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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인천공항사태에는 '노동 혐오'가 숨어있다

[取중眞담] 학벌과 스펙은 '노오오력'이고 노동은 '노력'이 아닌가

등록 2020.07.02 07:10수정 2020.07.02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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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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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6월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분노엔 맥락이 있다.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둘러싼 분노에도 맥락이 있다. 많은 이들이 그 맥락으로 '공정'을 이야기한다. 애처롭지만 기자는 '혐오'를 보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노동을 향한 혐오'다.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보안검색요원들은 지난 3년 동안 비정규직으로 일해왔다. 그들은 시험 대신 노동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왔다.

이 상황에 분노하는 이들은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들의 '자격'을 이야기한다. 갖가지 근거가 제시되고 있지만 결국 좋은 대학, 갖은 스펙 등을 위한 '노오오력'을 하지 않았다는 게 핵심이다.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몸 쓰는 애들'이 '공부하는 분들'도 되기 어려운 정규직 자리를 차지해도 되냐는 것이다.

누군가는 과정의 공정도 이야기한다. 비정규직으로서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시험'이란 절차를 거쳐야 다수가 수긍할 거란다.

우리 사회에서 '3년의 노동'은 왜 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걸까. 좋은 대학, 갖은 스펙은 노오오력으로 떠받들면서 비정규직으로서의 3년의 삶은 왜 하찮게 생각하는 걸까. 여기서 말하는 시험이란 절차는 누굴 위한 걸까. 노력한 자들까지 아우르는 공정한 과정인 걸까, 아님 노오오력한 이들만을 위한 그들만의 바늘구멍인 걸까.

3년 동안 일했는데 시험에 통과하지 못해 일터를 떠나야 한다면 그 상황은 마냥 공정한 걸까. 아니, 공정을 떠나 회사에 도움이 되는 걸까. 결과적으로 '불공정의 의도'를 과정의 공정으로 포장하고 있진 않은가.

또 등장한 '떼쓰기'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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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6월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해당화실에서 1천900여명 보안검색 노동자들 직접 고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떼쓰기' 프레임 또한 등장했다. 노조 혐오를 조장하는 전형적인 주장이다. '노조가 떼쓰니 좌파 정권이 다 들어줬다'며 '로또'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처럼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심한 곳에서 비정규직을 줄이는 일은 시급한 사안 중 하나다. 2018년 11월 발표된 '우리나라 고용구조의 특징과 과제(장근호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8월 기준 1차 노동시장 근로자(대기업 정규직)는 전체 임금 근로자의 10.7%에 불과했다. 나머지 89.3%는 2차 노동시장 근로자(중소기업에 근무하거나 비정규직)였다.

또 비정규직 근로자가 3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될 확률은 2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대상 16개국 중 꼴찌였다. 가장 높은 룩셈부르크는 80%, 여덟 번째로 높은 독일은 60%에 달했다. 한국 바로 위엔 25%의 일본이 자리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계약직, 특수고용직부터 최근엔 플랫폼 노동자까지 (IMF)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비정규직 일자리가 상시·지속적 일자리를 대체해왔다"라며 "안정적이고 일정한 소득을 통해 경제생활을 영위해야 한다는 게 헌법에 보장된 가치인데 그동안 정부는 이를 방치해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적게는 100만 명 많게는 2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정된 소득을 가진 사람이 줄어드니 소비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고 그렇다보니 경제 위기는 더욱 가속되고 있다"라며 "또한 비정규직의 무분별한 확장에서 오는 인간적 권리 박탈은 높은 직장인 자살률과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직장갑질로 이어지고 있다. 국가 재난 차원의 문제라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공공부문, 그 중에서도 안전과 관련된 업무에 우선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해왔다. 어찌보면 매우 소극적인 움직임이다. 노조는 현 정부 출범 전에도, 이번 정규직화 과정에서도 목소리를 높여 왔다.

이게 떼쓰기일까? 굳이 헌법을 거론하지 않아도 노조는 한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다. 하지만 노조의 활동에는 항상 떼쓰기란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 정당한 목소리를 내도 색안경을 투과한 시선과 마주해야 하고, 1의 잘못을 해도 10의 매를 맞는다. 노조가 절대선(善)이란 말이 아니다. 최소한 절대악(惡)은 아니란 것이다. 

박 위원은 "노동자가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며 "사실 가장 많이 떼쓰고 가장 많은 정부지원금이 들어가는 곳은 기업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되돌아봐야 할 것

분노에도 맥락이 있듯, 혐오에도 맥락이 있다. 혐오하는 자를 탓하면 찰나의 혐오를 막을 수 있고, 왜 혐오하는지를 분석하면 혐오의 구조를 깨뜨릴 수 있다. 선택은 어렵지 않다. 우리가 어쩌다 노동을 혐오하는 집단이 됐는지, 정규직이 '벼슬'이 돼버린 사회가 됐는지 돌이켜봐야 하는 이유다.

왜 교사는 물론 부모의 입에서 "공부 안 하면 공장이나 다녀야 한다"는 말이 서슴없이 나오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왜 곳곳에서 "노조하면 빨갱이"란 말을 부끄럼 없이 내뱉는지 되새겨야 한다. 왜 전근대 계급사회 마냥 직업과 고용형태가 차별의 정당한 이유가 됐는지 더듬어 볼 필요가 있다.

몸을 쓰든 머리를 쓰든,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경력을 인정받았든 시험을 보고 들어갔든, 우리 중 대부분은 '노동자'로 사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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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요즘것들연구소 주최로 열린 ‘인국공 로또취업 성토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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