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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임은정 왜 입장표명 안하냐" 윽박... 피해자는 또다시 고통받는다

'박 시장 성폭력 피고소'에 발언하지 않는다며 공개 비판... "진영논리에 기반한 문제제기"

등록 2020.07.13 19:27수정 2020.07.1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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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와 머니투데이의 기사 제목 캡처 ⓒ 네이버 뉴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성폭력 혐의로 고소당한 사건에 관해, "왜 가만히 있느냐"며 서지현·임은정 검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서지현 검사는 2018년 1월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부터 입은 성추행 피해를 고발하며 한국판 '미투 운동'의 시작을 알렸고, 임은정 검사도 2003년, 2005년 두 차례 상관으로부터 당한 성폭력을 고발한 바 있다. 

두 검사는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법무부 양성평등자문관실 특별자문관으로 있는 서 검사나, 울산지검 부장검사로 있는 임 검사는 이번 사건을 조사하는 위치에 있지도 않다. 그럼에도 자신의 성폭력을 고발하고, 평소 성폭력 문제에 목소리를 내왔다는 이유만으로 언론과 누리꾼 등으로부터 '입장 표명'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서 검사님께 나가는 봉급 아깝게 느껴질지도... " <조선일보> 등 언론도 가세

공개적으로 두 검사를 비판한 장부승 간사이외대 정치학과 교수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정부의 법무부에서 고위공직을 맡고 계시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까방권' 주시는 건가? 제발 뭐라고 한 말씀만 해주십시오. 서지현 검사님의 용기있는 발언 고대하겠다"라며 서 검사를 사실상 비판했다.

이어 그는 "설마 이 문제는 내가 피해자 아니니 잘 모르겠다고 그냥 계속 침묵하시는 건 아니시겠죠? 만약 그러신다면 납세자의 한 사람으로서 서 검사님께 나가는 봉급이 매우 아깝게 느껴질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들어서 그래요"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장 교수는 13일에는 임은정 검사를 향해 "검찰내 성폭력과 2차 가해 문제에 대해 이토록 고강도 대응을 하셨던 분께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박원순 시장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 문제에 대해 끝내 침묵하신다면, 그것이야말로 정파성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 됩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조선일보>는 13일 <'성범죄 엄벌' 추미애와 '미투 촉발' 서지현, 박원순엔 침묵>이라는 기사를 통해 추미애 장관과, 서지현·임은정 검사가 '박 시장 성추행 피고소'에 관해 발언하지 않는 것을 문제 삼았다. 

머니투데이 또한 13일 낸 <성폭력 고발 앞장섰던 공지영·서지현… 박원순 의혹엔 왜 침묵하나>라는 기사에서 장부승 교수의 글을 언급하며 서 검사가 "평소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예 입을 다물고 있다"라고 표현하며, 사건에 대해 발언하지 않는 것 자체를 비판적인 논조로 서술했다.

서지현 검사 "한 마디도 하기 힘들어... 페이스북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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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강연장에서 열린 대한항공 '땅콩회항' 피해자로 알려진 박창진 전국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장이 쓴 <플라이백> 출판기념 낭송회에서 참석한 서지현 검사 발언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이에 서지현 검사는 13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며칠간 겪은 고통을 토로했다. 

서 검사는 "개인적 충격과 일종의 원망만으로도 견뎌내기 힘들었다. 그런데 개인적 슬픔을 헤아릴 겨를도 없이 메시지가 쏟아졌다"라며 "한 쪽에서는 함께 조문을 가자 하고, 한 쪽에서는 함께 피해자를 만나자 했다. 한 쪽에서는 네 미투 때문에 사람이 죽었으니 책임지라 했고, 한쪽에서는 네 미투 때문에 피해자가 용기냈으니 책임지라 했다"고 밝혔다.

서 검사는 "한 마디도 (입을) 떼기 어려웠다. 숨쉬기조차 쉽지 않았다"라며 "어떤 분들은 네 가해자가 그렇게 되었음 어땠을지 상상해보라고 했다. 그 상상으로 인해 심장이 곤두박질치고 대책없이 떨리고, 그런 상황이 너무 거지같아 숨이 조여드는 공황장애에 시달려보지 않았을까봐"라며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도져버린 공황장애를 추스르기 버거워 저는 여전히 한 마디도 하기 어렵다. 한마디도 할 수 없는 페북은 떠나 있겠다"라며 잠시 동안 SNS를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서 검사는 "민주당 운운하시는데 저는 정치와 아무 관련이 없고, 그곳에도 여전히 저를 '정신병자'라고 믿고 계신 분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아실 리 없겠죠"라며 진영논리에도 선을 그었다.

이 글이 올라오자 장부승 교수는 자신의 SNS에 "서 검사님께서 잘못하신 것 아무 것도 없습니다. 부디 절대로 자책하지 않으시길 기원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기사의 제목에서 '서지현 검사'의 이름을 뺐다.

"과도한 요구... 사건의 본질 벗어난 '선택적 지적'"

서 검사가 글을 올린 이후,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고 여성인권을 위해 싸워온 두 검사에게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것이, 일종의 '2차 가해'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류영재 대구지방법원 판사는 서 검사의 글을 공유하며 "왜 그녀를 가만두지 못하는가, 대체 왜"라며 "아직도 서 검사가 왜 동네북마냥 여기저기에 소환돼야 하는지, 법무부 파견 검사가 자신의 권한도 아닌 서울시장의 장례절차에 관한 의견을 밝혀야 하는지, 꼴랑 법무부 파견된 것 하나로 세상 강자인 양 취급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 검사가 지금까지 목소리 낸 주제들은 최소한 법무부 소관 업무에 속한 그녀가 맡은 주 업무였다"라며 "그가 언제까지 자신의 미투가 정파적이거나 권력쟁취용이 아니었음을 입증받기 위해 오만 노력을 다 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성추행 고발 사건이 '왜 터졌는가' 질문을 해보면, 이는 남성들이 만든 정치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왜 그 사건에 대한 입장을 몇몇 여성들에게 과도하게 요구하는 것이냐"라며 "일부 언론이 사건의 본질을 벗어나서 '선택적 지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 대표는 "진영논리 속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 피해자인 여성에게까지 문제제기를 하는 상황"이라며 "성폭력 피해자(고소인)을 생각한다면 민주당, 서울시 등 실질적으로 권한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그 피해자를 어떻게 보호하고 정치적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해서 물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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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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