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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비호감도 최고치인데... 기름 끼얹은 주호영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세월호에 악의적이거나 무관심하거나

등록 2020.07.02 18:23수정 2020.07.0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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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이나 피해자분들에게 아픔을 드렸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 유감을 표명한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았던 지난해 4월 16일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전 의원이 자당 전·현직 의원들이 한 '세월호 막말'에 표한 유감이다. 전날(15일) 차명진 전 의원이 세월호 유족을 향해 "진짜 징하게 해쳐먹는다"란 비난 글을 페이스북에 게시하고, 정진석 의원이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 이제 징글징글해요"란 지지자의 문자 내용을 공개한 것을 두고 사과가 아닌 유감을 표한 것이다.

이러한 당 원내대표의 유감 표명 이후 사정은 달라졌을까? 그로부터 석 달 뒤인 7월 15일, 같은 당 최고위원이던 정미경 전 의원은 최고위원회의 석상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비판하며 "세월호 한 척 갖고 이긴 문 대통령이 (12척의 배로 승리한) 이순신 장군보다 낫다는 댓글이 눈에 띄어 소개한다"고 발언했다.

즉각 논란이 일었다.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입장을 내고 "국민의 생명을 정쟁의 도구로, 농담거리로 삼는 자유한국당은 패륜 정당"이라며 "304명 희생자들을 비하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라며 분개했다. 반면 정 전 의원은 "세월호만 들어가면 막말이냐"고 반박했고, 한국당 역시 "댓글을 인용한 것뿐"이라며 징계 여부와 선을 그었다.

헌데 발언만큼이나 이목을 끌었던 것이 바로 당시 회의장 분위기였다. "세월호 한 척"이라는 정 전 의원의 돌발 발언에 장내에서 웃음이 터지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에 대해 4.16 가족협의회는 "정미경이 발언하자 나경원, 민경욱 등이 키득거리며 웃음소리가 들릴 정도로 웃었다는 보도까지 나오는 지경"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나 전 의원은 "자세히 못 들었다"며 회피했다. 불과 석 달 전 유감을 표하던 나 전 의원의 모습이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현 미래통합당 전·현직 의원들의 숱한 '세월호 막말'은 재론할 가치조차 없다. 다만 어이없는 세월호 비유 자체가 유족들이나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임은 물론 이들의 공감능력이 얼마나 떨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란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1일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또 문제적인 세월호 비유로 논란을 자처했다.

주호영의 소신, 통합당의 공감능력
 
국회가, 추미애 법무장관이 얘기한 '통제받지 않는 폭주 기관차'가 돼 버렸습니다. 이 폭주 열차가 세월호만큼 엉성합니다. 승객이 다 탔는지, 승무원들은 제 자리에 있는지 점검조차 하지 않고 출발했습니다.

주 원내대표가 본인 페이스북에 게재한 '폭주 기관차의 개문 발차, 세월호가 생각난다'란 장문의 글 중 일부다. "세월호는 항해를 마치지 못하고 맹골수도에서 수많은 억울한 생명들을 희생시킨 채 침몰하고 말았습니다"라고 끝난 이 글에서 주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을 세월호 선원에 비유하며 비판에 골몰했다.

일각에서 통합당이 세월호를 비유할 자격이 있느냐는 비난이 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주 원내대표의 과거 발언이 소환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세월호 참사 발생 100일째이던 2014년 7월 당시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었던 주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두고 "(배상에 대한) 저희의 기본입장은 이것이 기본적으로 사고다, 교통사고다"라고 말해 논란을 자처했다.

6년이 지난 이후에도 그런 입장엔 변화가 없었다. 지난 5월 통합당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토론회 과정에서 후보로 나섰던 주 원내대표는 과거 세월호 막말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소신에 변함이 없다"라고 답한 바 있다.

이 같은 주 원내대표의 변함없는 소신에 따른 세월호 비유는 비유 그 자체도 부적절하지만 시점 역시 문제였다. 주 원내대표가 글을 쓰기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세월호 참사 당시 출동한 해경 항공기 기장 4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사참위 조사 결과는 사고 당시 해경이 배가 가라앉기 전 선내에 승객 수백 명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구조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검찰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의 성역 없는 전면 재수사를 촉구해온 유족들이 재차 분노할 만한 상황이었다.

하필 그 다음날 세월호 비유를 꺼내든 주 원내대표가 이를 의식했다면 악의적이요, 몰랐다면 통합당이 여전히 세월호 진상규명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방증이라 볼 수 있다. 주 원내대표가 세월호 비유로 또다시 논란을 자처하기까지, 통합당 측은 그간 세월호 단체가 재수사를 촉구한 이후 일언반구도, 어떠한 대응도 없었다. 이런 가운데 오로지 정부·여당 비판을 위해 또다시 세월호 참사를 소환한 주 원내대표의 주장에 과연 얼마나 많은 이가 공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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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살포' 박상학 만난 주호영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대북전단 관련 단체 면담 일정을 갖고, 대북전단 살포 활동을 해온 탈북민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 남소연

 
통합당 비호감도 69%의 연원

'통합당 69%, 국민의당 64%, 열린민주당 53%, 정의당 51%, 더불어민주당 38%'.

최근 한국갤럽이 발표한 정당 비호감도 순위다. 2019년 3월 이후 역대 최고치다. 같은 조사에서 통합당은 2019년 3월 1주 66%, 7월 1주 65%, 10월 2주 62%를 기록했다. 합당의 주요 지지기반인 영남권에서도 이 같은 비호감도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산·경남과 대구·경북이 각각 70%, 55%였다(한국갤럽이 지난달 23~25일 성인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 95% 신뢰수준,  오차범위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이러한 비호감이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원인을 외부에서 찾으면 곤란하다. 주 원내대표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국민이 아직 이 정권의 실상을 잘 몰라서"라고 둘러댈 필요도 전혀 없다. 일반 국민은 정부·여당 때리기에 골몰한 채 구태여 세월호 참사를 비유로 길어 올리는 주 원내대표의 소신과 행태 자체를 '공감능력' 제로로, 비호감으로 여길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러거나 말거나, 1일 주 원내대표는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를 국회로 불러 기자들 앞에 세웠다. 정부·여당 비판만 가능하다면 전부라는 듯, 대북 전단 살포를 강행하는 것도 모자라 SBS 취재진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 중인 이를 국회로 초대해 확성기를 쥐여준 것이다.  

세월호 비유든, 박상학 대표든, 주 원내대표의 일련의 행보 자체가 국민들에겐 비호감으로 다가갈 여지가 충분하지 않은가. 국회 원구성을 앞두고 장기간 두문불출했던 주 원내대표. 안타깝게도 그는 취임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일하는 국회'에 매진하라는 4.15 총선 결과를, 그 무거운 민심을 벌써 잊은 듯 보인다. 
#주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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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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