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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코로나192761화

코로나19 확진자들은 '재감염'보다 'OOOO'을 더 무서워했다

[코로나19, 인권을 말하는 이유②] '나쁜 확진자'를 어떻게 판단하나

등록 2020.07.14 14:04수정 2020.07.1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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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인권대응 네트워크는 코로나19를 인권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사회적 약자·소수자의 권리를 위해 대안을 제시하는 '코로나19 인권,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위한 사회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문제의식을 담아 글을 기고합니다. [편집자말]
[이전 기사] [코로나19, 인권을 말하는 이유①] 코로나19 확진자 숫자로 이 위기를 설명하려 하지 말라 http://omn.kr/1o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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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용주차장에 마련된 워크스루 선별진료소에서 5월 14일 오전 시민들이 검체 채취를 위해 방문하고 있다. 검사원이 검체 채취 전 시민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 권우성

 
메르스 사태 당시 병원 위주로 감염병이 전파되는 가운데 병원 이름을 공개하지 않아 오히려 접촉자를 늘렸다는 비난을 받았기 때문인지, 정부는 감염병 대응에 정보 공개를 중시하기 시작했다. 2016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아래 감염병법)을 개정해 동선 정보 등을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가 마련됐고 2020년 코로나19 사태에 이르러 동선추적 및 공개 시스템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감염병법 등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과 지자체장은 감염병 접촉자의 동선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그 동선 정보는 국민에게 공개된다. 동선 공개의 목적은 국민들에게 감염병 전파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 신원미상의 접촉자를 찾아내기 위함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응 초기 제대로 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채 각 지자체 등에서 경쟁적으로 쏟아낸 정보들이 언론을 통해 퍼져나가며 확진자들은 신상이 노출되거나 지나친 비난을 받는 등 피해를 입기도 했다. 

성별과 연령대, 그리고 공개하는 지자체별로 세부적인 해석이 달랐기 때문에 거주지 아파트 이름이나 직장명까지 공개된 확진자도 있었다. 확진자는 언제든 내 이웃이 나를 손가락질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사회적 분위기 역시 감염된 사람이 잘못이라는 쪽으로 굳어졌다. 

또한 동선에 따라 '착한 확진자'와 '나쁜 확진자'가 나뉘었다. 아무도 만나지 않은 채 집에만 있다가 자차를 이용해 보건소에 간 확진자는 착한 확진자다. 출퇴근을 하느라 대중교통을 이용한 확진자는 나쁜 확진자가 된다. 언제, 어디를 방문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가 낱낱이 공개되고 평가됐다.

어떤 확진자는 가족들과 식사를 했다가 코로나19가 전파됐는데, 부인과 자녀는 음성판정을 받았지만 처제가 양성 판정을 받아 불륜이 아니냐는 비난에 노출됐다. 언론은 확진자와 접촉자가 형부-처제 관계라는 점을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함께 식사하면 전파될 수 있다는 정보가 전달되기보단 확진자-접촉자 간 관계가 집중 조명된 것이다. 

서울보건대학원에서 조사한 설문 결과를 보면 이와 같은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코로나 확진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주변으로부터 받을 비난'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두려움 정도를 5점으로 봤을 때 '주변으로부터 받을 비난과 피해가 두렵다'라는 답변이 3.87점으로, '완치 뒤 재감염에 대한 두려움'(3.46점), '완치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2.75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공개하면서 개인의 신상정보가 필요 이상으로 노출해 온 것과 관계가 깊다. 감염병보다 감염병에 걸림으로 인해 비난을 받을 것이 더 두려운 사회가 된 것이다.


기준 없는 동선 공개 및 보도는 정부가 의도한 바와 다르게 동선 정보를 숨기고자 하는 마음을 발생시키고 이는 방역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주변 사람 대부분이 자신의 정체를 눈치챌 수 있다면, 심지어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면 누구든 동선 정보를 솔직히 말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방역과 개인정보 보호 간 균형점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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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브리핑하는 정은경 본부장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2월 21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발생현황 및 확진환자 중간조사 결과 등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 역시 여러 차례 지적을 통해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최근 동선 공개 지침에 대한 수정안을 내놓았다. 수집된 개인정보의 관리 및 파기 시점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3월 14일 중대본은 "감염병 예방에 필요한 정보에 한하여 공개"해 이미 모든 접촉자가 파악된 경우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거주지 세부주소 및 직장명은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확진 환자의 이동 경로 등 정보공개 안내'를 마련했다. 

중대본은 뒤이어 4월 12일, 6월 30일에 각각 해당 지침의 2판과 3판을 발표해 공개 기간이 경과되면 내용을 삭제할 것, 성별, 연령, 국적 등 개인을 특정하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것, 읍·면·동 단위 이하 정보는 공개하지 않을 것 등을 지시했다. 특히 3판에는 시민사회가 계속 요구했던 것처럼 시간에 따른 개인별 동선을 공개하지 않고, 장소 목록 형태로 데이터만을 공개하도록 했다. 

개인별로 목록화해 동선을 공개하지만 않아도 특정 개인이 식별될 위험성이 현저히 줄어든다. 지자체 별로 공개하지 않고 본부 차원에서 모아서 공개한다면 식별 위험성이 더더욱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광진구청 등 몇몇 지자체들은 여전히 개별 확진자별로 동선을 공개하고 있는 현실이다. 일괄적인 기준 반영을 위한 노력이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다.

K-방역, 결국 광범위한 개인정보 수집이 기반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행해온 방역 지침을 'K-방역모델'이라고 명명하고 이를 국제표준화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K-방역모델은 크게 ①검사·확진→②역학·추적→③격리·치료로 이어지는 3T(Test-Trace-Treat)로 구성된다. 감염병 환자의 역학조사를 통해 접촉자를 파악해 추적하고 적극적인 진단 검사를 받게 하는 것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감염병 환자 및 감염병 의심자에 대한 개인정보 수집 및 처리를 전제로 하고 있다. K-방역은 광범위한 개인정보 수집 기술 및 감시 기술을 바탕으로 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코로나19 대응 초기 역학 조사관 등이 일일이 카드사용내역 등을 수집했던 것에서 진화해 3월부터는 신용카드 회사, 통신사들이 연계된 '코로나19 역학조사 지원시스템'이 사용되고 있다. 10분이면 확진자 및 접촉자들의 카드사용내역, 휴대폰 위치정보 등의 정보가 조합돼 이동 동선이 도출된다. 

이러한 역학조사 과정에서 거래 기록, 위치정보와 이동 경로, 개인의 취향과 사회적 관계 등 민감한 개인정보들이 수집된다. 수사기관조차 범죄 수사라는 공익 목적으로도 위치정보를 수집하려면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역학조사 과정에선 조사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요청되고 수집될 뿐 통제할 수 있는 아무런 장치가 없다. 

특히 위치정보에 관해서는 각국에서도 의견이 제각각인 상황이다. 휴대전화 위치정보라고 해서 정확할 것 같지만, 감염자와 접촉자 간 근접 거리 파악 등 코로나 19 감염 여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한 정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면서 접촉자 추적 효과는 떨어지는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국가들도 있다. 

한국에선 이러한 휴대전화 위치정보가 역학조사에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개인정보 수집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역학조사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태원 등 특정 지역 인근에 있었던 모든 사람의 위치정보를 일단 쓸어 담고, 카드결제내역이나 CCTV 등 추가정보를 활용해 좁히는 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용산에 직장이 있을 뿐인 사람에게 진단검사를 받으라는 문자가 발송되는 등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으며, 개인정보 침해라는 지적을 피해갈 수가 없었다. 

정부는 역학조사 지원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해 해외 출입국 관리 기록 데이터, 의료기관 이용 내역 데이터 등을 추가하고 전자출입명부 시스템과도 연계되는 '데이터 기반 역학조사 지원시스템'을 개발할 것이라고 한다. 민감한 개인정보가 더 폭넓게 수집될 것이다. 

국민의 개인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 및 활용하려면 법적 타당성이 있어야 하고, 통제 및 관리할 시스템 역시 필요하다. 진보네트워크센터가 질병관리본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정부는 아직도 메르스 사태 당시 수집된 개인정보들을 파기하지 않았다. 
 

음성판정자 동선 삭제한 태안군청 누리집 음성판정자에 대한 동선 공개로 동선에 명시된 특정 식당에 대한 항의가 이어지자 군청 누리집에서는 해당 내용이 삭제됐다. ⓒ 태안시 홈페이지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된 이후 해당 데이터와 시스템을 파기하겠다고 먼저 밝힌 만큼 명확한 파기 계획 역시 세워야 한다. 공중보건 위기를 맞아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할 수는 있지만,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역시 보호해야 할 소중한 기본권인 만큼 균형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공공 위기 시 개인정보 처리 원칙 마련 필요

공중보건 목적을 위해 개인정보를 처리하더라도, 정보 주체의 권리가 어디까지 보호되고 어떤 조건에서 제한되는지 개인정보 보호법 및 감염병예방법 등 관련 법률에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해당 법률들은 공중보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정부가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것을 막고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해 명확하게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정보 주체의 권리 제약을 최소화하는 비례적 원칙을 세워야 한다. 

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가길 고대하고 있지만 앞으로 꽤 긴 기간 동안 그러긴 어려울 것이다. 또한 앞으로도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수시로 나타날 수도 있다. 우리는 이제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이 사태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당장의 감염병을 통제하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취약함을 정확히 판단하고 향후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는 과정이 수반돼야 한다. 긴급한 보건의료적 필요성에 대응하면서도 정보인권을 균형 있게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개인정보보호 #방역 #동선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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