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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입니다, 인천공항 논란을 '로또'로 호도 마십시오

[기고] 20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정미 전 정의당 국회의원

등록 2020.06.30 09:20수정 2020.06.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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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전 정의당 의원(자료사진). ⓒ 남소연

 
최종 100대 1에 가까운 경쟁률, 만점에 가까운 토익점수로 열 번을 떨어지고도 다시 도전하는 이들, 자기 직업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으며 연봉 4500만 원에서 시작해 안정적인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꿈의 직장. 수많은 청년이 인천국제공항에 매달리는 이유다.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이런 기회를 보장할 수 있는 일자리는 과연 얼마나 될까.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첫 일성은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제로'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촛불광장에 모여든 사람들에겐 대통령 탄핵만큼이나 간절한 염원이 있었다. 누구나 일한 만큼 대접받고, 일한 만큼 쉴 권리도 있는 사회. 그래서 문 대통령이 그때 '노동존중' 정부가 되겠다고 굳게 약속한 것이다.

그 시범케이스가 바로 인천국제공항이었다. 세계국제공항이란 이름이 부끄럽게도 인천공항 정규직은 1000여 명, 비정규직은 1만여 명이었다. 즉 공항으로 온 세계인들이 만나는 대한민국 첫 노동자는, 대부분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는 비정규 노동자들이란 얘기다.

모범사업주가 돼야 하는 공공부문에서부터 비정규직 제로 사회를 만들겠다면서, 정부는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다양한 직군과 넘쳐나는 비정규직들 중 어느 대상을 정규직화할 것인가 기준을 정한 것이다. 결과는 상시 지속 업무와 위험 안전 업무였다. 도무지 왜 비정규직이어야 하는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었던 일자리들부터 정규직화하겠다고 정부는 약속했다. 이 가이드라인을 놓고 공공기관별로 노·사·전 협의회(노동자·사용자·전문가)를 구성해 전환방식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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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자리 많이 만들겠습니다" 2017년 5월12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뒤 첫 외부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찾았다(사진). 그의 취임 첫 일성은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제로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 연합뉴스

 
공공기관에는 소위 '총액인건비제'라는 것이 있다. 지난 2007년부터 공공기관의 효율적·합리적 경영을 위해 평가점수를 매기고, 기관별 예산을 책정해 그 안에서 인건비를 정하도록 한 것이다.

원래 임금이란 것은 노동자의 생계비를 기준으로 한다. 그런데 필요한 인력만큼이 아니라 짜인 인건비에 사람을 맞추는 형식이 되다 보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비용'으로만 처리됐고 정규직화를 꿈꾸는 것은 '하세월'이 됐다. 같은 노동자이면서도 임금노동자가 아니라 사업비 일부로 취급된 것이다. 기관별 임금 격차도 두 배나 된다.

이후 공공기관별 노·사·전 협의회는 갈등에 갈등을 거듭하게 된다. 이해관계자가 다양할 때는 확고한 원칙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관별로 어떤 직군은 정규직인데, 비슷한 일을 하는 다른 직군은 배제되곤 했다. 당연히 직접고용인 줄 알았는데 자회사로 가라고 하는 일도 있었다. 내가 20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으로 일하면서 만난 수많은 공공기관 비정규직들은 내게 "차라리 기대를 안 했을 땐 몰랐는데, (알고 나니) '희망고문'을 당하는 기분"이라고 하소연을 했다. 그리고 약 3년에 걸친 협상 끝에 오늘날 인천국제공항 논란이 있다.

사실 아닌 왜곡된 정보들, 바로잡아야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에 관련해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왜곡된 정보들이 언론을 통해 걸러지지 않은 채 떠돈다.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서 호소하는 분들이 지원하려 하는 공사 일반직과 이번에 정규직화되는 직군은 완전히 다른 직군이다. 공사 일반직 취업준비생들이 시험에 통과해서 받게 될 5급 연봉과 달리,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번 정규직 채용인원들은 기존에 받던 3500만 원에서 3850만 원 수준이 된다. 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정규직이 된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비정규직이라 하더라도 경비업무에 필요한 교육과 실습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들을 정규직화하면, 총액인건비 제한으로 인해 다른 청년몫으로 오는 일자리가 줄 것이란 얘기가 사실인지도 추가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통상 용역회사로 보내는 비용이 절감되면 오히려 그 비용으로 인건비 상승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화된 국회 청소노동자분들의 경우, 직접 고용된 뒤 임금은 좀 더 올랐지만 오히려 국회 예산에는 큰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청원과정에서 폭발한 청년들 분노는 이런 팩트(사실관계) 확인으로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사실 청년들의 청원동참과 댓글들을 보면서 가슴이 아렸다. 왜 수많은 청년들이,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저 공항공사 일반직에 몰려드는가.

사실 이번에 정규직이 된 노동자들은 수천만 원, 수억 원짜리 '로또'를 맞은 게 아니라 2~3년마다 계약갱신 불안에 떨지 않아도 될 만한 그런 일자리를 가지게 됐을 뿐이다. 그런데 왜 부당한 이득을 취한 사람으로 낙인찍히고 있는지, 그 근본 원인을 생각해 보게 된다. 문제는 청년들에게 이런 상식적인 기회가 너무나 완벽히 봉쇄돼 있다는 점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하면 굶어죽을까 걱정하면서 여기저기 알바를 두세 개는 더 뛰어야 하는 일자리, 자긍심도 미래도 보이지 않아 조만간 어디로 옮겨야 할까 마음 초조한 일자리, 이도 저도 다 사치고 그저 한 달 월세 밀리지 않으며 편의점 도시락 말고 한 끼 밥 따뜻이 먹을 수 있는 정도. 그 정도 월급이라도 받았으면 하는 단기 비정규직 일자리들. 널리고 널린 이런 일자리에서 절망적인 청년시절을 보낼 것인지, 내 모든 것을 걸고 꿈의 일자리에 진입할 것인지... 대한민국 청년들 앞에 주어진 선택지는 좁고도 좁은 것이다.

청년들의 분노 앞에서 정치권은 무엇을 해야 하나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존중사회' 선언 뒤 나는 20대 국회 때 '상시지속업무나 위험안전업무에 대해선 더는 비정규직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비정규직은 꼭 필요한 곳으로만 제한돼야 한다'는 내용의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 법률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 발의를 위해 필요한 10명 동참자를 찾기가 녹록지 않아 발의 자체도 어려웠지만, 이 법안은 발의 뒤 소위에 상정되지도, 토론도 해보지 못한 채 폐기 처분됐다(이정미 의원은 2019년 8월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4법인 '근로기준법·기간제법·직업안정법·파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이는 쟁점법안으로 분류됐고, 환노위 법안소위에도 상정되지 못한 채 계류되다가 2020년 5월 임기만료 폐기됐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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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2017년 8월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4법인 '근로기준법·기간제법·직업안정법·파견법 개정안' 등을 대표 발의했으나 상정되지 못한 채 2020년 5월 임기만료 폐기됐다. ⓒ 이정미의원

 
꿈의 일자리에 '올인'하며 인생을 취업 준비에 소진하는 청년들에게 '로또'는 아니어도 상식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 내 일이라고 생각되는 일자리, 차별받다가 구의역 김군이나 화력발전소 김용균씨처럼 죽지 않을 일자리, 그런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정치권의 노력이 멈춘 곳에서, 오늘날 인천공항 정규직화 갈등이 시작되고 폭발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불행을 겪는 청년들이 그 해결방법을 찾아 헤맨다. 인터넷상에서 불특정한 대상, 혹은 엉뚱한 대상을 향해 분노를 쏟아내기도 한다. 사실이 아니라고 '훈계'하다가 오히려 대중에게 분노의 대상이 되는 정치인도 봤다. 그럴 때 정치권과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문제의 본질을 짚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닐까.

더 심각한 것은, 이 지긋지긋한 경쟁 사회에서 끝도 없는 불평등을 감내해야 하는 청년들의 분노를 또다시 정쟁의 도구로 삼는 이들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당장 해결해 줄 능력이 없다면, 청년들 분노의 방향을 호도하지나 말아야 한다. 공정한 사회로 가기 위한 사회의 대전환은 그리 어려운 일일까. 무엇이 그 길을 가로막고 있나. 다함께 고민해봐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이정미 전 정의당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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