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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5개 대학 수능 영향력 70% 웃돌아, 고교교육 정상화?

2021~2022학년도 서울 15개 대학의 입학전형 분석 결과

등록 2020.07.08 11:57수정 2020.07.10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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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0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서울 소재 15개 대학의 2021~2022학년도 입학전형 분석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불거지는 '고3 대입 불리' 문제의 실체를 파악하고, 작년 11월에 발표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이 얼마나 반영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서울 소재 15개 대학의 2021학년도 모집요강(현 고3에 해당)과 2022학년도 시행계획(현 고2에 해당)을 분석했다. 서울 소재 15개 대학은 대입 제도 전체 판도를 흔들기 때문에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는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이 실행되면 수능 영향력이 확대되어 ▲ 고교교육 혁신에 제동이 걸리는 상황을 만들고 ▲ 수능 사교육 시장이 팽창하며 ▲ 사교육 과열지구 부동산값이 폭등할 수 있다는 사회적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우려를 표명했다.

지역 격차와 경제적 배경 등 환경의 차이를 최소화하면서 교육적인 방향으로 입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교육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코로나19 국면에 '고3 대입 불리' 문제까지 불거지고, 2022학년도 대입 시행계획이 발표되어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이 효과를 거둘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고3 대입 불리' 문제 여실히 드러나다

서울 소재 15개 대학 2021학년도 수능위주 전형 인원은 1만3535명으로 전년 대비 610명 증가했다. 수시에서 수능 최저가 적용되는 인원은 전년보다 466명 줄긴 했지만 전체의 24%에 해당한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이하 수능최저)을 맞추지 못해 수시에서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도 적지 않다.
 

[표1] 15개 대학의 2019-2020학년도 수시 이월 인원 및 비율 주황색 음영은 수시에서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 비율이 두 해 모두 3% 이상으로 높은 대학.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6월 22일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올해 서울 소재 12개 대학 정시 합격생 중 재학생과 졸업생 비율은 34.4% : 65.6%로 졸업생이 2배가량 높다. 정시가 확대되면 고3이 불리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2019학년도 수능 표준점수 평균만 봐도 졸업생이 재학생보다 10점 이상 높고, 1+2등급 비율도 2배 이상 많아, 정시는 말할 것도 없고 수시에 수능 최저가 적용되는 전형 역시 고3에게 불리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석 달 가까이 대면수업이 연기되고, 대입 일정이 바뀌는 등 혼란을 겪은 재학생의 입시 부담은 현실로 드러났다.
 

[표2] 2019학년도 재학,졸업 여부에 따른 1.2등급 분포 (단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19년 자료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에서 재구성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실효성 진단


[진단①] 2022학년도 대입에서 수능의 영향력이 70% 이상이 되면서 고등학교 교실을 혁신하는 길에는 제동이 걸리고, 사교육비 폭증 등 우려했던 사회적 신호들이 현실화될 수 있다. 수시에서 탈락한 학생들이 정시로 이월되는 증가 폭까지 고려하면 현 고2부터 수능 영향력은 75%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진단②] 문제는 2023학년도(현 고1) 이후 수능의 영향력이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현재 고2가 대입시를 치르는 2022학년도 시행계획을 살펴보면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교과전형에 수능최저를 적용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표3] 전형별 수능최저학력기준 적용 인원 주황색 음영은 2022학년도 수시 학생부 전형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 반영하기 시작한 대학임.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15년부터 2019학년도 입시까지만 해도 교육부는 고등학교 교실이 수능 대비로 파행되는 문제와 '죽음의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고교내신+수능+대학별고사'를 모두 준비해야 하는 학생들의 입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평가지표를 보면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완화·폐지하는 대학에 10점의 높은 점수를 주며 지원해왔다.

그러나 작년부터 해당 평가지표가 누락되고, 수능최저학력기준이 부활하는 추세가 보인다. 수능 영향력이 지나치게 강화되면 고교학점제를 비롯한 공교육 혁신정책이 좌초될 위기에 처한다. 
 

[표4] 2015년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평가지표 대학들이 학생들의 입시 고통을 줄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측정하기 위한 점수를 지원사업 평가에 반영해왔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진단③] 논술전형은 2022학년도 9.4%로 전년도 대비 2.6% 감소했지만 교육부의 폐지 유도 방안 대비 감소율이 미미하다. 수능최저를 맞춰야 하는 기준도 여전히 남아있다. 대학은 사교육시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논술전형의 특성을 외면한 채 다양한 학생들을 선발하겠다는 명분만 내세우고 있다. 논술전형 경쟁률은 100대 1 넘는 곳이 수두룩하니 대학이 전형료 때문에라도 논술전형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말이 허투로 들리지 않는다.

[진단④] 지역균형선발 비율은 12.7%로, 이 전형을 새로 신설한 대학들 덕분에 전년 대비 3.8% 증가했지만 수능최저를 적용하는 학교는 오히려 늘어났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자녀가 높은 성적을 받는 것은 전세계 공통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입 전형별로 살펴보면 수능 성적에서 가계소득 영향력이 가장 크게 나타난다.

지역균형선발에 수능최저를 늘리는 건 소득과 지역에 따른 불평등을 완화하겠다는 목적을 완전히 퇴색시킨다. 사회적배려대상자 선발 비율도 여전히 10%를 밑돌고 있다.
 

[그림1] 월평균 가구소득에 따른 수능 평균 점수 한국교육개발원 한국교육정단연구 6차년도 자료 분석(고3 학생 기준) ⓒ 경기도교육청 경기도교육연구원


결국, 각 대학이 발표한 2022학년도 시행계획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앞서 제기된 사회적 신호는 증폭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육부는 다음과 같은 4가지 보완대책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보완대책①] 수시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 미적용해야

2021학년도 기준으로 약 53%인 수능의 실질 영향력이 2022학년도부터 70% 이상으로 상회하고 수시에서도 수능최저가 확대되는 등 수능이 강조되는 추세이다. 결국 일부 교육과열지구에서 내신이 불리한 학생을 제외하면, 전국의 고3이 입시에서 불리해지는 셈이다.

교실을 변화시켜 공교육을 혁신하겠다는 꿈은 그만큼 더 멀어지고 있다. 오지선다 킬러문항으로 변별하는 수능은 더이상 미래를 위한 교육이 될 수 없다. 지역과 소득에 따라 야기되는 불공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수시에서 수능최저학력 기준만큼은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

[보완대책②] 논술전형 폐지를 강력하게 유도할 평가지표 마련해야

교육부가 고교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 부담 경감 목표에 강력한 의지가 있다면,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재설계해 논술전형 폐지를 보다 강력하게 유도해야 한다.

현재 논술고사는 학교교육과정에서 논술교육이 부실한 상황이라 사교육으로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논술전형은 폐지하더라도 학교교육을 통한 논술 교육은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논술교육의 가치만큼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수능을 논술형으로 개선하자는 논의도 끊임없이 오르내리지만,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논술을 가르치지 않으면서 수능에만 논술이 도입되면 더 큰 사교육재앙을 초래할 뿐이다. 고교 교육과정과 연결된 논술형 수능으로 개선하는 중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
   
[보완대책③] 지역균형, 사배자 전형 비율 확대하고 수능최저 미적용해야

경제력, 직업, 거주 지역과 같은 부모 배경과 특권이 교육제도를 통해 대물림되는 현실에서 앞서 살펴본 '진단⓸'에서와 같이 '수능 점수'는 가구소득별 격차가 가장 두드러지는 전형이다. 사회통합전형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 지역균형선발 및 사배자 전형에서도 수능최저학력기준은 미적용해야 한다. 또, 사회적배려대상자 선발 10% 이상 확대 의무화를 위해 고등교육법 개정도 21대 국회에서 추진할 수 있도록 교육부가 신속히 대응하길 촉구한다.
 

[표5] 지역균형전형 인원(비율) 및 수능최저학력기준 적용 변화 대학은 이미 지역균형 방식의 전형을 10%이상으로 운영하는 대학으로 지역균형전형을 20%이상으로 운영해야 함. 이화여대는 기존에 지역균형 방식의 전형을 10% 이상으로 운영했지만 ‘대입 방안’의 적용 대학에서는 제외되었음. 음영처리한 대학은 2022학년도 지역균형전형 신설 대학.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보완대책④] 대학은 고등교육이라는 공공의 목적에 맞게 책무를 이행하라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고자 하는 대학의 목적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고등교육'이라는 공공성을 갖고 설립된 대학이 정부의 지원까지 받으면서 고등학교 교육이 입시로 인해 뒤틀리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 책무성 또한 저버려선 안 된다.

예컨대, 지역균형전형은 전국 각 지역 학생들에게 교육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 마련된 것이지, 전국단위 줄 세우기로 학생을 선별하자는 취지가 아니다. 최소한, 수시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고 각 전형의 목적과 취지에 맞게 설계하고 운영하기를 절실히 바란다. 수능 점수로 한 줄로 세우는 게 가장 공정하다 여기는 것은 표면적이고 기계적인 공정에 불과하다.

수능이 강조될수록 교실이 살아나는 길은 요원하다. 입시를 목전에 둔 학생과 학부모, 교사 당사자들은 당장의 변화가 혼란스러울 수 있으나 대학입시를 향해 12년을 달려가는 우리나라 공교육의 특성상 입시만큼은 '교육'의 본질에 부합해야 하지 않을까.

입시가 교육적인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교육부가 위의 보완대책을 신속히 추진할 때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언제나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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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입시경쟁과 사교육 고통을 해결하는 대중운동입니다. 대표 사업으로는 출신학교차별금지법 제정운동, 영유아인권법 제정운동, 대학서열해소, 학부모교육사업인 등대지기학교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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