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먹방이나 보는 곳인가 했더니, 늦게 만난 신세계

[놀면 뭐하니?] 유튜브로 포토샵&동영상 배우기

등록 2020.07.22 20:19수정 2020.07.22 20:19
1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집콕'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남들은 뭐하고 노는지 궁금했습니다. 아직 출구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 시대. 바이러스에 굴하지 않고 시간을 견디며 '제대로' 노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주민센터에 볼 일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문화강좌 프로그램. 포토샵&동영상. 반가웠다. 오래 전부터 배워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배울 곳도 마땅치 않고, 딱히 급한 것도 아니어서 그냥 방치하고 있던 차였다. 


수강료도 1개월에 2만 원, 3개월 코스에 6만 원. 유수의 카메라 회사나 사진가들이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강좌들보다 훨씬 저렴했다. 수강료만 생각하면 거의 횡재나 다름없었다. 물론 강좌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었다. 주민센터에서 하는 강좌가 어련하겠나 싶었다. 강사나 수강생들 수준도 뻔할 것이라 생각했다. 

수강생 모집이 잘 될지도 의문이었다. 주민센터 문화강좌는 동네의 나이 지긋한 분들이 대부분일텐데… 스마트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일텐데, 동영상이라니… 하는 생각이 앞섰다. 

'그래도 6만원에 기본만 배울 수 있어도 괜찮은 거지. 그 다음에는 혼자서 연습하면 되지 뭐.'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었다. 당장 그 자리에서 수강신청을 했다. 현금 결제를 해야 환불이 쉽다고 해서 현금으로 결재를 했다. 수강 일정은 2020년 1월 첫째 주 월요일부터였다.

문센에서 받은 문화적 충격
 

포토샵&동영상 강좌에 이렇게 연로하신 분들이 몰리다니... 궁금했다. ⓒ Pixabay

 
강좌가 시작되었다. 폐강에 대한 우려는 완전 기우에 불과했다. 정원도 꽉 찼고 수강생들도 엄청 부지런했다. 수업시간에 가면 늘 맨 뒷자리 하나만 남아 있었다. 수강생들의 연령은 예상한 대로 60대에서 70대가 많았다. 포토샵&동영상 강좌에 이렇게 연로하신 분들이 몰리다니. 궁금했다. 

이분들이 포토샵&동영상을 배우려는 목적이 무엇일까? 어떤 동영상을 어떤 이유로 만들려는 걸까. 손주 손녀 동영상? 여행 동영상? 먹방 유튜브? 박막래 할머니같은 유튜버라도 꿈꾸는 걸까? 내가 더 놀란 것은 몇몇 수강생들은 똑같은 강좌를 세 번 네 번  반복해서 듣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강사가 말할 내용을 이미 모두 알고 있었다.


"여기 계시는 분들은 다들 잘하시는 분들이라 별로 가르쳐 드릴 게 없어요." 

강사의 말에 살짝 주눅도 들고 나이 들었다고, 노인들은 어차피 시간 때우기로 센터에 나오는 거라고 은근 '무시'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수업이 끝난 후 수강생 한 명에게 물었다.

"동영상을 벌써 만드실 줄 아시나 봐요?"
"그것도 아직 못해? 뭐 어려운 게 있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어르신의 대답. 이건 놀라움을 넘어 어떤 의미에서의 문화적 충격이었다. 조금 더 친해지면 더 많은 얘기를 물어볼 작정이었다. 그리고 그분들이 만든 동영상도 구경하고 싶었다.  

그런데 수강생들과 미처 친해지기도 전에 코로나19 소식과 함께 문화강좌는 종료되고 말았다. '코로나19 때문에 이번 달 강좌는 휴강입니다'라는 문자로 시작된 '강좌 연기'는 이후 몇 차례 더 계속되더니 급기야는 '환불조치한다'는 문자와 함께 완전히 '쫑'이 나 버렸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인 팬데믹 현상으로 번졌고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기 시작했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었고 '지겹기'만 했던 일상은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는 먼 과거의 일이 되어 버렸다. 

'생업'과 연관되지 않은 모든 모임은 취소되었고 여행조차도 갈 수가 없었다. 갑작스럽게 생긴 '텅 빈 시간'이 당황스러웠고, '빈 시간을 채우는 일'이 '일'이 되어 버렸다. '코로나 블루'가 남의 일이 아니었다.

넷플렉스도 하루 이틀이지… 그때 '유튜브'가 섬광처럼 떠올랐다. 먹방이나 요리 방송, 누군가의 일상을 담은 영상, 정치 성향의 방송 정도나 있겠지… 하면서도 혹시 '포토샵&동영상' 강좌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검색을 해 보았다. 

이렇게 유용한 '배움의 장'을 나만 몰랐던가
 

문화강좌에서 배우지 못한 포토샵&동영상을 유튜브를 보면서 배워보기로 했다. ⓒ Pixabay

그런데 웬걸. 유튜브는 그야말로 정보의 바다였다. 먹방같은 개인들의 일상 방송은 물론이고 연주실황, 오디오북, 스포츠, 춤, 탁구, 사진, 탁구, 미용, 패션, 외국어, 여행, 주식 등 온갖 주제의 방송들과 전문가들의 강연에 영화까지. 검색어를 입력하면 자판기처럼 영상들이 쏟아졌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유튜버들의 개인 방송과 공공기관의 방송까지. 나에게 유튜브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문화강좌에서 배우지 못한 포토샵&동영상을 유튜브를 보면서 배워보기로 했다. 그런데 포토샵&동영상 관련 강좌만 해도 수 십개가 넘었다. 적당한 채널을 고르는 것도 쉽지 않았다. 고심 끝에 친근한 말투로 천천히 알려주는 채널을 하나 골랐는데, 이미 업로드된 강좌가 백 개도 넘었다. 

일단 흥미를 끄는 주제부터 배워보기로 했다. 첫번째 선택한 강좌는 '썸네일 만들기'였다. 썸네일은 '견본이미지'란 뜻인데 블로그나 동영상의 '표지'라고 보면 된다. 썸네일에 따라 클릭수가 달라지는 만큼 블로그나 동영상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데 그동안은 만들어 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방송을 보고 따라 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 똑같이 따라했는데도 엉뚱한 결과가 나오기 일쑤였다. 내가 헤매는 동안 방송은 이미 끝나 버렸다. 되돌려보기만 수 십번을 했다. 그러다보니 새벽 두세 시는 기본이고 밤을 꼴딱 새우는 날도 있었다. 이틀 정도를 씨름한 끝에 드디어 나만의 썸네일이 완성되었다. 

방송에서 제시한 견본 이미지를 모방한 것에 불과했지만 포토샵을 완전히 정복한 것 마냥 뿌듯했다. '틀'을 만들어 놓으니 다음부터는 사진과 문구만 바꿔주면 되는 것도 너무 신기했다. 썸네일을 만드니 블로그가 훨씬 폼이 나는 것 같았다. 기존 블로그 글들에도 썸네일을 만들었다. 또 며칠이 후딱 지나갔다. 

어느 정도 썸네일 만드는 것에 익숙해지자 이번에는 디지털 낙관 만들기에 도전했다. 계속 헤맨 덕에 이해 속도가 빨라져서 낙관은 금방 따라서 만들 수 있었다. 나의 닉네임이 들어간 빨간색 도장이 너무 신기해서 사진마다 낙관을 찍었다. 

낙관 만들기에 이어 사진을 PDF파일로 전환하는 법, '누끼' 따는 법, '배경 지우는 법', '사이즈 조정하는 법' , '포토샵으로 블로그 대문만들기' 등도 배웠다. 포토샵의 세계가 이렇게 무궁무진할 줄이야. 지금까지 배운 것도 서툴고 앞으로 배울 것도 산더미다. 

먹방이나 있는 줄 알았던 유튜브가 이렇게 유용한 '배움의 장'이었다니. 게다가 따로 수업료를 낼 필요도 없고 원하는 시간대에 들을 수 있으니 내게는 딱이었다. 사람들이 유튜브에 빠지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덕분에 사회적 거리두기의 힘든 시간도 수월하게 지나갔다. 이제는 동영상에 도전할 차례다. 동영상 편집법을 배우게 되면 여행 관련이나 가족 동영상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그 다음에는 어쩌면 유튜브 방송에 도전해 보겠다고 나설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문학박사, 한국여행작가협회정회원, NGPA회원 저서: 조지아 인문여행서 <소울풀조지아>, 포토 에세이 <사할린의 한인들>, 번역서<후디니솔루션>, <마이크로메세징> - 맥그로힐,

AD

AD

AD

인기기사

  1. 1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2. 2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민주당은 앞으로 꽃길? 서울에서 포착된 '이상 징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