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고3만 위험을 감수하라고요?

[아이들은 나의 스승 195] 확진자 속출에 학교가 문을 닫았다, 고3만 빼고

등록 2020.07.08 08:22수정 2020.07.0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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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지역 감염의 확산으로 유치원부터 고2까지 모두 등교가 금지되었는데, 유독 고3만 등교 지침이 내려진 이유가 뭘까요?"
"대학 입시가 코앞인 지금, 너희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 아닐까?"
"주변에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 마당에 코로나보다 더 큰 불안이 어디 있을까요?"
"…"


고3 수업 중 한 아이와 나눈 짧은 대화다. 솔직히 교육부와 교육청이 하달한 지침대로 충실히 따르고는 있지만, 언뜻 푸념 같은 그의 질문에 대한 정답이 뭔지는 모르겠다. KF-94 마스크를 낀 채 열심히 수업을 듣곤 있지만, 이 와중에 공부가 될 리 있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사실상 지금 고3 교실은 '개점 휴업' 상태다. 예년 같으면 교과 진도를 마무리하고, 학생부 기록 사항을 검토하며 한창 수시 전형을 준비하고 있을 때다. 고등학교의 마지막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입시 결과가 달라진다는 건, 교사와 아이들 모두 인정하는 바다.

한 시간이 멀다 하고 울려대는 안전안내문자가 면학 분위기를 해치는 주범이 됐다. 시시각각 확진자와 동선을 알려주는 것에 감사할 일이지만, 수업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지금은 학사일정보다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건 아이들도 알고 있다.

원격수업을 진행하는 고1과 고2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교사들이 차분하게 수업을 준비할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다. 얼마 전 치렀던 중간고사의 채점조차 끝내지 못한 마당에, 진도 걱정은 차라리 사치다. 교사의 내부 메신저와 단톡방은 오로지 코로나 관련 내용뿐이다.

지금 각 학년 교무실은 '콜 센터'를 방불케 한다. 학급 담임교사는 매일 출근과 동시에 아이들의 안부를 물으며 자가진단을 유도하고, 원격수업 시간표에 따라 강의를 듣고 과제를 수행하도록 독려한다. 30명 가까운 아이들을 일일이 챙기려면, 전화기를 손에서 놓을 틈조차 없다.

방역지침에 따라 일일 상황을 보건 교사에 보고하는 일도 중요한 업무다. 퇴근 후에도 방역 관련 업무는 계속된다. 늦은 시간 발송되는 안전안내문자의 내용을 거듭 강조하고, 학급 아이들의 동태를 파악하는 것도 담임교사의 몫이다. 한마디로 종일 '비상 대기'해야 하는 셈이다.

우리 사회의 고3은 '특별한' 존재

최근 불과 며칠 만에 수십 명의 확진자가 쏟아진 광주는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로 지침을 상향 조정했다.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의 모임과 행사 등이 금지되고, 스포츠 행사는 무관중 경기로 진행된다. 도서관과 박물관 등 공공시설도 원칙적으로 운영이 중단된다.

한편, 국경일 등 필수적인 행사도 인원 기준에 맞춰 약식으로 실시하고, 민간이 주관하는 축제나 각종 시험, 설명회 등의 행사도 연기하거나 최소화하도록 권고된다. 밀집도를 낮추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로,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함께 행정명령이 내려진 상태다.

문제는 강화된 지침을 고등학교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밀집도를 낮추기 위해 고1과 고2가 격주 또는 격일로 등교하고 있지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학년별로 교실과 복도 등 사용하는 공간이 애초 달라 밀집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굳이 득 될 게 있다면, 등하굣길과 점심시간이 다소 여유로워졌다는 것 정도다. 고3 아이들을 등교하지 않는 1~2학년 교실로 분산 배치해 수업을 진행하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모두 등교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설마 학교 전체를 기준으로, 숫자가 줄면 밀집도가 낮아진다는 '산수'에 기인한 걸까.

"이 와중에 공부가 될 리 만무하지만, 대학 입시를 앞둔 수험생이니 마냥 학교가 손 놓고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교육부가 위험을 무릅쓰고 고3 등교 방침을 결정한 것 아니겠어요? 적어도 현재까지는 우리 사회에서 대학 입시가 코로나보다 힘이 센 것 같아요."

아이의 느닷없는 질문에 당황했다고 했더니, 한 동료 교사가 대수롭지 않다며 건넨 답변이다. 그는 주변에 대규모 지역 감염이 일어나거나 학교 내에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 한 고3의 등교는 '고정 상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사회의 고3은 분명 '특별한' 존재다.

밀집도를 낮추기 위해 학년별로 격주나 격일 등교를 해도, 중학교의 경우엔 차등 없이 1, 2, 3학년을 순서대로 돌린다. 고등학교에선 2/3만 등교하라면, 고3은 나오고, 고1과 고2가 돌아가며 등교한다. 지침이 강화되어 1/3만 등교가 허용되면, 고3만 나오도록 되어 있다.

둘 다 상급 학교 진학을 앞둔 마지막 학년이라는 점은 같지만, 대입에 견줘 고입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중2에서 중3이 되는 것과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것이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뜻이다. 우리 교육의 최종 목적지가 대학이라는 사실이 또 한 번 증명된 셈이다.

순간순간 긴장의 연속

유독 고3만 위험을 감수하라는 것도 온당치 않지만, 입시를 핑계 삼기에도 불합리한 구석이 많다. 학생부종합전형 등 수시가 보편화한 현실에서 입시 준비는 고1부터 고3까지 중요도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고3 때 시작하면 이미 늦다는 건 진학 담당 교사의 일치된 지적이다.

그렇다고 강의식 수업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시 준비는 어림도 없다. 동아리 활동은커녕 수업 시간 모둠 학습도 금지되고 수행평가를 실시하는 것조차 힘겨운 마당이니 더 말해 무엇 할까. 등교해봐야 학생부에 기재할 '꺼리'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남는 건 정시 준비다. 수능을 대비하자면, 반복적으로 기출 문제를 푸는 것 외에는 달리 왕도가 없다. 고3은 위험을 무릅쓰고 등교해서 종일 문제 풀이 수업만 듣다 귀가하는 셈이다. 대면 수업이 교육적이라는 점엔 동의하지만, 그것이 문제 풀이 수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안타깝게도, 문제 풀이 수업이라면 학교는 사교육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자습 시간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피시를 켜고 '인강'을 듣는 고3 교실 풍경은 더 이상 새삼스럽지 않다. 현실이 이럴진대, 이 와중에 굳이 아이들을 북적이는 교실에 앉혀놓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마지막 수업을 위해 교실에 들어가려는 찰나, 다시 안전안내문자가 도착했다. 121번째 확진자가 발생했고, 현재 동선 파악을 위해 역학조사 중이라는 내용이다. 최근 지역 내 확진자가 꾸준히 늘어나다 보니 어느새 숫자에 둔감해져 버렸다.

요 며칠 고3 중에 의심 증상자가 하나둘 나오고 있지만, 확진 판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고3 등교 방침을 거둬들이진 않을 듯하다. 학교에서는 하달된 방역지침보다 훨씬 더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순간순간 긴장의 연속이다. 이따금 '복불복'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마지막 안전안내문자와 함께 교육청으로부터 긴급 공문이 내려왔다. 서둘러 '코로나19 교내 확진자 발생 시 학교 대응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학교 내 감염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처다. 이 와중에도 고3 아이들은 교실에서 밑도 끝도 없는 문제 풀이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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