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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혀 새롭고 뭔가 특별해 보이는 중식집의 이색냉면이다.
ⓒ 조찬현
전혀 새롭다. 뭔가 특별해 보인다. 여수 선원동의 어느 한적한 뒷골목에 위치한 중식집에서 찾아낸 냉면 한 그릇이다.
이 집은 여수 지역민들에게 알음알음 알려진 중식 맛집이다.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남도 사람들은 물론 관광객들까지 찾아와 줄을 서는 집이다. 하지만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냉면 전문점도 아닌데 별거 있겠어?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사실 입소문 듣고 찾아간 맛집에서 실망하는 경우도 많지 않나. 음식이 다 그저 그렇고 그런데다 대부분 기대치에 못 미쳤다. 특히 남도의 게미와 정성을 기대하기는 더 더욱 어려웠다. 그런데 여긴 달랐다.
▲ 여수 짬뽕집으로 몰려드는 인파 때문에 골목상권이 살아나고 있다.
ⓒ 조찬현
이색 냉면을 선보인 이곳 쉐프는 중식 19년 경력이다. 그는 8년 전 인천에서 여수로 내려왔다. 그의 가게가 있는 이곳은 여수에서도 비교적 한산한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이곳 여수 짬뽕집으로 몰려드는 인파 때문에 골목 상권이 살아나고 있다.
식사 시간이면 긴 줄이 이어진다. 주인 입장에서야 손님이 많이 들면 좋겠지만 손님입장에서는 썩 반가운 일이 아니다. 줄을 서서 먹으면 음식이 더 맛있기는 하지만 이는 약간의 시장기와 음식에 대한 상상과 기대심리 때문이다.
이날 먹을 음식은 여수 짬뽕집의 시원한 냉면이다. 옛 속담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했던가. 압도하는 비주얼 때문인지 몰라도 맛 또한 괜찮다. 냉면 한 그릇에 8천원으로 가성비도 좋다.
김일용 대표(40)의 이 집 냉면 자랑이다. 그는 어느 곳에서도 맛볼 수 없는 중식 퓨전냉면이라고 했다.
"중식에서 이것저것 접목했습니다. 초계국수와 중국식 산동냉면의 장점을 살린 저희 집만의 퓨전냉면입니다."
면은 초록색이다. 초록 빛깔을 내는 식재료는 여수의 특산품인 방풍나물을 건조한 분말을 사용했다.
▲ 초록 빛깔을 내는 면발에는 여수 특산품인 방풍나물을 건조한 분말을 사용했다.
ⓒ 조찬현
푸짐하다. 초록 면발에 살얼음 육수가 가득하다. 내용물을 살펴보니 오징어, 해파리, 새우, 편육 등이 보인다. 오이채와 계란 반쪽 새싹을 고명으로 올렸다. 마지막에 새우튀김으로 포인트를 줬다. 냉면 육수는 기본 사골육수에 또 다른 이 집만의 비법을 가미했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눈 깜짝할 새 냉면 그릇을 비워낸다. 함께한 일행들의 반응이 괜찮다. 처음 접한 맛인데도 말이다. 정성이 조금 더해지면 올 여름을 강타할 듯하다. 시원한 냉면을 물만두와 같이 먹으니 썩 잘 어울린다.
날마다 치솟는 고물가 속에서 단돈 몇 천원으로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기는 어려울 터. 하지만 고객들이 음식 값을 치르면서 돈이 아깝지 않다고 느낀다면 이는 분명 맛있는 음식이다. 오늘 맛본 여수 짬뽕집의 냉면 한 그릇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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