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4천 km 떨어진 목적지까지 쉽게... 바다거북의 비밀 알아내다

[김창엽의 아하, 과학! 69] 방향 감각에 더해 재설정 거듭하는 방식으로 항해

등록 2020.07.17 10:50수정 2020.07.17 11:01
0
원고료로 응원
망망대해에서 육안으로 방향을 가늠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진화론의 선구자인 찰스 다윈이 멀리는 수천 km 떨어진 섬을 용케 찾아가는 바다 거북이들의 능력에 감탄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이탈리아, 영국 등 3개국 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이 최근 바다 거북이의 항해 능력을 상세히 밝혀내 관심을 끌고 있다. 연구팀은 인도양 한복판의 산호초 섬들에 사는 33마리의 녹색 바다 거북이에 위성 신호 장치를 부착해 이들의 장거리 이동을 추적했다.
 

녹색 바다 거북이. 길이 최대 150cm까지 자라며 몸무게는 150kg을 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 니콜 에스테반(영국 스완지 대학)

 
결론은 "정밀하지는 않지만 녹색 거북이는 대체적인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어떤 감각기관을 갖고 있다"란 것이었다. 연구팀은 아울러 거북이의 감각기관이 포착하는 신호는 지구 자기장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했다. 

관찰 대상이 된 33마리의 녹색 거북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7마리는 섬들이 많은 아프리카 대륙의 동해안, 즉 서쪽을 향해서 헤엄쳐 나갔다. 7마리는 출발지인 '그레이트 챠코스 해저퇴'(Great Chagos Bank)에서 수십 km 나아가는 데 그쳤다. 가까운 데서 새 보금자리를 찾는 녹색 거북이도 적지 않았던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 해안까지 4천km 이상을 항해한 거북이는 6마리였다. 또 한 마리는 마다가스카르섬까지 진출했으며,  2마리는 서쪽이 아니라 정북 쪽의 몰다이브 섬에서 정착지를 찾았다. 
 

녹색 바다 거북이의 항해. 관찰한 해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은 인도양 한복판에서 섬들이 많은 서쪽을 향해 나아갔다. ⓒ 니콜 에스테반(영국 스완지 대학)

 
그러나 자신들의 최종 목적지까지 일직선으로 헤엄쳐 간 거북이는 없었다. 상당수 거북이는 '직선 항로'에서 최대 600~700km 벗어났다가, 다시 방향을 재설정해 나아가는 방식으로 최종 안식처를 찾았다. 

연구에 참여한 영국 스완지 대학의 니콜 에스테반 박사는 "녹색 거북이의 길 찾기 감각은 정밀하지는 않은 편"이라며 "중간중간 반복해 재설정을 하는 방식으로 섬이나 해안에 이른다"고 말했다. 다윈은 1873년 거북이의 항해 능력에 '경의'를 표한 바 있는데, 이번 연구 이전까지 거북이는 물론 고래나 물개 같은 바다 동물들의 장거리 이동 행태가 상세히 규명된 적은 없었다. 
#거북 #항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특혜 의심' 해병대 전 사단장, 사령관으로 영전하나
  2. 2 "윤 대통령, 달라지지 않을 것... 한동훈은 곧 돌아온다"
  3. 3 왜 유독 부산·경남 1위 예측 조사, 안 맞았나
  4. 4 총선 참패에도 용산 옹호하는 국힘... "철부지 정치초년생의 대권놀이"
  5. 5 '파란 점퍼' 바꿔 입은 정치인들의 '처참한' 성적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