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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엽 조문 독려 공문' 논란... 강은희 교육감의 내로남불

국가공인 '친일반민족행위자' 내용 누락... 박근혜 정부 국정교과서 때와 입장 달라져

등록 2020.07.17 20:43수정 2020.07.17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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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교육감, 고 백선엽 장군 조문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14일 달서구 용산동 향군회관에 마련된 고 백선엽 장군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 대구교육청


"6·25 전쟁 영웅이자 창군 원로."

대구교육청이 지난 14일 이 지역 학교에 보낸 '고 백선엽 대장 사이버 추모 홍보공문'에 실려 있는 고인에 대한 인물 규정이다. 학생들로 하여금 국방부 사이버 추모관에 헌화토록 안내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적은 것이다.

국가공인 '친일반민족행위자', 공문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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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교육청이 지난 14일 일선 학교에 보낸 공문. ⓒ 대구교육청



하지만 이 공문에서는 고인이 국가공인 '친일반민족행위자'였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이명박 정부시절인 2009년, 대통령소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에서 공인한 이 내용을 쏙 빼놓고 학교에 공문을 보낸 것이다. 반면 고인이 묻힌 대전현충원도 홈페이지 안장자 정보에 이 내용을 적었다.(관련기사 : 현충원 홈페이지에 백선엽 '국가공인 친일파' 명시... 뒤늦게 기재  http://omn.kr/1oc0g)

이런 대구교육청의 공문에 대해 '편향적인 선동'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교육청 수장을 맡고 있는 강은희 교육감은 과거 '편향'과 '중립'이란 무기로 한국교육과 역사교과서를 공격해왔다. 박근혜 정부 시절 역사교과서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면서다.

당시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역사교과서개선특위 간사 의원을 맡았던 강 교육감은 2015년 10월 15일 한 방송에 출연해 다음처럼 교과서를 공격했다.


"현재 역사교과서들은 역사에 대한 편향적 서술과 그리고 정치편향성도 많이 있습니다. (중략) 이참에 체제를 바꿔서 국가가 책임지고 역사교과서를 만들어서 우리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자. 이게 저희가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는 목표가 되겠습니다."

같은 해 10월 11일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위한 당정회의를 끝낸 뒤 "일부 야권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현 정권의 이념 편향성 문제를 집중 제기하고 있으나 이는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해 9월 11일 국정감사장에서는 조희연 서울교육감, 이재정 경기교육감, 이청연 인천교육감을 겨냥해 "세 분은 소위 진보 교육감으로 불리는데 교육감에 임명된 이상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다그쳤다. 세 명의 교육감이 친일독재 국정교과서 반대 성명을 낸 것을 두고 비판한 것이다.

이 때문에 강 교육감이 수장을 맡은 대구교육청이 '백선엽 칭송 공문'을 보낸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란 지적이 나온다. 

17일 전교조 대구지부는 성명에서 "교육청 공문이 백선엽에 대한 친일 행적을 지우고 단순히 6·25 전쟁 영웅이자 창군 원로라는 점만을 언급하고 있는 것은 역사적 사실에 대해 학생들에게 혼란을 주는 일"이라면서 "이런 공문을 보낸 것은 보수세력을 지지층으로 두고 있는 강은희 교육감의 정치적 판단으로 생각된다"고 꼬집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지적에 교육청 "추모 공문이라..."
 

같은 날 민주시민교육교원노조도 성명에서 "대구교육청과 교육감의 공문을 보낸 행위는 국가교육기관이 편향된 입장을 취하고, 교사와 학생을 선동하고자 한 것"이라면서 "이는 명백히 교육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지영 민주시민교육교원노조 위원장은 "대구교육청의 백선엽 홍보 공문은 교육기본법과 국가공무원법이 규정한 교육의 중립성을 위반한 것"이라면서 "해당 공문을 거둬들이고, 시정된 공문을 발송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미 시행이 끝난 공문이기 때문에 수정하거나 시정할 생각은 없다"면서 "호국과 추모를 이야기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공문에서 친일 내용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구교육청 #강은희 #백선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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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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