아도 주시는 어르신이 있다는게 참 좋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사교육까지 국가적 시스템으로 지원하고 자리 잡게 하는 것은 토론이 필요한 일이겠지만, 문화/예술/체육의 사교육을 국가에서 제공하는 당연한 교육서비스로 방과후에 접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코로나시대 ##방과후 문예체 사교육 ##돌봄사회 ##청소년문화의 집 ##삶의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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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경력 19년이 유일한 자랑스러움. 이것을 벼슬삼아 자부심삼아 살아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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