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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한 두뇌, 남다른 사회성... 벨루가 고래가 갇혀 살면 안 되는 이유

[김창엽의 아하, 과학! 68] 인간과 아주 유사한 사회구조 갖고 있다는 사실 처음 밝혀져

등록 2020.07.13 12:09수정 2020.07.13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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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늑대나 코끼리 등과 마찬가지로 이른바 '사회생활'을 하는 동물이다. 영장류부터 벌이나 개미 등 곤충에 이르기까지 사회생활을 하는 동물들은 꽤 많지만, 사람의 사회생활은 여타 동물들과는 사뭇 다른 특징이 있다.

절대적인 모계 중심 사회가 아니고, 위계 질서가 느슨한 편이며, 무엇보다 가족, 즉 혈연을 넘어서는 관계가 많은 게 사람 사회의 두드러진 면모이다. 사회 생활을 하는 다른 동물과 달리 사람 사회에서, 예컨대 숱한 배신이 일어나는 것도, 혈연 밖의 개체(사람)와 밀접하게 얽혀 있는 사회를 이루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다 자라면 몸이 흰색에 가까운 벨루가 고래. 두뇌 가운데서도 사고력을 좌우하는 전두 부분이 잘 발달돼 있어 머리가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사람 다음으로 가장 지능이 좋은 동물 가운데 하나라고 알려진 벨루가 고래(일명 흰고래)가 인간과 아주 유사한 사회 구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져 눈길을 끈다. 미국의 주립 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이 주도하고, 노르웨이와 캐나다의 다수 연구기관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은 다른 고래 등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벨루가 고래 사회의 양상을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공동연구팀은 벨루가 고래의 무리에 혈연 관계가 없는 개체들이 적잖게 끼어있다는 사실을 현장 관찰과 유전자 분석을 통해 알아냈다. 이는 벨루가 고래가 무리를 이끄는 암컷을 중심으로 한 모계 사회 혹은 그룹을 이뤄 살아가는 것으로 추정한 기존의 가설이 틀렸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다.

벨루가 고래는 보통 2~10마리 정도가 한 무리를 이뤄 생활하며, 이들 무리는 최대 2천마리 정도인 집단의 일원을 구성한다. 다 자라면 몸 길이는 4~5m 정도이고, 평균 수명은 70년 안팎으로 40살 때쯤 암컷은 사실상의 '폐경'이 찾아오는 특징도 있다.
 

10마리로 무리를 이룬 벨루가 고래 집단. 빨간 선은 부모-자식간이고, 노란 선은 형제나 조손 관계를 나타낸다. 선으로 이어지지 않은 3마리는 혈연관계가 없다. ⓒ 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

 
연구를 주도한 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의 그렉 오코리-크로우 박사는 "사회가 어떤 형태로 형성되느냐에 따라, 집단 문화나 다른 개체로부터의 배움, 경험 등이 달라질 수 있다"며 벨루가 고래는 상당히 고도화된 사회 구조를 가진 동물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사람처럼 폐경이 되고도 벨루가 고래 암컷은 오랜 기간 생존하는데, 이는 혈연을 넘어서 사회를 구성한 것과도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벨루가 고래는 덩치에 비해 큰 두뇌구조를 가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사람처럼 사고력을 좌우하는 전두 부분이 잘 발달돼 있다. 이런 뛰어난 두뇌 덕분에 사람으로 치면 언어라고할 수 있는 신호가 가장 다양한 축에 속하고, 소통 능력도 정교한 편이다.

동물보호단체 중 일부는 이런 뛰어난 두뇌 때문에라도 벨루가 고래는 수족관 등에 잡아둬서는 안된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연구로 벨루가 고래의 남다른 사회성이 확인된 만큼 사실상 사회 생활이 불가능한 수족관 등에 갇혀 살게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더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벨루가 #고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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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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