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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살 소녀의 외침...이렇게 아이들을 키워도 될까?

[릴레이 기고 : 코로나 시대 교육을 말하다] 경쟁 아닌 사랑이 회복되는 학교를 원하다

등록 2020.07.07 16:02수정 2020.07.0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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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이 변하고 있습니다.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부분에서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도 변해야 합니다.  이에 현장 교사들이 진단하는 학교 교육의 문제점과 나아갈 바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실천교육교사모임 소속 교사들의 제안을 담은 현장 이야기를 싣습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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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23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온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자료사진) ⓒ 뉴욕 AP=연합뉴스

  
"How dare you!" (당신들이 어떻게 감히!)

2019년 9월 23일(현지 시각) 유엔본부에서 16살의 스웨덴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가 각국 정치인들과 과학자 등 세계적 지도자들을 꾸짖은 말이다. 북극이 녹아내리고 남극의 이산화탄소량은 급격히 증가했다. 지구는 거대한 비닐하우스가 되어 버렸다. 브라질의 원시림은 대규모 벌목과 화전농업으로 사라지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 활동하던 환경운동가 1580명은 1985년부터 2010년 사이 살해당했다.
  
아름다운 섬나라 투발루는 해수면이 높아져서 사라질 것이다. 1만1천여 명의 투발루 주민들은 뉴질랜드로 이주하기로 했다. 베니스도 곧 물에 잠길 것이다. 1986년 체르노빌,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붕괴를 겪고서도 인류는 441기의 핵발전소를 돌리고, 54기를 새로 짓는 중이다. 대한민국이 24기를 운영 중이고 4기를 짓는 중이다.

인류와 지구에 희망은 있는가? 인류는 강도, 강간, 방화, 학대, 살인, 고문, 전쟁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넘어 생태계 전체를 파괴하는 지구적 문제를 만들어 냈다. 지구적 문제를 전 인류가 고민해야 할 시점에 코로나19(이하 코로나)가 퍼졌다. 야생 상태의 생태계에 인간이 너무 깊숙이, 함부로 들어가 설친 탓에 인류에 없던 전염병이 만들어진 것이다. 지구가 인류에게 던지는 메시지이다.
  
'이래도 멈추지 않을래?'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 학생들이 배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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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생이 밤 늦은 시각까지 학교에 남아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하인리히 법칙. 대형재난이 일어나기까지 300번의 징후와 29번의 위험신호가 있다는 뜻이다. 우리 인류와 지구는 지금 300번의 사소한 징후도 무시하고 29번의 중대한 위험신호에도 폭주하는 중이다. 인류가 운전하는 지구호의 브레이크는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은, 교사는 어떤 마음으로 청소년들을 만나야 할까?
  
온라인 수업 기간 교육 활동을 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지, 봉사활동과 동아리 활동을 어떻게 할지, 대한민국 학부모와 교육부는 여전히 코로나보다 입시가 더 무섭다. 코로나보다 입시를 더 무서워하는 대한민국 교육부와 학부모들은 코로나보다 백배 천배 충격이 더 클 기후위기에서도 과연 수능일정과 정시확대를 주장할지 나는 너무나 궁금하다.
   
사랑, 존중, 우정, 절제, 예절 등과 같은 정말 중요한 것들은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다. 아니 가르치기 어렵다. 가정과 사회에서부터 몸에 배어들도록 키워야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저신뢰 사회, 불신 사회는 이런 덕목들을 배울 기회가 거의 없다. 그러니 역설적으로 공교육에서 가르쳐야 한다. 이런 말을 하면 어떤 이는 또 예절 수업을 생각해내서 연간 학급당 몇 시간 끼워 넣으려 할 것 같아 두렵다. 사랑, 존중, 우정, 절제, 예절 등은 각 교과 수업과 담임 조·종례와 등하교 시간 모두에서 자연스럽게 적용해야 한다.

예절 수업을 한답시고 다도 수업을 강제로, 억지로, 급하게 학생들에게 구겨 넣는 것은 굴욕감을 참는 것을 예절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근현대 교육이 시작된 이래로 공장식, 군대식 교육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이론가와 실천가들이 대안적 교육에 대한 고민을 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스스로 서서(자립), 남을 도울 줄 아는(우애, 환대) 사람을 기르는 것'을 실천하는 대안교육 운동이 있었다. 공교육에서도 이런 흐름을 어느 정도 받아들여서 작은학교 운동, 혁신학교 등의 실천을 하고 있다.

요즘 수업기법이라는 좁은 틀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은 거꾸로 수업, 배움의 공동체, 협동학습 등도 이런 고민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아직 대부분의 학교에서 거의 모든 학생에게 주입하는 데 성공한 것은 종소리에 맞춰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과 OMR카드 쓰는 법 정도이다. 종소리에 맞춰 일을 하고 출근 카드를 찍는 모던타임즈식 공장교육은 아직 우리나라 교육의 철근 콘크리트이다.

결국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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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2018년 11월 15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긴장된 모습으로 고사장에 시험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 이희훈

옆 친구, 다른 학교 동년배들과 수없이 복잡하고 많은 절차를 거쳐 점수 1, 2점을 앞서야만 내가 원하는 의대, 법대, 인서울을 할 수 있다. 초중고등학교의 수없이 많은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참된 교육, 제대로 된 교육에 대한 고민과 실천은 결국 '그 학교 서울대 몇 명 보냈지?'로 뭉개진다. 지난 6월에는 유명한 대학의 교수가 대학원생을 데리고 해외 출장을 가서 자정에 영상통화를 강요하고 잠자는 호텔방을 억지로 밀고 들어갔다는 뉴스가 나왔다. 서로를 뜯어먹으려는 불신사회, 소수점을 다투는 경쟁교육체제 속에서 교사들은 수학공식과 영어단어 사이에 배려와 존중, 우애와 환대를 버무려 넣는 불가능한 예술활동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극단적 경쟁과 성과달성에 집착하면 폭력이 자란다. 미성년자도 아닌 22살의 철인 3종 경기 선수가 소속팀 의사에게 괴롭힘을 당해서 스포츠인권센터와 각종 관계기관에 진정을 넣었지만, 해결하지 못해서 괴로워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수업 시간에 자신을 지키는 기술, 갑질에 대항하는 법을 교육해야 하는가? 친아버지는 초등학생 딸아이 배를 차고, 친어머니는 뒤에서 옷걸이로 때린다. 가르쳤던 학생이 겪었던 일이다.


배움, 교육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
  
영어 수업을 하지만 수업의 상당 부분을 질문과 대화로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코로나와 기후위기가 던지는 문제를 풀지 않고 직면도 하지 않으려는 인류, 더 나아가 수능에서 재학생이 재수생보다 불리하다며 부글거리는 대한민국은 이런 질문을 하지도, 물음에 답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산골짜기 중학교 일개 영어 교사이지만 코로나와 기후위기가 던지는 질문을 외면하지 않으려고 한다.

"학교 불 지르면 어떻게 돼요?", "사람에게는 왜 감정이 있어요?", "세상은 언제 망해요?", "왜 게임만 하고 살면 안 돼요?", "미국 사람도 한국어 배워요?", "시험 누가 만들었어요?", "상대방을 어떻게 하면 웃길 수 있나요?", "패드립(패륜적인 표현의 욕설)치는 친구 때리면 안되나요?"

교사가 수업 시간에 질문을 반기면 청소년들은 무한한 질문을 나에게 선물한다. 이런 질문들은 너무나 근본적인 문제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시끄럽고, 책 펴라'로 무시당하기 일쑤이다. 청소년들의 질문을 조직화하는 수업과 학교 교육이 필요하다.

병원, 은행에서 넋 놓는 사람은 없다. 식당에서 음식을 시켜놓고 먹지도 않고 인상만 쓰면서 쿡쿡 찌르는 사람도 없다. 학생이란 배우고 싶은 사람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학생들은 부모를 위해 괴로운 감옥생활을 하듯이 학교에 다닌다. 교사들이 애걸하니까 공부해주는 것처럼, 사기 싫은 물건을 억지로 산 것처럼 행동한다. 수업과 교육을 자신이 억지로 산 물건이라는 태도로 대하니 이런저런 컴플레인을 끝없이 하는 악성 고객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이 숨겨진 관계를 뒤집어야 수업이 살아난다.

학교보다 학원 선생들이 더 잘 가르친다는 속설에는 이러한 비밀이 숨어있다. 학원에 가는 학생은 어찌 됐건 자신이 고른 제품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을 지니까. 이런 관계를 뒤집지 않는 모든 교육개혁은 말짱 도루묵이다.

한때 모든 학교에 붙은 ○○학교라는 간판을 다 떼버리고 ○○도서관으로 바꾸는 꿈을 꾸기도 했다. 출결을 기록하지 않고 배움을 돕는 교사들과 함께 무학년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특정 교과, 특정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에 대해 이수 확인만 해주는 배움의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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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중학교 2학년·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한 3차 등교개학일인 6월 3일 오전 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실로 들어가기 전 발열체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현실에서 교사들은 코로나 시기를 맞아 출근 시간보다 1시간 일찍 학교에 와서 교문에서부터 열을 재고, 손소독을 시키고, 1미터씩 거리를 확보하여 교실로 이동하게 하고, 학생들이 미리 신청한 도서관 책을 책상에 배달한다. 학생들은 정성껏 소독한 책상에서 책을 베고 자거나 휴대폰 게임을 한다.

비틀어진 관계 자체를 회복하지는 않으면서 학생들끼리의 다툼이 있으면 회복적 생활교육을 하라는 교육청 학생생활과의 공문을 받아서 회복적 생활지도를 했다는 공문을 보고해야 한다. 학교에는 없는 '자유'를 보장해주는 자유학년제 계획을 코로나 때문에 4~5회 바꿔야 했고, 학교폭력예방교육을 학급마다 24시간씩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시기에 맞춰 교통안전, 수상안전 교육을 해야 하며, 성교육, 통일교육, 영어캠프 등도 진행해야 한다.
  
냉담해진 커플이 투투데이, 화이트데이, 블랙데이, 30일 기념, 100일 기념일을 챙기면서 사랑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것이 요즘 학교가 아닐까?
#코로나19 #코로나와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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