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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와 비난 사이... 박원순의 죽음이 혼란스러운 이유

[取중眞담] 박 시장 빈소의 조문행렬과 장례식장 밖 1인 시위

등록 2020.07.11 00:37수정 2020.07.11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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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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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었다. ⓒ 사진제공 서울시

 
10일 낮 12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조문 행렬이 이어지면서 이른 아침부터 현장에 있던 관계자와 취재진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조문을 마치고 나오는 주요 인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명복, 추모, 애도 등의 말이 이어졌다.

한편에선 박 시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그의 죽음이 "떳떳하지 못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장례식장 밖엔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라고 적힌 피켓을 든 이가 서 있었다.

황망했다. '황망'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이 몹시 급하여 당황하고 허둥지둥하는 면이 있음"이다. 박 시장 죽음 후의 상황을 놓고 '당황하고 허둥지둥하는' 스스로와 마주했다. 그의 죽음과 고소가 인과관계가 있다고 장담할 순 없겠지만, 최소한 상관관계는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복, 추도, 애도 등 조문을 마치고 온 이들의 말을 마음 편히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죽은 사람 앞에서의 도리'를 이야기하는 것에도 마냥 고개를 가로젓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을 강요하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지도 못하겠다. 마냥 애도할 수도, 마냥 비난할 수도 없는 그 사이에서 '당황하고 허둥지둥하는' 스스로가 비겁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박 시장은 모두에겐 아니었겠지만 최소한 여러 사람에게 존중받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박 시장의 업적을 이 글에서 강조하고 싶진 않다. 많은 이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잘 알고 있는 그의 업적이 마음의 혼란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대신 이런 말을 하고 싶다. 박 시장이 이러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 같다. 그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살아서' 맞이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1000만 서울시민이 한 순간에 지도자를 잃는 상황이 안 왔으면 좋았을 것 같다. 5000만 국민이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그를 '실종'이란 단어로 맞이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 역사가 된 성희롱 사건을 변호했고 시장 취임 후 성평등위원회를 만들었던 그가 지금 고소인이 짊어지게 된 무게를 고려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확실한 건 있다. 우리가 지금 제거해야 할 것들을 하나씩 떠올려보는 것이다. 박 시장과 함께 사진을 찍은 여성들의 신상을 터는 등 2차 가해를 일삼는 이들, 그의 죽음과 대선을 연결시키며 음모론을 펼치는 이들이 그렇다. 한편으로 그의 죽음을 마냥 조롱하는 이들도 그렇다. 무책임한 기사를 쏟아낸 언론과 그가 사망한 곳을 찾아가 생방송을 한 이들, 그 방송을 보며 낄낄댄 이들은 말할 것도 없다.

사람의 죽음을 슬퍼함. 애도의 사전적 의미다. 남의 잘못이나 결점을 책잡아서 나쁘게 말함. 비난의 사전적 의미다. 이 사이 어느 곳에서 방황하는 것이 지금의 솔직한 심정이라 그저 황망하다.

박 시장의 죽음을 애도한다. 동시에 그를 고소한 이에게 위로와 연대의 말을 전한다. 최소한 박 시장을 향한 애도보다 한 치라도 더 무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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