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와 직원의 하위직 대우받는 '대학 조교'

[대학 조교 노동실태 1] '대학 조교'를 아십니까?

등록 2020.07.02 14:41수정 2020.07.02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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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3월 1일 대학 조교, '교원'에서 분리되다!

국립대와 사립대를 막론하고 대학에는 '조교'라는 직종이 있다. 1998년 3월 1일 이전에 '조교'는 교육법 제75조에 따라 교원으로 분류되어 왔다.

우리나라 교육 관련 법체계는 1949년부터 1997년 12월 교육기본법 제정 전까지는 교육법 단일체계였다. 이후 약 50여 년간 지속된 교육법 단일 체계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이 급격히 늘면서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부응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 결과 1997년 12월 31일 교육기본법이 제정되고 교육법은 폐지되었다. 이후 교육관련법은 교육기본법을 중심으로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평생교육법(1982 사회교육법) 등 연령대별로 구분되어 운영되고 있다.

교육법이 폐지된 뒤 대학 조교의 규정은 1998년 3월 1일 제정된 고등교육법으로 넘어왔고 이 과정에서 조교는 교원에서 분리됐다.
 

<표> 교육법과 고등교육법의 조교 규정 비교 ⓒ 김일곤

  
1997년 당시 국회 교육상임위(교육위원회)의 고등교육법 심사회의록을 보면 조교를 교원에서 제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고등교육법심사회의록(교육위원회 97.11.)> 먼저 부총장과 학과장은 보직 개념이므로 교원의 종류에서 삭제하고 조교를 교원에서 제외하였는바, 조교는 직무의 성격상 전임강사 이상의 교원과는 상이할 뿐만 아니라, 학생의 교육과 연구활동에 기여하는 정도가 낮기 때문임. 그러나 이들이 교원에서 제외되더라도 경력관리 등에 있어서는 불이익이 없도록 하여야 할 것임."


고등교육법의 '조교', 교원은 아니고, 사무직원의 하위직 개념으로 고착!

1998년 '교원'에서 분리된 '조교'가(고등교육법 14조3항) 고등교육법 15조4항에 "조교는 교육ㆍ연구 및 학사에 관한 사무를 보조한다."로 규정되면서 조교는 교수를 뒷바라지 하고(교육, 연구를 보조), 행정직원 등 직원보다 낮은 처우를 받는 것(학사에 관한 사무를 보조)이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각 대학에서 근무하고 있는 '조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학원을 다니면서 공부하는 학생"이 아니라, 대학 행정업무를 전업으로 하는 '사무직원'이 대부분이고, 대학은 '조교' 제도를 (정규 직원을 채용하는 대신) 비정규직 직원을 채용하는 인건비 절감 차원으로 운용하고 있다.

2007년 7월 제정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에 따라 계약직(기간제) 노동자가 2년을 초과해 근무할 경우 무기계약직 또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기간제법은 계약직 2년 근무 뒤 계속 채용할 경우 무기계약직 전환해야 하는 직군에서 '대학 조교'를 제외시키면서 대학교 사용자들이 비정규직 채용의 방식으로 선호해왔다.

대학에서 '조교'는 정조교, 학사(학과)조교, 실습조교, 실습기사, 행정조교(학사지원직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실제로 대학 '조교'는 대학의 상시적이고 계속적인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에도 고등교육법 15조4항 규정과 기간제법의 무기계약직 전환 제외 대상이 되면서 '대학 조교'는 계약직 보다 못한 열악한 처지에 있다.

대학의 조교는 사립대와 국립대에 모두 존재하지만 신분상으로 같은 조교는 아니다. 사립대 조교와 국립대 대학회계직 조교는 계약직이 대부분이고, 사용자는 총장이며 고등교육법과 노동관계법 적용을 받는다. 반면 국립대 국가조교는 교육공무원 신분이지만, 매년 재임용 심사를 받아야하는 계약직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은 사립대 조교와 국립대 대학회계직 조교와 같다.
 

<표> 국립대, 사립대 조교 비교표 ⓒ 김일곤

대학에서 조교가 급속히 늘어난 것은 이명박 정권 시기이다.

당시 교육부가 대학 평가를 통해 재정지원을 하면서 졸업생 취업률을 대학평가에 반영했고 이때부터 각 대학은 취업률을 늘리기 위해 졸업생을 1년 계약직 조교로 대거 취업시켜왔다.

현재 전국 대학에 조교가 얼마나 있는지는 통계 자체가 없다. 국립대 국가조교(교육공무원조교)가 약 3000여 명 있고, 국립대 대학회계직 조교가 약 700∼1000명 사이로 추측되지만 사립대는 추측되는 통계조차 없다.

오래전이지만 2005년 17대 국회 민주노동당 소속 최순영 의원실이 발표한 '대학 조교 실태 분석 보고서'를 통해 조교 규모, 노동조건 현황 등을 추측해볼 수는 있다.

대학 내 조교노동자 규모, 임금수준, 고용안정 등 실태조사가 목적이었던 이 보고서는 당시 223개 대학(국공립 38개, 사립대 185개)에서 제출한 대학 내 조교노동자의 성별/유형별/정규·비정규별 현황, 임금지급형태에 따른 비교, 임용규정, 개별급여 현황, 주요업무형태조사 등을 조사했다.

보고서에는 2005년 현재 전체 대학 조교수는 약 2만 2580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중 학생조교가 62%를 차지하고 있으며 직업형조교는 3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2005년 당시 조교 현황 ⓒ 김일곤

보고서는 위 통계를 토대로 해서 전국대학에 존재하는 조교현황을 유추했는데 아래 표와 같이 전체 대학의 조교 현황을 계산한 결과 2005년 당시 약 373개 대학에 4만 1911명의 조교들이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당시 이 수치는 2005년 현재 고등교육기관의 전체 사무직원 수 3만 8547명(2005년 4.1일 기준 교육통계연보)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었다.
 

<표> 전체 대학 조교인원 추정 ⓒ 김일곤

2005년 10월초 취업인사포털인 인크루트의 발표에 따르면 263개 대기업의 대졸 평균초임이 약 2600만 원 수준이었으며 가장 적다고 한 기업의 초임이 약 1800만 원이었다.

2005년 당시 조교의 임금수준은 국립대학의 경우 최저액 평균임금은 2214만 원으로 나타났다. 국립대가 사립대보다 높은 임금을 받은 것은 국립대 조교의 경우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립대의 경우는 연간 1279만원으로 국립대학의 57% 수준에 머물고 있었고, 이는 사립대학의 조교들이 고용불안과 더불어 심각한 저임금에 노출되어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표> 2005년 당시 직업형 조교의 최저·최고임금 평균 ⓒ 김일곤

17대 국회 최순영 의원실에서 대학 조교 실태 보고서를 발표한 지 15년이 지났다.
과연 대학 조교의 노동조건, 근무형태 등은 달라졌을까? 개선되고 있는 것일까?
다음에는 대학 조교 노동실태 두 번째로 대학 조교 무엇이 변화되었는지 살펴보겠다.
#고등교육공공성강화 #대학 조교 노동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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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 공공성 강화, 대학 개혁을 위한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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