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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에게 'UCL 없는' 토트넘이 무의미한 이유

[주장] 토트넘에서 전성기 허비하기보다 새로운 도전 시도해야

20.07.08 12:00최종업데이트20.07.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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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는 13승 9무 11패, 승점 48로 2019-20시즌 프리미리그 8위에 머물고 있다. 다음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이 주어지는 마지노선인 4위 레스터시티(승점 59점)와는 무려 11점차다. 리그를 불과 5경기 남겨둔 현재 토트넘이 역전을 거둘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 현재로서는 챔스보다 한 단계 아래로 꼽히는 유로파리그 티켓조차 장담하기 힘들다.

정상급 선수들일수록 챔피언스리그는 꿈의 무대로 꼽힌다. 유럽의 상위 클럽들에게 차기 시즌 유럽클럽대항전 출전 자격은 핵심 주력 선수들의 거취와도 맞물린 문제다. 스타급 선수들이 유럽클럽대항전 출전자격을 잃은 소속팀을 떠나 이적을 선택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해리 케인이나 손흥민처럼 한창 전성기에 접어든 선수들에게는 더욱 민감한 문제다.

토트넘은 최근 몇 년간 새 홈구장 건설로 이미 부채가 막대한데다 최근에는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며 재정적 부담이 더 커졌다. 여기에 다음 시즌 유럽클럽대항전 출전마저 실패한다면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 몸값이 비싼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나겠다고 나설 경우, 이들을 막을 명분도 없는데다 현실적으로 이들을 처분하고 얻을 수 있는 이적료 수익으로 리빌딩을 시도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토트넘은 이미 과거에도 가레스 베일,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루카 모드리치 등 팀내 최고 스타들이 가장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시점에 다른 빅클럽으로 판매한 바 있다. 현재 토트넘을 대표하는 스타는 단연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주장이자 간판 스트라이커인 케인이다.

현지 언론에서는 올시즌이 끝나고 케인이 토트넘을 떠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케인은 이미 수년전부터 레알 마드리드 등 여러 빅클럽의 러브콜을 받은바 있다. 케인도 최근 인터뷰에서 앞으로 토트넘이 발전하겠다는 야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팀을 떠날 수도 있다며 이적을 암시한 바 있다.

초미의 관심사는 손흥민의 '거취'

국내 팬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는 역시 손흥민의 거취다. 케인보다 불과 1살많은 손흥민은 토트넘과 2023년 6월까지 계약이 되어있다. 손흥민은 토트넘 입단 이후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정상급 공격수로 성장했으며 올시즌도 각종 대회에서 16골 10도움(리그 9골 9도움)으로 맹활약중이다.

손흥민은 케인과 달리 아직까지 이적 가능성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적은 없다. 토트넘으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올시즌 토트넘이 유럽클럽대항전 출전자격을 놓칠 경우 자의든 타의든 손흥민의 거취문제로 다시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손흥민은 2018-19시즌 생애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까지 밟아봤다. 지난 7일 에버턴전에서는 박지성의 기록을 뛰어넘어 EPL 통산 155경기 출장(기성요의 187경기에 이어 한국인 역대 2위)이라는 대기록까지 세웠다. 아시아 선수로는 유럽무대에서 가장 성공한 커리어를 쌓아가고있는 손흥민이 선수인생의 최전성기를 유럽클럽대항전 무대도 밟지못하고 허비하는 것은 너무도 아까운 시간이다.

소속팀 토트넘의 전망이 앞으로도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팬들이 손흥민의 탈출을 기대하는 이유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입단한 이후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강호로 성장했지만 정작 우승트로피는 단 한번도 들어올리지 못했다. 신축구장 건립의 여파로 전력보강에 소극적인 토트넘이 단기간에 우승전력을 다시 구축할 가능성은 낮다.

짠돌이 이미지가 강한 토트넘은 전통적으로 간판 스타들에 대한 예우가 썩 좋은 구단이 아니다. 베일-모드리치나 카일 워커처럼 주가가 정점에 오른 타이밍에 때맞춰 빅클럽으로 자리를 옮겼던 선수들은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부와 명예를 모두 누린 반면, 크리스티안 에릭센, 얀 베르통언, 키어런 트리피어, 페르난도 요렌테 등 팀에 오랫동안 헌신하고도 말년에는 떠밀리듯 홀대를 당한 선수들이 적지 않다. 

손흥민도 내년이면 벌써 우리 나이로 서른이 된다. 손흥민처럼 스피드와 침투능력을 주무기로 삼는 공격수들의 경우,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30대 이후로도 포지션이나 플레이스타일의 변화없이 전성기를 오래 유지한 경우는 드물다. 손흥민의 전성기가 앞으로 몇 년이나 계속될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으며, 1~2년 이내에 승부를 보지 않는다면 손흥민이 지금보다 더 큰 무대에 도전하여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 토트넘의 사령탑인 무리뉴 감독과의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물론 무리뉴 감독은 부임 이후 손흥민을 꾸준하게 주전급으로 중용하고 있으며 개인적 관계도 양호한 편이지만, 전술적으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손흥민의 역습전개와 골결정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던 포체티노 시절과 달리, 무리뉴 감독은 공격수의 수비가담을 더 강조하며 공수를 넘나드는 활동량과 체력적 부담을 요구하는 스타일이다. 물론 기록적으로는 무리뉴 체제에서 손흥민의 공격포인트 생산능력은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대체로 공격보다 경기운영 전반에 가담해야하는 부담이 더 커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 에버턴전에서 주장이었던 골키퍼 위고 요리스와의 충돌 해프닝은 국내 팬들 사이에서 토트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더 악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많은 국내 팬들은 그동안 누구보다 팀에 헌신했던 손흥민이 수비가담 문제로 주장에게 공개적으로 비난을 당하는 장면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해리 케인 등 다른 선수들은 제쳐두고 유독 손흥민에게만 문제를 삼은 것도 모순되거나 보여주기식 태도라는 불만이 쏟아졌다. 한편으로 사실상 챔스 티켓이 멀어지며 어수선하고 예민해진 토트넘의 팀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현재로선 지금의 토트넘에서 전성기를 허비하는 것보다는 불확실한 도전을 해보는 게 차라리 낫다. 이청용이나 기성용, 박주영 등 손흥민보다 앞서 유럽무대에서 활약한 한국 선수들중 '이적 시기'에서 잘못된 판단 착오로 커리어 전반에까지 악영향을 끼친 선배들의 사례는 손흥민에게도 큰 참고가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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