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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와 학생이 인격적으로 만날 때 일어나는 일

[릴레이 기고 : 코로나 시대 교육을 말하다]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등록 2020.07.11 18:06수정 2020.07.1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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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이 변하고 있습니다.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부분에서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도 변해야 합니다.  이에 현장 교사들이 진단하는 학교 교육의 문제점과 나아갈 바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실천교육교사모임 소속 교사들의 제안을 담은 현장 이야기를 싣습니다.[편집자말]
1999년경이었을까? 학교에는 수행평가라는 평가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교육의 보람을 느낄 수 있었고 학생들의 성장을 목도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국어수업은 천편일률적으로 모든 부모님이 경험하셨을 그 방법이 그대로 전범이었습니다. 학생이 본문을 한번 읽는다. 교사가 다시 본문을 처음부터 읽으면서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긋고, 중요 설명을 한다. 학생은 그 설명을 그대로 받아적는다. 또는 칠판에 필기된 내용을 베낀다. 그리고 교사는 그것을 중심으로 시험 문제를 출제한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의 고민은 저 자신 역시 공교육 12년 동안 그런 국어 수업밖에 경험해 보질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 수업의 지루함과 효용없음은 이미 저 개인으로 증명되었지만, 아쉽게도 다른 수업을 시도할 수 있는 상상력이 없었습니다.

당연히 학생들의 반응은 이 글을 읽는 분들이 경험했던 그대로 지루하지만, 가끔 교사의 원맨쇼에 웃거나, 기지 넘치는 친구들의 반응에 웃거나, 교사가 샛길로 새어나가 수업과 관계는 없지만(먼 관계는 있겠지만) 재밌는 일화에 그 수업의 성패가 걸려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의 교육 목표는 거창하게도 학생들이 나의 수업을 통해 안목이 자라고 세상을 향한 통찰력이 생기는 것이었습니다. 저와 함께 일년을 보내고 나면,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능력에서의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구원처럼 만난 것이 수행평가. 말 그대로 수업시간마다 제가 가르친 내용을 학생들이 수행하게 하고 그 일련의 수행 과정을 제가 평가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게 하고 다시 그 변화를 지켜보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의 가장 핵심은 학생 한 명, 한 명의 개별성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교사인 저의 반응이었습니다.

교사의 반응은 응원일 수도 야단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매일 공책에 무엇인가를 쓰게 하고, 말하게 하고, 듣게 하고 기록하게 하는 과정의 반복이었습니다. 매 시간 수업이 끝나면 각 학급 학생들의 공책을 모두 걷어서 교무실로 가져가 개별 피드백을 하는 일의 반복이었습니다. 그 지루하지만 단순한 과정을 거치면서,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를 반복해서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성찰과 저의 조언이 상호작용 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학생들 한 명 한 명이 보였고, 학생들 마음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모든 학생과 개인적인 만남의 장면이 펼쳐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 저는 너무 순진하게도 우리 교육의 미래를 낙관했습니다.

이대로라면 우리는 학급 당 인원을 줄여갈 수밖에 없겠구나. 제대로 된 수행평가를 통해 각 학생별로 피드백을 했을 때의 효과가 전국적으로 파도처럼 일어나고 증명된다면 나의 자녀들이 자랐을 때는 모든 수업시간에 교사들이 개별 피드백이 가능한 환경이 되겠구나 하는 분홍빛 꿈을 꾸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듬해 학생 관리의 전산화라는 이름으로 네이스(neis, 교육행정정보시스템)가 도입되고, 가장 본질인 교육 활동 이외의 영역들이 점차 늘어났습니다. 교실에서의 교육 활동보다는 교육 활동을 했다는 증명에 교사들이 더 시간과 힘을 들여야 하는 이상하고 기이한 교육 풍토가 자리 잡았습니다.

그나마 매 쉬는 시간마다 각 교실에서 아이들 공책을 걷어서 그날 피드백을 하고 되돌려 줄 수 있었던 시간의 여유가 다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수행평가 도입 이후 우리 교육에 일어난 지각변동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교사와 학생의 개별적인 만남의 시간과 공간을 가로막아선 것들은 도대체 무엇입니까?(교사들은 알고 있지만 아무도 그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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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 오후 울산시 북구 염포초등학교 6학년 한 교실에서 교사가 모니터에 뜬 학생들의 얼굴을 보며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0.4.16 ⓒ 연합뉴스

 
그러다 코로나 시대가 왔습니다.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었고, 물리적 만남조차 모두 막혀버린 시절의 기이함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느끼고 있습니까? '그깟 학교 필요없구나'라는 결론을 내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허공에 흩어지는 EBS 온라인 수업의 한계가 무엇인지 골똘히 고민하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으실 것입니다.

마스크를 쓰고 한 주에 한 번, 스쳐가듯 만나는 교사와의 허무한 만남에서, 실제 대면수업이었던 시절엔 어떤 교육이 이뤄지고 있었는가 고민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학부모 교육의 핵심은 주중에 학교에서 이루어진 교육적인 여러 요소들이 (모든 잠재적 교육 내용을 포함합니다) 그대로 가정에서 지속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는 것입니다.

주중에 이뤄진 교육이 전무하다시피 한 코로나 시대에 교육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학생들이 단지 학교에서 배워온 교육이 강의식 수업에서 얻어낸 지식의 편린들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함께 각성하는 시대이길 바랍니다(심지어 저는 8살 막내의 한글쓰기를 가르치다 절망했는데, 1학년 담임선생님이 하시는 한글쓰기의 전문가적인 방법을 온라인 동영상을 통해 따라 배우면서 깊은 감탄을 했습니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학생들은 교사의 인격과의 만남을 여러 가지 장면에서 경험하고 친구라는 인격과의 만남을 통해 깨달음의 반복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그 안에서 교사라는 개별 인격과의 만남을 통해 학습했던 다양한 내용들이 있었음을 우리 사회가 함께 재발견하기를 간절히 요청드립니다.

교사의 삶이 이 각박한 세상에서 다른 직장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로워 보이는 외연으로 판단하기가 더 쉽고 편할 것입니다. 그러나 한 인간으로서 인격적인 만남을 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교사가 전 인격을 다해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학습과 삶의 양식과 마음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구조가 무엇일지 이 사회가 함께 고민해 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온라인 수업을 통해 그나마 교육적 성장의 보람을 느끼시는 선생님들의 공통점은 그 안에서 발견한 학생 개인입니다. 군중 속에서 묻혀 있던 아이들이 온라인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자기 색깔을 드러내고 선생님과 개별적인 인격관계를 맺는 용기를 내는 것을 경험하신 분들이 온라인 수업을 통해 지친 가운데서도 기쁨을 느끼고 계십니다. 

교사는 학생을 만나고 싶습니다. '고객님 만족하십니까?'라고 말하고 마는 수박겉핥기의 관계가 아닌 전인격적인 성장의 동반자가 되고 싶습니다. 개인과 개인이 만날 수 있는 교육적 여건과 시스템을 위해 많은 교사들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사회와 교육부에 요청하는 목소리에 응답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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