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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대화를 소설에 넣으면 안 되나요?

[짧터뷰] 김명인 인하대 국문과 교수

등록 2020.07.20 11:02수정 2020.07.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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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곤 소설집 <여름, 스피드> ⓒ 문학동네

 

퀴어(queer) 문학 장르를 열었다는 김봉곤 작가가 개인 간의 대화를 소설에 무단으로 썼다는 게 알려져 출판사가 해당 작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문제가 된 소설은 <여름, 스피드>와 <그런 생활>.


출판사 문학동네는 <여름, 스피드>가 실린 소설집 <여름, 스피드>와 <그런 생활>이 실린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판매 중단한다고 17일 밝혔다. 출판사 창비도 같은 날 <그런 생활>이 실린 김봉곤의 두 번째 소설집 <시절과 기분>을 판매 중단한다고 밝혔다. 

문학동네는 자사 페이스북에서 '작가가 사실을 인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일에 대해 김명인 인하대 국문과 교수와 20일 짧(은 인)터뷰를 했다. 
 

[짧터뷰] 김명인 인하대 국문과 교수 ⓒ 오마이뉴스

 
- 작가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나 주변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자신의 작품에 넣을 수 없는 건가? 이와 관련한 창작 윤리는 어떻게 정립되어 있는가?
"작품에서 가장 신선하달까 충격적이랄까 하는, 굉장히 리얼하다는 느낌을 받은 부분이 무단 인용의 결과라니 허탈하다. 굳이 말하자면 윤리감각 부족, 작가적 성실성 부족이라 할 수 있겠다. 사적인 대화를 작품에 넣는 것은 동의를 받고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사적 대화나 편지, 메시지 등의 내용을 창작하거나 적절히 각색하는 데서 작가적 역량이 드러나는 건데 가감 없이 가져다 쓰면 예의 문제는 물론 성실성 문제도 야기된다고 생각한다.

리얼리티는 말 그대로 '있는 그대로'(특수)쓰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진짜 그럴듯하게'(보편) 쓰는 데서 오는 것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진짜 그대로 쓰고 싶다면 동의를 얻거나 인용 출처를 밝히거나 하는 게 좋다. 대사를 비롯해 실제 상황을 가져다 쓰는 건 작가들이 흔히 저지르는 '공공연한 비리' 중 하나라고 나는 본다. 이번 일도 사생활 관련해서 민감한 퀴어적 내용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별 문제제기 없이 넘어갔을 것이다."
#김봉곤 #창작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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