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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미국 대선 전 북미회담? 성사 어려운 이유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676] 안정식 SBS 북한전문기자

등록 2020.07.20 14:20수정 2020.07.2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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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한반도는 하루가 다르게 요동쳤다. 6월 4일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부터 16일 남북연락사무소 폭파까지 순식간에 이뤄졌다. 그러나 6월 23일 김정일 위원장 군사행동 보류 지시 후 별다른 행동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10월 북미정상회담설이 흘러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으로 지지율 끌어올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김여정 제1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올해 안 북미정상회담은 없을 거라면서도, 또 모르는 일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북한의 속내는 무엇일까 궁금해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역 근처에서 안정식 SBS 북한전문기자를 만났다. 다음은 안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트럼프 재선과 연계된 북미정상회담... 양측 원하는 것 달라 성사 어려울 것"
  

안정식 SBS 북한 전문 기자 ⓒ 이영광

 
- 6월 한차례 한반도 정세가 요동쳤는데 이달 들어서는 고요해요. 현재 한반도 상황 어떻게 보고 계세요?
"6월에 북한이 대남 집중 공세를 벌였죠. 한참 긴장감이 고조 되다가 군사행동을 보류했어요. 북한이 당초 계획했던 대남 적대 공세의 스텝이 꼬이면서 북한이 행동 보류를 결정한 걸로 보여요. 일단 소강상태에 들어간 뒤 북한이 대선을 앞둔 미국 상대로 어떤 카드를 쓸까 고민하는 시기로 보입니다."

-  어디서부터 스텝이 꼬인 걸까요?
"북한 자체도 정세 평가를 하면서 너무 강하게 갔다는 생각을 한 것 같은데요. 예를 들어보자면 연락사무소 폭파 같은 게 북한 입장에서는 남한에 상당히 강한 메시지를 주는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이로 인해 남쪽에서 상당히 반북 정서가 높아졌잖아요. '계속 강하게 밀고 가도 괜찮은 거냐'라는 정세평가가 있었을 것 같고요. 또, 미 대선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남한 관계를 적대 관계로 끌고 가는 게 유리한 것인가에 대한 종합적 판단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 지난 10일 김여정 부부장이 담화를 발표했어요. 어떻게 보셨어요?
"그 직전에 몇몇 인사 담화를 통해 올해 북미간 정상회담이 없을 거라고 입장 표명을 했죠. 김 부부장 담화를 통해서는 비슷한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북미 정상간 친분이 남달라서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하면서 문구상으로는 미국 대선 전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 놨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북한의 기조는 미 대선 전 북미정상회담 하겠다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원래 생각지도 않고 있었는데 한국·미국에서 자꾸 북미정상회담 얘기를 하니까, 그렇다면 한미가 어떻게 하는지 봐서 생각해보겠다는 거죠.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국·미국이 북한이 원하는 양보안을 가져다줄 수 있느냐는 부분에서 의문이 있는 거죠."


-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은 트럼프 대통령 재선에 도움 될지에 달린 거 아닌가요?
"그렇죠. 올해 안 북미정상회담은 트럼프 재선과 연계해서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정상회담에 대해 갖는 이해관계가 북미간 다를 수밖에 없어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정상회담이 재선에 이득이 되려면 북한이 비핵화 진전을 보이는 결과를 가져와야 하는데, 이건 북한 입장에서는 원하지 않는 것이거든요. 반대로 북한 입장에서 북미정상회담을 한다면 북한이 원하는 양보안을 미국이 가져왔을 때 의미가 있는 건데, 그런 북미정상회담은 트럼프 입장에선 재선에 도움이 안 돼요. 그러니까 미국 대선 전 북미정상회담은 사실상 어렵다고 봅니다."

- 북한은 제재 완화에 얽매이지 않겠다면서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하라고 하는데.
"북한 입장이 '제재 완화는 필요 없다'는 건 아닐 거예요. 그뿐 아니라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철회,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한미군사훈련 중단이라든가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금지라든지 이런 행동들을 보여줘야 협상할 수 있다는 거겠죠.

이런 입장도 고정불변한 것이라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정세와 협상 분위기에 따라 입장이 유동적일 수 있다고 보는데, 현 상태에서 북한이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가 협상 재개의 전제조건'이라고 말하는 건 북한도 미 대선 전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봅니다."

- 대북 적대시 정책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나요?
"대북 적대시 정책이 정확하게 무엇이냐에 대해 북한이 아직 정형화해서 얘기한 건 없는데요. 대체로 해석해보면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부문을 망라합니다. 예를 들어, 정치적으로 북한 체제를 비판한다거나, 경제적으로 제재를 하는 것도 들 수 있고요. 사회적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 군사적으로 한미가 군사훈련을 하는 것 등이 다 북한이 말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입니다.

북한이 말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려면, 앞으로 북한 체제 비판도 하지 말아야 하고 제재도 다 풀어주고 인권 문제도 전혀 않고 한미훈련 등도 전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인데, 그러기는 어렵죠.

경제제재야 비핵화 진전 상황에 따라 풀 수 있겠습니다만 북한 인권 등 비판이나 한미훈련 이런 걸 전혀 안 할 수는 없잖아요. 또,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첨단무기 도입 전혀 안 할 수 있습니까. 결국, 북한이 말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건 100% 이뤄지긴 힘든 것들입니다. 북한도 대북 적대 정책 철회가 협상 조건이라고 지금 말하고 있지만, 불변의 입장은 아니에요."

"트럼프는 국내 위기 돌파에 북미회담 이용한 것"

- 지난 6월 볼턴 전 백악관 안보 보좌관 회고록이 나왔잖아요. 거기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정상회담 전날 마이클 코언(트럼프의 옛 개인 변호사) 청문회만 밤새 봤다는 건데.
"하노이 회담 당시도 그랬을 거라고 저는 봤습니다. 하노이 때도 미국 언론 보도 초점은 북미회담이 아니라 코언 청문회였거든요. 청문회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러 회담장에 나왔을 때 제가 특보를 진행하며 보니까 잠을 제대로 못 잔 것 같단 느낌이 들더라고요. 볼턴 회고록을 통해, '하노이 노딜'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코언 청문회였다는 게 확인 됐다고 봐요.

트럼프 입장에서는 북미간 실무선에서 한 합의를 보고 사인 여부를 결정한 게 아니라, 전날 코언 청문회를 보고 위기다 싶으니 이 위기를 돌파하려면 그보다 센 뉴스를 만들어야 하겠단 차원에서 노딜을 결정한 거 같아요. 한국이 굉장히 중요하게 봤던 북미정상회담을 트럼프는 미국 국내정치적 이해관계 차원에서 본 것 같아 씁쓸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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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문 서명 마친 북-미 회담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6월12일 오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과 트럼프 대통령. 공동 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 케빈 림/스트레이츠 타임스 제공

 
- 북한이 당시 '영변 핵시설 해체'를 받고 미국이 제재를 완화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요?
"다르겠죠. 하지만 저는 하노이에서 영변과 일부 제재 완화가 합의됐다고 해도 지금 상황이 아주 순탄히 흘러가진 않을 거라고 봅니다. '영변 해체'란 게 네 글자에 불과하지만 그게 굉장히 복잡한 과정이에요. 영변 핵시설은 한두 가지가 아니거든요. 북한이 영변을 내놓겠다고 했을 때 깔끔하게 영변 핵시설을 다 없애겠다고 나올 것이냐?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수많은 영변 핵시설을 일일이 카드화시켜서 미국과 협상했을 겁니다."

- 그건 미국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그렇죠. 미국도 북한 행동에 따라 어떤 제재를 풀 거냐를 놓고 일일이 협상했겠죠. 그렇게 되다 보면 협상이 지지부진하고, 그런 과정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을 거라고 봅니다. 본질적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어요."

- 한미워킹그룹 관련 논란은 어떻게 보세요?
"최근에 워킹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들이 많이 표출되고 있죠. 부정적 이유는 남북협력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워킹그룹을 통해 미국이 사실상 제동을 걸고 있다는 거잖아요? 그간 과정을 보면 그렇게 볼 수 있는 측면도 있지만, 저는 더 실용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금 전방위적 유엔제재가 있는 상황에서 남북 협력을 하려면 제재 예외를 인정받아야 합니다. 공식적으론 유엔의 제재 예외를 인정받는 거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 허락을 받는 거겠죠. 그런데 워킹그룹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없애버리면, 제재 예외를 인정받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느냐 하면 그건 아니에요. 남한이 국제사회에서 이탈할 게 아니라면 국제사회 제재 예외 허가를 받아야 협력 할 수 있는 거거든요.

철도협력을 하든 다른 것을 하든 어차피 미국과 협의를 해야 합니다. 워킹그룹이든 다른 형태든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미국과 건건이 협의하려면 일일이 회의를 새로 잡아야 할 것 아닙니까. 워킹그룹은 이런 회의를 정형화시켜놓은 겁니다. 만약 워킹그룹에 문제가 있다면 그 틀 안에서 운영을 바꾸는 게 실용적이죠."

- 2016년 개성공단 문 닫았잖아요. 돌아보면 어때요? 일각에서는 지금 개성공단이 있었다면 북한이 이렇게 강하게 나오진 않았을 거라고 하는데.
"2016년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 잘한 결정이냐고 묻는다면,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사실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중단을 발표했을 때 저는 굉장히 깊은 자괴감을 느꼈습니다. 개성공단이라는 게 남북 협력을 상징하는 거의 마지막 지표였는데, 10년 이상 가동된 개성공단을 문 닫아 버리면 앞으로 대북정책이란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깊은 회의가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개성공단을 안 닫았으면 지금껏 유지되고 있었겠느냐엔 긍정적 답변을 하기가 쉽지 않을 거 같아요. 2017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하면서 유엔 제재가 크게 강화됐잖아요. 이를 고려해볼 때 개성공단을 지금까지 유지하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에 기대... 다만 본질적 관계 변화까진 어려워 보여"

- 지난 3일 통일부 장관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와대 안보실장엔 서훈 국정원장, 국정원장에 박지원 전 의원이 내정됐습니다.
"저는 통일부장관 내정자인 이인영 의원이나 서훈 안보실장보다 국정원장에 내정된 박지원 전 의원이 상당히 내공이 '쎈' 분이라 문재인 정부 임기 말까지 뭐라도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지금 정세를 보면 올해는 미국 대선까지 북한이 잘 움직이지 않을 것 같고, 내년이 되면 사실상 문 정부의 마지막 임기잖아요. 그러면 또 레임덕이라는 것도 생길 것이고,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남북 간 의미 있는 관계 진전을 얼마나 이룰 수 있을지에 의문이 있습니다. 이번 외교·안보 라인에 박지원 국정원장 내정자처럼 내공 있는 분들이 들어갔으니 남북간 뭔가를 추진해 낼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만, 본질적인 남북관계의 변화까지 가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 야당에선, 국정원이 대북만 다루는 게 아닌데 박 의원이 합당한 인사인가는 건데.
"박 의원이 워낙 다방면에 내공이 있지 않나요? 김대중 대통령 때 비서실장도 하면서 국정 전반을 다뤄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국정원장 하는 데 있어서 능력이 부족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문 정부 출범 이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란 역사적 사건들을 거치면서 변화가 오지 않겠느냐라고 봤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지금 시점에서 보면 본질적 변화는 이뤄지지 못했고 남은 기간에도 그러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오히려 북한이 핵을 보유하겠다는 의지는 더 명확해진 게 아닌가 싶고요. 그렇게 본다면 이번 정부든 다음 정부든 북한 현실을 냉정하게 보고 그에 기반한 대북정책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안정식 #한반도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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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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