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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장난' 능력 선천적으로 타고 난다

[김창엽의 아하, 과학! 66] 원숭이도 '재귀적 반복' 학습 가능한 것으로 드러나

등록 2020.06.30 09:30수정 2020.07.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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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귀적 반복 능력 실험에 참여한 4개의 그룹.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짧은꼬리 원숭이, 5세 이하 어린이, 볼리비아 원주민, 미국 성인. ⓒ 스티븐 페리뇨(하버드대)

 
'너는 훌륭하다.' '네가 훌륭하다는 걸 나는 안다.' '네가 훌륭하다는 걸 내가 안다는 사실을 너의 엄마도 안다.' '네가 훌륭하다는 걸 내가 안다는 사실을 너의 엄마도 알며 할머니도 안다.'

사람은 이런 '말장난'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사람만 그럴까? 최근 미국 UC 버클리, 하버드, 카네기 멜런 대학의 학자들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의 실험에 따르면 짧은꼬리 원숭이도 이런 '말장난'을 학습할 수 있는 잠재능력이 있다.

'말장난'으로 칭했지만, 이는 언어학이나 심리학에서는 '재귀적 반복'으로 불리는 두뇌 작용의 결과이다. 재귀적 반복은 수학적 함수로도 표현할 수 있는 개념이며,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에서도 활용된다.

미국 3개 대학 공동연구팀의 이번 실험 결과는 재귀적 반복이 첫째, 타고난 능력이며 둘째, 인간 이외의 일부 영장류도 이런 능력을 선천적으로 갖고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특히 짧은꼬리 원숭이는 학자들이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실험에서 훨씬 뛰어난 재귀적 반복 능력을 보여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미국의 성인 10명과 미국 거주 3~5세 어린아이 60명, 남미 볼리비아 치마네 원주민 37명, 짧은꼬리 원숭이 3마리 등을 대상으로 재귀적 반복 능력을 시험했다. 3~5세 어린아이를 실험대상으로 한 것은 이들이 학교 등에서 정식으로 문법이나 수학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볼리비아 원주민의 경우 무엇보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아서, 컴퓨터가 아닌 다른 방식 즉 종이 카드로 재귀적 반복 능력을 테스트해볼 수 있었던 까닭에 피실험자로 참여하게 됐다. 짧은꼬리 원숭이는 인간 이외의 영장류도 재귀적 반복이 가능한지를 알아본다는 차원에서 피실험자로 포함됐다. 
 

자유롭게 나열된 괄호 기호(맨 위), 학습에 이용된 괄호 기호들.(중간) 응용돼 배열된 괄호 기호들( 아래) ⓒ 스티븐 페리뇨(하버드대)

  
실험은 단순한 편이었다. 괄호 형태의 기호, 즉 {, }, [, ], (, ) 형태를 나열하고 이를 재귀적 반복으로 묶어낼 수 있는지를 관찰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의 순서, 혹은 ({})의 순서 등은 '성공'으로 간주됐고, {[}]의 순서나 ({[)로 배열한 경우 '실패'로 판정됐다. 원숭이는 먹이 보상을 통해 잠재적인 재귀적 반복 능력의 여부를 살펴봤다.

이번 실험에서 일종의 기준 역할을 했던 성인 참가자들은 사실상 실패 없이 괄호 심벌들을 쉽게 묶어냈다. 하지만 어린아이나 남미 원주민 원숭이들도 짧은 학습을 통해 괄호 기호들을 이내 성공적으로 배열해 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국어 문법에서 재귀적 반복은 이른바 '복문' 등이 대표적이다. 하나의 문장 전체를 목적어로 삼는다는지 하는 예가 이에 속한다. 이론상으로는 복문 구조는 무한하게 확장할 수 있다. 원숭이의 두뇌 신경 구조는 인간만이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재귀적 반복을 학습하기에 부족하지 않다는 걸 이번 실험을 보여줬다고 연구팀은 자평했다. 

재귀적 반복은 물론 복문적 구조만 있는 게 아니다. 가정의 형식을 빌릴 수도 있다. 예컨대, 믿음을 준다면, 사랑을 한다면, 일할 수 있다면... 등으로 무한 확장할 수 있는 것이다.    

논문으로 발표된 이번 연구에서 공동저자인 UC 버클리의 스티븐 피안타도시 교수는 "인간은 물론 원숭이까지를 포함해 재귀적 반복 능력을 실험적으로 강력하게 보여준 것은 이번이 처음 사례"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원숭이가 인간의 여러 문법적 구조를 습득할 수 있다는 최근의 다른 연구 결과와도 부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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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이 코앞. 그러나 정신 연령은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승차 유랑인으로서 시한부 일상 탈출.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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