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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남자의 일'이라는 교수님, 제가 여성정치인이 되었습니다

[차별금지법과 나] 여성의 길을 가로막아온 말들... 당당히 '차별'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등록 2020.07.10 08:58수정 2020.07.1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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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9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성별, 장애, 나이, 국적 등으로 차별하지 않을 것을 규정해 놓은 이 법은 2007년 정부 입법으로 처음 발의된 바 있으나, 반발을 마주하며 폐기를 반복해야만 했습니다. 지난 14년간 진전과 후퇴를 거듭해온 차별금지법 논의가 이번엔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요? <오마이뉴스>는 '모두를 위한' 차별금지법이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이유를 설명해주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전합니다.[편집자말]

대학 재학 시절, 학내 성차별 발언 수집 캠페인에서 받은 포스트잇 한 장 ⓒ 신민주


"남자들이 수천 년간 정치를 해온 이유가 있어. 여자들이 못 한 것도 그렇고. 다 각자 맞는 일을 해야 해. - 정치외교학과 ○○○ 교수"

대학교 4학년 때 빈 전지를 게시판에 붙였다. 전지에는 "당신이 들었던 성차별적 발언을 써주세요"라는 말을 썼다. 며칠 지나지 않아 전지는 학생들이 쓴 말로 가득 찼다. "너 내 99번째 첩이나 해라", "총각딱지는 어설픈 여자 만나서 떼면 되는 거야".

그중에 저 글이 눈에 보였다. 저 글만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렸다. 반응은 뜨거웠다. 수많은 학생들이 해당 교수가 했던 다른 문제적 발언을 알려주었고, 나머지 학생들은 그 교수의 수업을 수강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말을 적었다.

그런데 당사자인 교수의 반응도 뜨거웠다. "법적 차원에서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거대한 프로젝트는 협박 아닌 협박 한 마디에 끝이 났다. 공유된 많은 글들이 내려갔다. 교수가 그런 성차별적인 말을 한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고, 글을 익명으로 제보한 사람과 익명 제보를 SNS에 올린 사람들만 죄인이 됐다. 딱 4년 전 일이다. 

4년이 지난 지금, 그 교수는 자신의 말이 무엇이 문제인지 알게 되었을까? 학생들을 고소하겠다고 협박한 일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되었을까? 그가 막으려고 했던 '입'들이 어떤 말을 하고 있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이 있었을까? 애석하게도 그런 고민을 하면 대부분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여자는 정치를 할 수 없고, 정치를 하는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못하고, 정치외교학과 수업을 듣는 여자애들도 모두 멍청한 애들이며, 특히나 젊은 여자들이 말하는 '페미니즘'은 여성 우월주의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그 교수만의 것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구성된 차별을 감각하는 일은 쉽지 않다. 많은 이들이 인권도, 차별을 금지하는 것도 '합의'의 일종이라는 생각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정치적인 것인가

나는 그 교수가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불가능할 것이라 믿었던 여성 정치인이 되었다. 21대 총선에 '당신의 페미니스트 국회의원'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출마를 했다. 트럭에 래핑을 해서 만든 작은 방송차에 올라가 끊임없이 같은 말을 했다.

"여러분, 저는 당신이 당신으로 살 수 있는 길을 함께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우리가 여성이라고, 우리의 사랑의 방식과 대상이 법이 포괄하지 못한다고, 남들과 조금 다른 삶을 선택했다고 차별받아야 하는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21대 국회에 가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습니다. 그 길을 만들기 위해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달빛 행진' 선거운동을 진행하던 때의 모습. ⓒ 신민주 선거캠프


방송차 위에서 연설을 하던 14일의 기간 동안 교수가 했던 말이 만들어낸 사회들을 끊임없이 목격했다. 한 상대 후보는 'N번방 사건'을 비롯한 디지털 성폭력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피켓을 보고 "N번방? 나는 2번방"이라고 말하며 사실상 'N번방 사건'을 조롱했다. 페미니스트 후보들에 대한 벽보 훼손이 계속 이어졌다.

선거 전반을 통틀어 볼 때도 비슷한 문제가 이어졌다. "아내도 한 명보다는 두 명이 낫다", "화류계에 아무것도 없더라, 언제까지 밤에 허벅지만 찌를 것이냐", "애를 하나 더 낳는 게 중요하다"라는 여성 비하 발언을 쏟아내던 후보가 당선되었다.

자서전에 당당히 성폭력을 모의했다는 내용을 적어 논란이 일었던 정치인도 이번에 또다시 당선되었다. MBC는 개표방송에서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후보들 간의 경쟁도 그 후보들이 여성일 때 '여자들의 기 싸움' 정도로 매도되었다.

일련의 사건을 목격하며 교수가 했던 말을 조금 더 면밀하게 살펴봤다. 이러한 사회에서 그의 말은 일부 맞는 말일 수도 있었다. 남자들이 수천 년간 정치를 해온 이유는 분명히 존재했다. 그건 여성이 겪어야 하는 수많은 유리천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을 정치의 영역으로 볼 것인가'라는 문제에서도 유리천장은 존재했다. 여성이 일상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모욕들, 성폭력들, 여성혐오적 발언들은 '정치적인 것'으로 여겨지지 못했다.

임신과 출산이 여성이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던 정치인이 해당 발언에 대해 사과하며 모성의 소중함을 거론했을 때 모두가 박수를 쳤다. 모성이 여성의 본성이며, 여성을 어머니로 치환한 행위가 오래된 역사 속에서 얼마나 차별적으로 기능했는지 말하는 이는 아주 소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모성이 여성의 본성이 아니라는 주장을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여성들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 정치는 사회에서 당연하게 통용되는 차별을 규정하고 그것을 시정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다. 정치가 삶과 떨어져 있는 비일상적인 일로 여기지 않는다면, 정치로 인해 인간의 삶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면, 여자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믿는다면 그럴 것이다.  

우리는 어떤 질문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21대 국회에 차별금지법이 발의되었다.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차별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것이라 주장한다. 차별금지법 같은 편파적인 법이 통과될 때 나타날 부작용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늘 역사는 "어떠한 사람들의 인권은 보장할 필요가 없다"라는 주장과 "모든 이들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라는 주장의 싸움으로 진행되어 왔다. 신분제 폐지도, 노동법 제정도, 민주주의의 정립 과정도 그랬다. 인권에 대한 논의는 늘 편파적이었다. 차별을 금지하는 일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에 우리가 답해야 하는 말은 "모든 이들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라는 말이다.

모든 인격체가 당사자일 수밖에 없는 논의가 이제 정치의 영역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4년 전 내가 하지 못한 일들을 지금의 여학생들이 대신 해주기를 원한다. 정치가 남자의 일이라는 말하는 교수에 대해 "그것은 차별입니다"라고 대답해주기를 원한다. 무엇이 차별인지 규정된다면, 그것이 법적으로 규정된다면 그런 일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신민주는 21대 총선 은평(을)에 기본소득당 후보로 출마한 당사자입니다. 현재 서울 기본소득당 상임위원장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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