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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가 오히려 사모펀드 발전 저해... 금융위 해체해야"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향 토론회... "정책-감독 기능 분리해야"

등록 2020.07.21 15:10수정 2020.07.2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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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국회에서 배진교 정의당 의원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본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 조선혜

 
"사모펀드 관련 규제가 완화된 뒤 금융사고가 늘었고, 이로 인해 투자자들의 신뢰가 무너졌습니다. 금융당국이 증권업계 발전을 오히려 저해한 것입니다. 금융위원회를 해체해야 합니다."

21일 국회에서 배진교 정의당 의원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본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가 한 말이다. 이날 발제에 나선 그는 "사모펀드 사태 이후 금융당국은 최소투자금액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엉거주춤 올리는 방안을 내놨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발전을 위해서라도 금융위 공무원들에게는 (정책 수립 등) 다른 역할을 부여하고, 금융감독원에 감독 권한을 온전히 맡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금융위가 금융 정책을 수립하면서 금융회사들에 대한 감독 기능을 병행하고 있어 사모펀드 사태 등 금융사고 관련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전 교수의 진단이다.  

규제 완화 뒤 신용카드·저축은행 사태 불거져

이날 전 교수는 과거에도 금융당국의 주도 아래 금융 관련 규제가 풀어진 뒤 신용카드·저축은행 사태 등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3년 신용카드 위기의 단초는 1999년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이라며 "당시 신용카드 이용 확대를 위해 현금서비스 관련 70만원 한도 규제를 폐지했는데, 이후 카드 발급매수와 이용금액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2011년 저축은행 사태도 마찬가지"라며 "당국은 2006년 저축은행법을 개정해 88클럽(자기자본비율 8% 이상, 고정이하여신비율 8% 이하)에 속하는 저축은행들에게 여러 혜택을 줬다"고 부연했다. 이후 많은 저축은행들이 부실해지면서 금융소비자들의 피해가 속출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그는 현재에도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 정책이 명확히 정립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사모펀드 사태가 불거지기 이전에 금융위가 고유의 권한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법상 감독과 관련한 근거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또 "현행법상 금융당국은 금융사가 부실해질 경우 이에 대해 감독할 수 있는데, 사모펀드 사태는 금융사가 아닌 금융사가 운용하던 펀드가 부실해져 벌어진 일"이라고 덧붙였다. 당국이 2015년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사모펀드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 금융사 운용 펀드 부실에 대한 대비책을 수립하지 않아 금융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정책-감독 기능 분리해야... 현행 체계 부끄러워"

이어 발제에 나선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금융기구 체제가 금융감독위원회,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원으로 구성됐다"며 "공교롭게도 이후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터졌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원인은 금융위가 금융정책 기능뿐 아니라 감독 기능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금융위의 권한을 견제할 수 있는 기구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은 현행법상 금융위의 지도·감독을 받도록 돼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2013년 동양사태 당시에도 금감원이 앞서 문제를 파악했지만 적극 나서지 못한 것은 관련 감독규정 때문"이라며 "그런데 금감원에는 감독규정에 대한 제·개정 권한이 없어 이를 개선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2018년 삼성증권 배당사고 이후에도 관련 법 개정이 미진했고, 이에 따라 최근 은행들의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내부통제 위반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금융위의 정책 기능과 감독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며 "국제적 기준에 맞지 않게 우리나라에서만 이처럼 이상한 감독체계를 가지고 있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집 한 채 사도 철저한 자금조사... 사모펀드는 왜?

이날 토론회에서는 사모펀드 사태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금융위를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경률 경제민주주의21 대표(회계사)는 "금융당국 관계자들을 만나면 '사모펀드 관련 업무는 우리 업무 범위에 들어있지 않다, 인력 부족으로 감독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며 "현 정부에서는 집 한 채를 구매해도 철저하게 자금 조사에 나서면서 라임·옵티머스펀드는 왜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 정부 관련 인사들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융사가 투자자 성향을 조작해 적격투자자가 아닌 것으로 드러난 피해자를 계약해지 대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며 "또 분쟁조정 때 이와 관련해 계약 무효로 판단할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고, 금융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모펀드 #금융감독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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