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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 가득한 백제보, 수문 열리자 생긴 변화

[현장] 백제보 가동보 개방, 강바닥 펄층 씻겨 내려

등록 2020.07.10 13:49수정 2020.07.1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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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보 가동보 수문이 45일 만에 전면 개방됐다. 하늘과 물빛이 모처럼 하나가 되었다. ⓒ 김종술


백제보 가동보 수문이 개방됐다. 100% 다 열린 것은 아니다. 콘크리트 고정보 60%를 제외한 40% 정도의 가동보 수문만 열렸다. 보에 갇혔던 강물이 흘러내리면서 강바닥에 쌓인 펄층도 함께 씻겨 내리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금강에는 3개의 보가 건설됐다. 2018년 세종보를 시작으로 공주보 가동보가 열렸다. 그러나 백제보는 인근 농경지 지하수 부족을 이유로 개방을 미뤄왔다. 환경부는 지자체, 농·어민, 환경단체 등이 참여하는 백제보 민관협의체 및 금강수계 민관협의체 논의를 거쳐 지난 5월 25일부터 열흘 간격으로 해발(EL.) 0.5m씩 단계적으로 수위를 낮춰 45일 만인 9일 완전 개방에 들어간 것이다.

10일 찾아간 백제보는 오전 소나기가 지나간 탓에 하늘은 맑고 평온해 보였다. 수력발전소 콘크리트 구조물에는 20여 마리의 가마우지들이 날개를 펴고 몸을 말리고 있다. 강물을 막고 있던 3개 가동보의 수문이 올라간 상태다. 오랫동안 닫혔던 탓에 강바닥에 펄층이 씻기느라 강물은 탁해 보였다.

녹조, 물고기 떼죽음, 세굴 등 온갖 치명타
 

백제보 수문이 닫혀 있을 때는 녹조만 가득한 죽음의 강이었다. ⓒ 김종술

   

9일 백제보 수문이 개방되고 강바닥에 쌓인 펄층이 씻기면서 강물이 탁하다. 그러나 녹조는 보이지 않는다. ⓒ 김종술


2009년 10월 GS건설이 착공한 백제보(길이 311m, 폭 7m 높이 5.5m)는 총공사비 2553억 원이 투입됐다. 준공 초기부터 보 하류 강바닥이 파이는 세굴이 발생하여 주기적으로 보강공사를 해야만 했다. 특히 세굴 공사를 위해 강물 속에 수중 콘크리트를 타설하면서 수중 생태 오염과 물고기 떼죽음 등 환경오염을 가중하기도 했다.

2012년에는 60만 마리 이상의 물고기가 집단 폐사한 곳이다. 백제보 상류 왕진교 인근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물고기 떼죽음은 열흘간 반복되면서 하굿둑까지 확산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마릿수 차이만 있을 뿐 크고 작은 물고기 떼죽음이 반복됐다.

2013년부터는 금강 전역을 뒤덮은 최악의 녹조가 발생했다. 보 주변은 물론 상류 공주보, 세종보까지 뒤덮은 녹조는 '녹조라떼'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으며 강의 종말이라 부르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해마다 반복되는 녹조는 지난해(2019년)까지 발생했다. 일부에서는 녹조류인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틴 독성 때문에 농산물 기피 현상까지 생겨났다.

2014년부터는 강바닥을 뒤덮은 큰빗이끼벌레가 문제가 됐다. 수몰나무 및 자갈과 바위틈을 비롯해 강바닥을 점령한 큰빗이끼벌레 때문에 산란하지 못했던 물고기 집단 폐사가 이어지면서 일부에서는 죽음의 강으로 불렀다.


금강의 최악의 해를 꼽으라고 하면 단연 2015년부터다.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가 창궐하면서 물고기도 살 수 없는 강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환경부 수질 등급별 수생생물을 보면 최악의 오염 지표종으로 실지렁이류와 붉은깔따구류, 꽃등에, 종벌레 등이다. 이들이 서식하는 물은 수돗물로 사용할 수 없고 오랫동안 접촉하면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는 물로 정해 놓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보를 관리하는 수자원공사는 물고기 양식장에서 사용하는 수차를 강물에 설치하고 물을 순환시키는 작업을 시작했다. 볏짚, 마이크로버블기 등을 동원하여 녹조를 제거하다, 금기야 녹조제거선을 띄우고 배를 이용하여 강물을 휘젓고 다니는 지경까지 치달았다.

금강의 모래톱에서 희망을 본다
 

백제보 가동보 수문이 개방되면서 상류에는 크고 작은 모래톱이 만들어지고 많은 생명이 찾아들고 있다. ⓒ 김종술


다행인 것은 늦었지만, 하굿둑을 제외한 금강의 모든 수문이 열렸다는 것이다. 백제보 수문이 개방되면서 크고 작은 모래톱이 생겨나고 있다. 모래톱은 강에 있는 모든 생명을 품고 살아가는 곳이다. 공주보 하류 유구천 합수부와 만나는 지점에는 2km가량, 축구장 3개 크기의 모래톱도 만들어졌다.

모래톱이 생겨나면서 녹조 가득한 강물에 물고기들이 돌아왔다. 낮은 여울에서 늦은 산란이 시작되고 물고기 첨벙거림이 들렸다. 백제보 개방 이후 최근 공주시 백제큰다리 아래쪽과 유구천 합수부 모래톱에서는 멸종위기종 1급인 흰수마자가 발견되었다. 맑고 흐르는 강물에 서식하는 쏘가리를 잡기 위해 낚시꾼도 몰리고 있다.

물고기가 돌아오니 새들도 증가했다. 지구상에 1천 마리에서 2만 5천 마리 정도만 살아남은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흰목물떼새도 돌아왔다. 꼬마물떼새와 흰목물떼새는 풀들이 없고 모래와 자갈이 깔린 뻥 뚫린 공간에 동그랗게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고 살아가고 있다. 낮은 물가에서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물고기를 사냥하는 왜가리, 백로가 증가하고 맹금류와 수달, 삵 등 야생동물도 자주 목격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4대강 사업 10년 만에 모처럼 강에 활기가 돈다. 강물이 막히면서 녹조가 창궐하고 악취가 발생했던 강에 사람들이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모래톱을 찾은 사람들은 그늘막을 설치하고 모래찜질을 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낮은 물속에서 물고기를 잡고 자연을 만끽하고 있다.

다 희망적인 것은 아니다. 백제보의 가동보 수문 개방이 9월 말까지다. 이후 개방할지 닫을지는 추가로 논의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강을 강으로 보지 않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보를 존치하면서 이익을 보려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4대강 논란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백제보 #가동보 개방 #모래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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