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도 올라갈 수 있는 오름이 있다

제주 우진제비 오름에 가다

등록 2020.07.09 11:31수정 2020.07.0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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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4일 토요일, 금오름나그네들이 우진제비오름에 올라갔다. 금요일인 3일은 온종일 비가 온다고 해서 하루를 연기했다. 오후 3시 송당승마장 주차장에서 8명 모두 모였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예보와는 달리 오후에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다. 어쩐다? 일단 오름 입구까지 가보기로 한다. 갈지 말지는 입구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우진제비오름 입구 안내판 선흘2리마을의 산책로를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 신병철

번영로에서 우진제비오름 교통 표시를 따라 들어갔다. 오름 가까이 가니 이정표가 계속 나타난다. 거의 오름을 반 바퀴쯤 돌자 입구가 나타났다. 입구에 도착하자 갈까 말까 주저한 맘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숲이 울창하여 비가 느껴지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올라가기로 무언중에 합의해 버렸다.

입구에는 선흘2리 마을의 산책로와 그 일부인 우진제비오름을 자세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마을에 이런 산책로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워진다. 
 

우진제비 올라가는 길 다른 오름과는 달리 돌계단길이다. ⓒ 신병철

비가 계속 오고 있다. 우리는 비가 오는지 느끼지도 못한다. 올라가는 길은 돌로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최근에 만든 급경사는 대부분 나무로 계단을 만들었는데, 여기는 그 전에 마을사람들이 돌계단을 만든 것 같았다. 마을사람들에게 일찍부터 사랑받은 오름이었던 것 같다.
 

우진제비오름 산책로 산책로와 우진샘을 알리는 이정표 ⓒ 신병철

올라가기 시작했을 땐 힘이 든다. 조금 올라가면 괜찮아진다. 이때 쯤 우진샘이 나타났다. 그 입구가 대단하다. 비가 오고 안개가 자욱한데, 반쯤 쓰러진 나무가 비를 완전히 막아주고 있었다. 이렇게 우진제비오름은 비가 올 때도 올라갈 수 있다. 
 

우진샘 우진제비오름 분화구에 있는 사시사철 마르지 않은 샘 ⓒ 신병철

아래로 조금 내려가니 작은 저수지가 나타났고, 그 위에 조그만 샘이 있다. 우진샘이다. 옆에 우진샘의 안내 석판이 있다. 사사사철 마르지 않아 가뭄이 들면 먼 마을사람들까지 식수로 사용했단다. 우진샘물은 마을 사람들의 건강도 지키고, 인재를 배출하는 기운을 발산하는 생명수였단다. 

조그만 샘이 푸른 풀에 둘러싸여 맑은 물을 담뿍 담고 있다. 안 마셔 볼 수가 없다. 상서로운 기운이 몸속을 파고 드는 것 같다. 100살까지는 건강하게 거뜬히 살 것 같다.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우진샘 우진샘 아래에 우진샘에서 흘러내려간 물이 고여 저수지를 만들고 있다. ⓒ 신병철

우진샘 아래에는 우진샘에서 흘러내려 간 물을 모아 놓았다. 작은 저수지다. 나그네들이 숲속 연못에 뭐가 살고 있나 열심히 살피고 있다. 타잔이 타고 다녔던 덩굴들이 주렁주렁 내려와 있다.

저수지에서 왼쪽으로 산책로 표시가 있다. 우진샘 입구에는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산책로가 있었다. 그렇다면 한쪽으로 올라가서 한 바퀴 돌면 다른 쪽으로 내려올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왼쪽으로 올라간다. 오른쪽으로 내려 올 것이다. 
 

우진제비오름 정상 우진제비 오름 정상에 있는 전망대 ⓒ 신병철

비가 계속 보슬보슬 온다. 나무가 없으면 비를 맞는다. 돌아갈 수도 없다. 정상에 곧 올라왔다. 우진제비오름은 해발 411m이고, 비고는 126m이다. 제법 높은 오름이다. 그러나 오늘은 비가 와서 그런지 힘이 들지 읺는다. 어느새 정상에 도달해 버렸다. 

주변에 당오름, 웃밤오름, 알밤오름 등 오름이 많아 전망이 좋다고 했는데, 오늘은 안개가 자욱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나무가 없는 전망대는 비를 맞는 곳이다. 우리는 서둘러 떠난다. 

나무가 빼꼭해 하늘이 보이지 않는 곳이 나타났다. 휴식하기 좋은 장소다. 간식을 꺼내 나눠 먹는다. 오늘 저녁을 한 나그네가 쏘겠단다. 왜 저녁을 사는데? 궁금한데, '그냥'이란다. 뭔가 좋은 일이 있나 보다.    
 

우진제비 능선 길 우진제비오름은 북쪽이 터진 분화구로 능선이 길다. ⓒ 신병철

능선을 따라 걷는다. 우진제비오름은 북동쪽으로 터진 말굽형 화산체이다. 분화구 능선이 활처럼 구부정하며 길다. 그 생김이 소가 누워있는 것 같기도 하고 제비가 날아가는 모습 같기도 하단다. 그래서 우진제비오름이 되었다고 한다. 논리적이진 않지만, 더 이상 따질 수가 없다.

능선을 따라 아무 생각 없이 걷는다. 보슬보슬 내리는 비가 오는지 가는지 느낌도 없다. 그냥 길이 안내하는 데로 간다. 내려가는 느낌도 없었는데, 어느새 출발한 입구에 도착하고 말았다. 알게 모르게 비를 안 맞으려 모두 걸음걸이가 빨라졌나 보다.

입구에 도착해보니 비가 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원래 웃밤오름도 가기로 했다. 그러나 비 때문에 올라가지 않기로 합의한다. 비가 와도 올라갈 수 있는 오름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우진제비오름이랍니다.  

표선에서 제일 맛있는 초밥집으로 가서 푸짐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산 이유를 그때서야 알았다. 생전 처음 생산한 감자를 팔아 돈이 생겼단다. 에이, 감자를 힘들게 캐서는 이웃에 나눠주다가 일부를 헐값에 팔아 생긴 돈으로 저녁을 산다고? 인건비에도 못 미치는 감자값으로 저녁을 산다니, 벼룩이 간을 빼먹고 말지.

마을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우진제비오름을 오르니 우리까지 흔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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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살고 있습니다. 낚시도 하고 목공도 하고 오름도 올라가고 귤농사도 짓고 있습니다. 아참 닭도 수십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사실은 지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개도 두마리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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