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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세금으론 집값 못잡아, 공급 확충 말고는 답 없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677] 이혜훈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록 2020.07.22 13:11수정 2020.07.2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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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부동산이 들썩이고 있다. 정부는 6.17대책에 이어 7.10대책까지 내놓았지만 치솟는 부동산 가격은 멈추질 않는다. 이는 21대 총선 이후 고공행진 하던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낙하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 야당은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지난 14일 국회에서 이혜훈 전 미래통합당 의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이 전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강남은 '그들만의 리그'로 두고 서민 위한 공급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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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전 미래통합당 의원 ⓒ 남소연

 
- 국회의원에서 민간인으로 돌아오신 지 한 달 조금 지났는데 어떻게 보내고 계세요?
"선거가 굉장히 어려웠고, 낙선의 충격이 컸어요. 그 충격 때문에 몸과 마음이 많이 어려웠어요. 몸과 마음을 추슬렀더니 한 달 반이 정말 휙 지나가 버렸어요. 아직 다 회복된 거 같지는 않네요."

- 19대 때 한 텀 쉬었잖아요. 그땐 여당 정치인이었고 지금은 야당 정치인인데 차이가 있나요?
"완전 다르지요. 그때는 쉬었지만 여당의 최고위원을 하고 있었죠. 근데 지금은 모든 계급장을 다 뗀 순수 민간인으로 국정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어요. 그때와 지금은 정말 하늘과 땅 차이죠."

- 국회를 한 발 떨어져서 보니 어떠세요?
"너무 당파적인 입장에 매몰되어 있는 거 아닌가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면 상임위원장 문제도 여당이 법사위를 꼭 가져야 되나요? 법제위원회 사법위원회를 두 개로 나누고 그 중 하나를 야당 주고 하나는 여당이 받고 이렇게 절충안을 갖고 갔어도 되는데 굳이 법제사법위원회를 둘 다 여당이 가져가려고, 저렇게 안 해도 되는데라는 안타까움이 있지요."

- 경제 전문가시잖아요. 6.17 부동산 대책 이후 정부는 종부세 인상을 골자로 한 7.10대책을 내놨는데 어떻게 보세요?
"7.10 대책은 종부세 올리고 그다음에 양도세를 중과하고 심지어 신탁해서 피해 나가던 사람들까지 이제 다 중과하는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보완이죠. 그동안 피해 나가는 사람들 다 중과한 거니까요. 그거는 이 정부가 하는 방향에 구멍이 나 있던 걸 다 잡은 거죠.

이 정부가 나아가는 방향 자체가 특정 지역 집값을 잡는다고 하잖아요. 전국적으로 부동산값이 굉장히 폭등한다면 정부가 집값을 안 잡을 수 없죠. 근데 이 정부가 출범했을 때 사실 그렇게 집값이 전국적으로 폭등하는 상황은 아니었거든요. 그러면 '집값을 잡는다'를 부동산 정책으로 방향을 설정하기보다 서민들이 저축으로 웬만한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잡는 게 좋았다고 저는 봅니다. 


이 정부가 출범했을 때는 특정 지역이 오르는 상황이었잖아요. 특정 지역 집값이 오르는 현상이 없는 나라가 없어요. 미국의 맨해튼, 런던 하이드 파크 주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주변 등 어느 나라나 일부 지역의 집값이 오르는 현상은 다 있거든요. 근데 그 일부 지역의 집값을 잡기 위해서 부동산 정책 목표를 잡는 나라는 없습니다. 그건 그들만의 리그로 남겨두고 서민들이 저축해서 살만한 집을 가질 수 있게 해 주는 걸 정부의 부동산 정책 목표로 잡아요."

- 현 정부는 핀셋으로 특정 지역만 규제하지 않나요?
"그렇지도 않아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서울 집값이 한 해 평균 4~5% 올라왔어요. 그랬는데 지금 문 정부 3년 동안 연평균 13%, 심지어 어떨 때는 연평균 18%가 오르잖아요. 연평균 4~5% 오르던 집값을 이 정부가 정책목표를 그렇게 잡으니까 연평균 13~18% 올랐어요."

- 그럼 핀셋이 잘못된 거인가요?
"핀셋이 잘못된 게 아니라 공급을 줄이는 게 문제예요. 공급을 줄이면 집값이 안 오를 재간이 없습니다. 근데 특정 지역의 집값 잡겠다고 그러면서 그 지역에 공급을 줄이는 대책을 썼잖아요. 지금 잡겠다는 그 지역은 빈 땅이 없는 지역이죠. 빈 땅이 없는 지역에는 재건축밖에 방법이 없는데 재건축은 절대 허락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3년 내내 내보냈잖아요. 그러면 그 지역에 이미 있는 기존 집값이 오르지 않을 재간이 있나요?"

- 다주택자가 문제 아닌가요?
"한 사람이 여러 채를 갖고 있어도 그 사람이 자기가 가진 모든 집에 살아요? 모든 집에 살 수 있어요? 자기가 다섯 채 갖고 있다고 다섯 채 모두에 동시에 살 수 있나요? 못 살죠. 어쨌든 그걸 임대 놓든 전세를 놓든 하잖아요. 몇 채를 갖고 있던 그 집에 사는 거는 수요예요. 집이 열 채 있다고 하더라도 사고 싶단 사람은 15명이라면 그게 수요예요. 집값이 오른다는 얘기는 살겠다는 사람이 집 숫자보다 많기 때문에 오르는 거예요."

- 그럼 왜 갑자기 수요가 많아진 거죠?
"갑자기 많아지기는요. 이제는 집이 안 나온다고 이 정부가 계속 시그널을 보내고 당연히 이제 공급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오르죠. 지속적으로 이제 절대 공급 없다고 얘기하잖아요."

"공급 풀어야 집값 내려가는데... 선후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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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의 부동산 중개업소 밀집 상가 모습. ⓒ 연합뉴스


- 그럼 청와대 사람들이 강남 집을 안 팔아 논란인 건 어떻게 보세요?
"오를 것을 빤히 아는데 집 팔 바보가 있어요?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강남의 집값은 올라'라고 얘기하고 있는 거예요."

- 지금 강남 집값 오르는 건 부동산 투기 때문 아닌가요?
"이런 정책을 쓰면 강남 집값은 올라요. 노무현 정부 때도 강남 집값이 올랐잖아요. 특목고 안 된다 하니 강남 8학군에 몰리고, 재건축 안 된다 하니 공급이 줄어 수요가 몰리면서 강남 집값이 올랐잖아요. 지금도 노무현 정부 때와 똑같은 정책의 재판이지요."

- 그럼 교육 문제인가요?
"교육 더하기 부동산 정책이에요. 그때도 지금과 똑같은 정책이었어요. 근데 왜 학습을 못 할까요? 부동산과 교육은요, 저게 옳으니까 저리로 가라고 한다고 저리로 안 가요. 시장은 명령 한다고 특정 방향으로 가지 않아요. 시장이 움직이는 원리를 보고 배워야 해요. 시장은 시장 자체에 움직이는 원리가 있어요. '아, 시장은 이렇게 하면 이리로 가는구나'를 보고 배워서 시장을 활용해야만 시장을 이길 수 있어요."

- 그럼 종부세 인상은 아니라고 보세요?
"세금으로 집값을 못 잡아요. 그거는 우리가 수도 없이 얘기해도 우리 말 안 듣잖아요. 집값을 잡는 유일한 왕도는 공급이에요. 노태우 대통령이 공급 확 늘리니 집값이 확 안정돼 버렸잖아요. 공급을 확충하는 거 말고는 없어요."

- 하지만 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보유세가 낮다던데.
"세금은 부과해야죠. 근데 세금은 집값을 잡으려고 부과하는 게 아니에요. 세금 부과해서 집값은 잡히지 않아요. 집값은 공급으로 잡는 거고, 세금은 투기하는 사람들 투기하는 것 뺏으려고 하는 것뿐이에요."

- 정부는 투기 때문에 오르는 거라고 보는 거 같은데.
"그게 잘못된 생각이에요. 투기 때문에 오르는 게 아니라 공급을 옥죄니까 오르는 거죠. 공급을 풀어야 집값이 내려가는 거고 세금은 투기하는 사람들이 투기한 것 가지고 잘 먹고 잘살지 못하게 그걸 뺏으려고 부과해야 되는 거예요. 지금 선후가 바뀐 거예요. 원인을 잘못 판단하고 엉뚱한 정책을 하는 거예요."

- 3기 신도시 개발 발표한 건 어떻게 보세요?
"학군이나 일터 때문에 강남에 몰리는 사람들에게는 3기 신도시에 공급을 늘리는 게 큰 의미가 없지요. 수요가 몰리는 곳에는 공급을 늘리지 못하게 막으면서 수요가 몰리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다 공급을 늘리는 것은 집값을 잡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 정책 결정권자들이 강남에 살기 때문이란 얘기도 있는데.
"나는 그렇게까지 나쁘게 보고 싶진 않아요. 그러나 너무 이념 과잉이에요. 특히 경제정책은 이념으로 하면 안 돼요. 시장 현실을 정확하게 알아야 되는데 너무 경제정책에 이념이 들어가 있어요. 경제 정책은 현실이고 시장을 알아야 되는데, 시장을 도외시하고 이념으로 접근한다고 보는 거죠. 자기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보고 싶진 않아요."

- 공급 말곤 대안 없다고 보세요?
"수요가 몰리는 데 공급을 해야 공급이 확충되는 거지 엉뚱한 데 공급하는 건 공급 확충이 아니에요."
#이혜훈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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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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