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까짓것 가지고 사람이 죽지 않는다" TV조선·채널A, 위험한 선정보도·추측보도

[종편 뭐하니 21]

등록 2020.07.16 14:57수정 2020.07.1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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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의 문제발언 중 핵심을 뽑아 알려드리는 '종편 뭐하니?'입니다. 7월 14일 종편에서도 고 박원순 서울시장에 관한 내용이 주로 등장했어요. 보도준칙을 지키라는 숱한 요구가 있었음에도 여전히 극단적 선택의 배경을 추측하는 부적절한 발언이 나왔어요. 서울시장 집무실 구조를 상세히 언급하며 성범죄가 일어난 장소를 특정하는 듯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결과적으로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내용이었죠.

1. 집무실 평면도까지 꺼내든 채널A와 TV조선
7월 14일 방송된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와 TV조선 <신통방통>에서는 고 박원순 시장의 집무실 평면도가 등장했어요. <중앙일보>와 <조선일보>가 보도한 서울시장 집무실 평면도와 피해자 측 기자회견에서 밝혀진 피해 사실을 조합해 선정적 보도를 한 거예요. TV조선 <신통방통> 진행자 윤태윤씨와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진행자 김진씨는 서울시장 집무실 구조를 상세히 설명하며 피해자의 피해 사실까지 덧붙였어요. 성범죄가 일어난 장소를 특정하는 듯한 발언으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내용이었죠.

<오마이뉴스> '박원순 집무실이 비밀공간? 도 넘은 언론보도'(7월 14일)는 <중앙일보>가 집무실 내에 앉아 있는 박 시장 사진과 인포그래픽을 보여주며 선정적으로 보도한 태도를 비판하며 "고소인은 시장 집무실을 신청사로 옮긴 뒤인 지난 2017년부터 비서실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해당 침실 사진과는 관련이 없다"고 전했어요. 언론이 사실관계 확인도 되지 않은 정보를 마구 가져다 쓰면서 선정보도를 한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었죠.

2018년 한국기자협회와 여성가족부가 만든 '성폭력·성희롱 사건보도 공감기준 및 실천요강'에서는 "언론은 성폭력·성희롱 사건을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 소재로 다루거나, 가해자 책임이 가볍게 인식되는 보도를 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요. 고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전하며 서울시장 집무실 평면도를 보여주는 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행위예요. 선정적 보도에 매몰된 언론의 민낯을 보여준 경우죠.

2. 채널A "이 까짓것 가지고 사람이 죽지 않는다"
채널A <뉴스TOP10>(7월 14일)에서는 고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관한 대담이 이뤄졌어요. 피해자 측이 7월 13일 기자회견에서 "다음 주에 이 사건의 제대로 된 해결을 촉구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추가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힌 데 주목했죠. 이 과정에서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를 추측하는 부적절한 발언이 등장했어요. 출연자 정태원 변호사는 "만약에 피해자의 변호인이라고 그 피해자가 당한 걸 시시콜콜 이야기를 하면 결국 피해자에 대해서, 그러한 상처를 입었다고 온 세상에 공개하는 게 되지 않나. 그러니까 피해자의 인권을 위해서도 좋지 않은 거다. 또 한편 돌아가신 분에 대해서 명예훼손으로 안 좋은 거다"라고 말했어요. 피해자의 피해 사실 고백이 피해자 인권을 위해서도 좋지 않고 고 박원순 시장에게도 좋지 않다니 그야말로 황당한 주장인데요.

정태원씨의 부적절한 발언은 계속 되었어요. "이 까짓것(피해자가 밝힌 피해 사실) 가지고 사람이 죽지 않는다", "사람이 죽을 때는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한 거예요.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는 식으로 추측한 거죠.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이 까짓 것'이라고 폄훼한 것도 부적절하고, 극단적 선택의 이유를 추측하고 나선 것도 부적절해요.

반복해서 얘기하지만, 한국기자협회 '자살보도 윤리강령'과 한국기자협회‧보건복지부‧중앙자살예방센터의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에는 "언론이 특정인의 극단적 선택 이유에 대해 단편적이고 단정적으로 판단하여 전하거나, 단순하게 표면적 이유만을 보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로 하지 말아야 한다"고 나와 있어요.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 제작진 모두 제발 명심하길 바랍니다.


☞ 채널A <뉴스TOP10>(7월 14일) https://muz.so/acrG
 

"이 까짓것 가지고 사람이 죽지 않는다"며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 이유 추측한 정태원 변호사 채널A <뉴스TOP10>(7/14) ⓒ 민주언론시민연합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7월 14일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뉴스A라이브>, MBN <뉴스와이드><아침&매일경제>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미디어오늘에도 실립니다.
#민언련 #박원순 #채널A #TV조선 #선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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