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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온 추락 2주기, 유족의 이례적인 '쓴소리 추모사'

고 노동환 중령 부친 "책임 지는 사람도, 처벌 받은 사람도 없어"

등록 2020.07.17 13:27수정 2020.07.1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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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해병대 헬기사고 영결식 (포항=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23일 오전 경북 포항 해병대1사단 도솔관에서 마린온 헬기사고로 순직한 해병대 장병 5명에 대한 합동 영결식이 해병대장으로 열리고 있다. 2018.7.23 ⓒ 연합뉴스


해병대 '마린온' 헬기 추락사고 2주기 추모식에서 유족들이 추모사를 통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일반적인 추모사와 달리 비판의 목소리가 담긴 이례적인 추모사였다. 

고 노동환 중령 부친 노승헌씨는 17일 포항 해병대 1사단에서 엄수된 추모식에서 "유족을 대신해 말씀드린다"라며 "책임을 지는 사람도, 처벌을 받은 사람도 아무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노씨는 "(해당 헬기가 추락한 이유는) 로터 마스트라고 하는 헬기의 프로펠러 기둥이 부러져 헬기가 거꾸로 바닥에 패대기쳐졌기 때문이다"라며 "직접 원인은 AH(에어버스헬리콥터)에서 납품한 로터 마스트의 파단(재료가 파괴돼 둘 이상으로 떨어져 나가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파단의 이유는) 쇠를 공기 중에서 식혀야 하는데 물로 식혔다고 한다. (문제가 있는 걸) 알면서 대충 보완해서 보냈단다"라며 "완성품을 만드는 KAI(한국항공우주산업)은 아무 검사도 없이 (해당 부품을) 그냥 믿고 채용해, 사고 난 마린온 2호기와 육군의 수리온 헬기 2대에 장착했단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추락사고 후 보완대책이 발표된 걸 보도를 통해 들었다. 로터 마스트와 기어박스 등 비행안전품목에 대해 프랑스 정부가 국제품질보증을 수행한다고 한다"라며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사고 전에 미리 이런 보완책들을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을까. 제 판단으론 일반 제조업체에서 품질 업무를 하는 사람이라면 알만한 내용이고, 항공기를 수출하는 회사는 상대 국가에서 요구하기에 당연히 안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노씨는 공지기동해병대의 항공단 창설과 관련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놨다. 그는 "순직한 해병들은 국가전략기동부대인 해병대의 입체고속상륙작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공지기동해병대의 핵심역량인 항공단 창설을 실현해 가는 과정에서 안타깝게 순직했다"라며 "지난해 11월 말 해병1항공대대가 발족했고 공격헬기까지 갖춘 항공단 창설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공격헬기 대신 무장형 헬기를 채택한단 음모설이 나오며 비판 기사가 많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멀리 우회해 적의 측면이나 배후에서 기습 상륙하는 해병대에게 무장형 헬기를 주면 어떻게 싸우란 얘기입니까"라며 "공격헬기를 주어도 작전이 어려울 판에 상륙을 위해 적진으로 날아가는 기동헬기를 느리고 둔한 무장형 헬기를 갖고 어떻게 보호하나. 또 상륙 후에 믿을 건 공격헬기의 근접화력 지원밖에 없는데 약한 방탄 성능에 둔하고 큰 몸체, 솜방망이 같은 (무장형 헬기의) 화력으로 어떻게 적을 제압하겠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6년 안보경영연구원이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도입과 관련한 선행연구를 했는데 2020년 3월 국방기술품질원이 다시 연구해 앞선 연구 결과를 뒤집고 무장형 마린온을 도입하는 것이 공격헬기를 수입하는 것보다 더 낫다는 판단을 내렸단다"라며 "목숨을 담보로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들에게 불안전한 함량 미달의 장비를 지급해선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승도 해병대 사령관은 추모사를 통해 "지난 2년 동안 해병대 장병들은 순직 장병 5인이 마음에 품었던 큰 꿈을 가슴 깊이 새기며 더 튼튼한 날개로 날아오를 것을 다짐했다"라며 "안전하고 강한 해병대 항공단 건설을 위해 중단없이 전진하겠다"라고 말했다.

해당 사고는 2018년 7월 17일 벌어진 일이다.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은 포항비행장 활주로에서 시험비행을 하다 이륙 직후 주회전날개 분리로 지상에 충돌했다. 이로 인해 5명(고 김정일 대령, 고 노동환 중령, 고 김진화 상사, 고 김세영 중사, 고 박재우 병장)이 숨지고 1명(김용순 상사)이 크게 다쳤다. 생존한 김 상사는 2년 가까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지난 6일부터 포항 1항공대대에서 근무 중이며 이날 추모식에도 참석했다.
#마린온 #해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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