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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으로 돌아간 학교? 교사는 비울 준비를 했다

[릴레이 기고 : 코로나 시대 교육을 말하다] 학교 교육,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

등록 2020.07.29 13:33수정 2020.07.2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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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북구 염포초등학교 6학년 한 교실에서 교사가 모니터에 뜬 학생들의 얼굴을 보며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6월 15일부터 <오마이뉴스>에서 '코로나 시대, 교육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릴레이 기고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기획 기사의 시작은 6월 3일 오마이뉴스 '라이프 플러스'(사는이야기)팀에서 주최하는 시민기자와의 화상회의였습니다. '라이프 플러스'팀에서는 보다 생동감 있고 좋은 기사를 위해 전국에 있는 시민기자 중 화상회의가 가능하고 평소 소통을 진행했던 시민기자들과 함께 팀을 꾸렸습니다. 영광스럽게도 저도 그곳에 초대받았습니다.

많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그 중 "코로나로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가 있는데, 학교 현장은 어떤가요? 학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제가 활동하고 있는 '실천교육교사모임' 소속 선생님들로부터 다양한 학교 이야기와 대안을 들어보자고 의견이 모였습니다. 이 생각은 오마이뉴스 교육 분야를 담당하는 사회부에 전달됐고, 긍정적인 답변이 왔습니다.

저는 곧 전국의 유치원, 초·중·고 선생님들을 섭외했고 다행히 선생님들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습니다.  

"제가 기사를 쓰다니요. 글 잘 쓰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저보다 수고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특별한 글을 부탁드리는 게 아니니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선생님 반의 일상, 선생님 학교생활 속 일상을 적어주시면 됩니다. 거창한 글이 아니라 솔직하고 진솔한 글이 울림이 큰 법입니다."


기사가 하나씩 오마이뉴스로 송고되기 시작했고 6월 15일, 첫 기사 '초2학년이 지나면 막둥이는 어디로 보내야 할까요?'(http://omn.kr/1nwr9)가 발행되었습니다.

학교의 현실을 이해하게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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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7일 오전 서울 성북구 월곡초등학교에서 1,2학년 학생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미뤄진 등교를 시작하고 있다. 엄마가 학생을 교실로 들여보내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난 20일 고3에 이어 27일에는 고2, 중3, 초1,2 학생들이 등교수업을 시작했다. ⓒ 권우성

그 후 코로나 시기 초등학교 현실, 유치원, 특수학급, 원격수업, 대안학교 선생님들의 대담, 작은 학교의 필요성, 코로나 시기지만 유쾌하게 보내시려는 선생님들의 노력,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의 이야기, 과연 학교의 역할은 무엇인가? 등 다양한 기사들이 오마이뉴스에 소개됐습니다. 바쁜 가운데 써 주신 현직 교사들의 생동감 있는 이야기는 많은 분의 호응을 이끌었습니다.

저는 오마이뉴스에 실린 기사들을 '실천교육교사모임광장'에 하나씩 소개했습니다. 선생님들 반응 또한 엄청났습니다. 응원한다는 글부터 공유까지. 학교 현장에서 애쓰시는 많은 선생님의 공감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교사라면 누구나 하는 일이기에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나 내려오는 지침을 잘 지키며 견뎠던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께서 전국의 다양한 학교 상황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기사를 쓰신 선생님들은 '우리 이만큼 애쓰시니까 알아주세요'라는 마음으로 쓰셨던 것이 아닙니다. 학교의 현실을 소개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내고 싶었던 것입니다. 교육부와 지역 교육청 등 전문가들이 고민 끝에 지침을 내려보냈겠지만, 학교 현장의 상황은 조금 달랐기에 현장에서 경험하며 느낀 대안을 조심스럽게 제안했던 것입니다.
   
이 기사를 쓰고 있는 7월 28일 지금도 학교는 교육정책으로 어지럽습니다. 학생지원을 위한 예산과 지원센터 설치, 학력부족학생 별도인력지원 방안 마련, 국가적 차원의 종합계획 수립 등을 골자로 하는 '기초학력보장법안'이 논의 중입니다. 지난 6월 19일 교육부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및 돌봄교실 운영을 학교 고유사무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7월 15일에는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2021년부터 돌봄 운영을 지자체 책임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안타깝지만 7월 말, 지금도 코로나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 대한 강한 의문이 공론화되었습니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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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9일 오후 서울 성동구 무학여고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방역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코로나19 관련 등교개학 준비상황을 점검했다. 학교 현관에는 등교하는 학생들이 교실로 가기 전 발열체크를 하기 위해 이동하는 통로가 설치되어 있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발자국 스티커가 바닥에 붙어 있다. ⓒ 권우성


"학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지금의 학교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학교는 과연 필요한가? 학교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어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니 학교가 5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아요. 아이들의 호기심과 탐구심을 키울 수 있는 수업을 연구하며 진행했는데, 온라인 수업을 하니 짧은 시간, 설명을 잘하는 쪽으로 연구하고 있어요. 짧은 화면을 통해 핵심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회의감이 들어요. 저는 학교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자양분을 제공해주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아이들을 만나왔어요. 하지만 지금은 관계할 수 있는 과정 자체가 없어졌어요. 오직 지식을 전달할 수밖에 없어요. 코로나가 사라진다면,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수업이 가능해질까요?"

학교 교육에도 유행이 있습니다. 협동학습, 거꾸로 교실, 배움의 공동체, 회복적 생활교육, 대안학교, 혁신학교, 전문적 학습 공동체 등 유행이 있어 왔습니다. 좋고 나쁨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모든 것들은 그 시기에 필요한 것이었고 교육에 대한 고민 끝에 나온 대책이었습니다. 문제는 새로운 유행이 돌 때마다 그것이 교사와 학생, 학교의 자발성이 아닌, '일'로 내려왔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하면 좋아진다'가 아니라 '이것을 해야 한다'는 강요된 변화가 많았습니다. 필요에 의해 스스로 하는 것과 시켜서 하는 것은 다릅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면 일을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꼭 해야만 하는, 학교에서만 할 수 있는, 아이들의 성장을 조력하는 일 외의 일들은 과감히 덜어내야 합니다. 비워야 채울 수 있습니다.

평교사들의 이야기로 한국교육이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교사 집단이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같은 교사지만 파렴치한 교사들을 보며 부끄러움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선생님도 많이 계십니다. 성장을 위한 교육이 이뤄지기 힘든 현실임에도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만나는 선생님들도 많이 계십니다. 그분들이 열정을 잃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학교에 대한 불신감을 가지시는 분들께 모든 학교, 모든 선생님이 그렇지는 않다는 말씀을 조심스럽게 드리고 싶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시대지만, 코로나 시대로 인해 깨달은 것들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학교는 변해야 합니다. 선발과 경쟁의 수단이 아닌, 인격적 만남을 토대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과 자녀분을 보내는 학부모님들의 말씀도 경청해야 합니다.

그리고 직접 아이들을 만나고 가르치시는 선생님들의 의견도 귀 기울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바로 자랄 수만 있다면 우리 사회는 분명 건강하게 바뀔 것입니다. 한 달간 기사를 적어주신 전국의 선생님들과 선생님들의 기사를 소중히 다뤄주신 오마이뉴스에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합니다.

[특별기획] 릴레이 기고 : 코로나 시대 교육을 말하다 http://omn.kr/1o276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교육 #학교 #코로나 #실천교육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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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보다는 협력, 나보다는 우리의 가치를 추구합니다. 책과 사람을 좋아합니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일의 걱정이 아닌 행복한 지금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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