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좋아하는 음식 vs. 머리가 좋아하는 음식

먹방 통한 대리만족,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등록 2020.07.18 15:47수정 2020.07.1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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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관련된 다양한 산업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세상을 맞이했다. 자신의 홈페이지부터 블로그, SNS, 스트리밍 서비스 등 콘텐츠의 공유 수단도 다양해졌다.

이러한 공개 매체를 통해 누군가를 동경하기도 하고 시기하기도 하는 사회 풍조도 생겨났으며, 화면을 통해 본 세상에서 수많은 사람의 욕구가 충족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 콘텐츠 시대에서 필자가 가장 특이하게 본 것은 타인의 먹는 행위를 보는 것으로 대리만족을 느끼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을 좋거나 나쁘거나 하는 등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으로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이러한 현상에 관심이 갔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스트레스의 해소 효과로도 잘 알려진 과식(또는 폭식)은 먹는 방송(이하 먹방)을 통해 대체되거나 보완되는 것 같다. 푸드파이터를 연상케 하는 방송인, 직접 조리하는 모습, 맛나게 먹는 행위, 군침을 자극하게 하는 소리 등 다양한 형태로 사람들에게 먹방을 제공한다.
  
그리고 방송에서 보이는 만큼 먹지 못하거나 당장 식사를 할 수 없는 많은 시청자는 이 먹방을 통해 머릿속에서 음식을 삼킨다. 자극적인 음식이 소재로 나오는 방송은 어느새 사람들의 뇌를 강타했고 이러한 매체적 현상은 어느새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한편 방송인들은 직접 돈을 들여 방송 장비를 구매하는데, 영상뿐 아니라 소리에도 적지 않은 투자를 한다. 먹방에서는 조리하거나 먹는 '소리'까지도 하나의 콘텐츠로서 구축된 지 오래다.
  

뇌에서 반응하는 것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 Pixabay

 
영국의 심리학자 찰스 스펜스는 음식물을 '씹는 소리'가 음식을 섭취할 때 주는 만족감이나 효과를 더 크게 만든다고 했다. 바꿔 말해 비행기 안에서 식사할 때 음식의 맛이 조금 떨어지는 것도 이 소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먹방에서 시각뿐 아니라 소리가 주는 효과는 시청자들이 보는 영상과 뇌에서 상상하는 이미지에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제공하게 된다.

이처럼 귀로 들리는 소리나 혀에서 보는 맛은 모두 뇌에서 작용하는 인체의 반응이다. 우리는 뇌에서 오는 시각적 청각적 신호와 자극으로 음식의 맛을 상상하고 혹은 만족하고 있다.

특히 이 먹방에 과도하게 노출된 시청자의 경우, 마치 자신이 방송인이라도 된 듯 평소의 먹는 습관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있다. 마치 방송처럼 많이 먹거나 맛있는 소리를 내서 먹을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나 역시 평소에는 라면을 한 개만 먹었는데 먹방을 보고 난 뒤 두 개를 끓여 먹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시도해보았고 결과는 성공했다.

문제는 내 몸이 나를 매우 싫어하기 시작했다는 것. 소화불량은 물론 피부에 알 수 없는 두드러기도 많이 일어났다. 과식을 통해 일시적인 쾌감을 얻기도 했지만, 그 뒤에 오는 불편감은 해소되지 못했다.

일본의 요리연구가 도이 요시하루는 몸이 좋아하는 음식과 머리가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고 했다. 나는 머리가 좋아하는 음식에만 몰두했다. 사람들은 머리가 아닌 몸이 좋아하는 음식을 분명히 알고 있지만, 만족을 위해 뇌에서 요구하는 것을 찾는다.

먹방이든 그렇지 않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대리만족을 추구하는 것 같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제한된 상황에서 나를 위한, 또는 나의 뇌를 위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던 머리가 좋아하는 음식은 적게 취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인생을 긴 마라톤으로 본다면 머리보다는 몸이 좋아하는 음식이 결국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오랫동안 깃들게 해주니까.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머리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야겠다. 우리의 머리도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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