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난생 처음 써 본 동화, 그걸로 동화집을 낸 작가

[에디터만 아는 TMI] '소년의 레시피' 배지영 작가가 쓴 동화 '내 꿈은 조퇴'

등록 2020.07.22 10:50수정 2021.05.17 13:55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 라이프플러스 에디터만 아는 시민기자의, 시민기자에 의한, 시민기자를 위한 뉴스를 알려드립니다. [편집자말]

내 꿈은 조퇴 ⓒ 창비

내가 '손톱을 잃은 사람'이란 원고를 처음 본 건 2018년 7월 16일이었다. 처음 쓴 동화인데 일주일을 꼬박 매일 신나게 쓴 원고라고 했다. "쓰는 게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썼다"며 읽고 느낌만 알려달라고 했다. 딱 봐도 재밌을 것 같았다. 왜냐고? 음... 그건... 바로 배지영 시민기자니까.

배지영 시민기자는 지난 2014년, 청년들의 훈내나고 짠내나는 도전기 '지방 소도시 청춘남녀 인터뷰'를 연재해 독자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2016년 <우리, 독립 청춘>이란 책으로 나왔다). 2015년 올해의 뉴스게릴라상(사는이야기 부문)도 받았다. 여기에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야자 대신 저녁밥 하는 고딩 아들' 이야기를 연재해 더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받았다(2017년 6월 <소년의 레시피>라는 책으로 나왔다). 이젠 시민기자보다 '작가'로 더 많이 알려진 그인데, 재미를 말해 무얼 할까.


열 살 아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는 실제로도 재밌었다. 배시시 웃음도 났다. 당연하다. 배지영 작가는 독자가 마치 그 옆에 있는 것처럼 생동감 넘치는 묘사 속에 적절한 유머를 성공적으로 배치시키는 재주를 가진 사람이니까.

하지만, 당시 나는 그가 기뻐할 만한 의견을 주지 못했다. <소년의 레시피>는 재밌고 감동적이었지만, 어찌 보면 사는이야기같은, 어찌 보면 나도 쓸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가 동화가 될 수 있을까? 자꾸 생각하게 만들었다. 당연하다. 나는 동화를 평가할 만한 사람은 아니니까. 

딱 30분이면 가능하다, "으하하하" 웃으면서

배지영 작가는 내 의견만 듣지 않았다.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구했다. 포기를 모르는 그는 한 출판사에 투고했다는 소식까지 내게 전했다. 투고는 즉각적으로 계약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그의 원고를 눈여겨 본 사람들에 의해 한 걸음씩 출간을 향해 나아갔다. 그러다 2019년 국내 최대 어린이 출판사와 계약했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나는 그에게 진짜 운이 좋은 거라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주 건방진 축하였다. 운이 아무리 좋아 봐라.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지. 열심히 들여다보고, 들어보고, 관찰하고, 취재하고, 아이의 행동과 마음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보려고 애쓴 작가의 노력을 너무 쉽게 본 말이었다. 


한 번도 동화를 쓴 적은 없지만, 동화를 쓰면서 동화 쓰는 법을 배웠다는 배지영 작가. 덕분에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동화집 <내 꿈은 조퇴>가 나왔다. 창비 첫읽기책 시리즈로 나온 <내 꿈은 조퇴>는 아이들과 함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배지영 작가 말에 따르면 딱 30분이면 가능하다. "으하하하" 웃으면서.  

내가 처음 읽은 '손톱을 잃은 사람'은 출판사 편집자의 조언을 바탕으로 작가의 손을 거쳐 새로운 제목의 동화로 거듭났다. 바로 '손톱이 빠진 날'이다. 여기에 '내 꿈은 조퇴'라는 동화가 더 실려 동화집 <내 꿈은 조퇴>가 나왔다. 이미 책을 본 독자들은 '뭔데 이렇게 생생해?', '억지로 끼워 맞춘 교훈이 없는 유쾌한 동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관련 기사] 내 꿈은 '으하하하' 웃게 만드는 글, 동화로 풀었습니다

아, 그런데 <소년의 레시피>는 고등학생이었던 큰아이 이야기를 소재로 한 에세이고, <내 꿈은 조퇴>는 열 살 작은아이를 소재로 한 창작 동화다. 그런데 내가 알기론 배지영 작가에게 아이는 딱 이 둘 뿐이다. 그렇다면 다음엔 뭘로 글을 쓰시려나. 어느 날 또 무심하게 "나 책 계약했다"며 놀래킬 그의 차기작이 기대된다(사실 이미 소식을 받았다, 그 TMI는 다음에).

내 꿈은 조퇴

배지영 (지은이), 박현주 (그림),
창비, 2020


"모든 시민은 기자다! '뉴스게릴라들의 뉴스연대'가 바로 오마이뉴스입니다.
#편집기자 #시민기자 #배지영 #내 꿈은 조퇴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대자보가 대학가에 나붙고 있다
  3. 3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4. 4 [동작을] '이재명' 옆에 선 류삼영 - '윤석열·한동훈' 가린 나경원
  5. 5 [단독] 김건희 일가 부동산 재산만 '최소' 253억4873만 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