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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면 같은 냉면, 용암 닮은 장어탕... 이런 건 또 처음이네

[여름의 맛] 중복 낀 주말... 훌쩍 떠나 뜨겁고 시원한 지역 음식 먹어볼까

등록 2020.07.25 14:25수정 2020.07.2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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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이 동동 낀 육수를 들이켜면 머리끝까지 쨍한 느낌이 드는 냉면, 땀을 한 바가지 쏟아내면서도 온몸이 든든해지는 느낌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삼계탕... 누구에게나 '여름' 하면 떠오르는 소울 푸드가 있습니다. 유난히 긴 장마와 더위 때문에 지치는 요즘, 읽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여름의 맛'을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초복 때 삼계탕 한 마리 먹고 입맛 다신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중복이 코앞이다. 이번 중복은 7월 26일, 주말의 한복판인 일요일을 지나간다. '삼복더위'는 싫지만 삼복이 좋은 이유가 있다. '복날'을 핑계 대고 좋아하는 음식을 양껏 먹을 수 있다는 것.

더위를 쫓는 몸보신 방법도 여러 가지다. 몸속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차가운 음식을 먹는 사람도 있고, 오히려 펄펄 끓는 음식을 먹으며 '더위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정면승부를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괜히 삼복 때마다 점심시간이면 '냉면파'와 '삼계탕파'로 갈리는 게 아닐 게다.

서울 유수의 음식점 앞에서 마스크를 쓰고 '복날 음식'을 기다리는 것도 좋지만, 그냥 그 시간을 들여 여유로운 동네로 몸보신 하러 떠나는 것도 좋겠다. 주말여행을 겸해 떠날 수 있는 곳들을 소개한다. 더운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 두 곳, 찬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 두 곳, 총 네 곳이다.

[열] 닭볶음탕과 닭갈비의 중간? 태백 물닭갈비
 

태백의 특별함을 담은 먹거리인 물닭갈비. ⓒ 박장식


서울과 부산으로 흐르는 동맥인 한강과 낙동강이 함께 발원하는 곳. 그리고 서울이며 대구며 폭염 경보가 떠도, 최고 기온이 섭씨 30도를 일이 드문 지역. 강원도 태백 얘기다. 찾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태백시에는 다른 지역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특별한 음식이 있다. '닭도리탕'도 '닭갈비'도 아닌 무언가, 바로 '물닭갈비'다.

물닭갈비의 탄생기에는 한때 태백의 경제를 이끌었던 광부들의 애환이 서려 있다. 광부들은 급여를 많이 받은 날에는 고기를 구워 먹었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고기를 먹기 힘들었다. 힘을 쓰려면 먹어야 하는데 주머니는 가벼운 상황. 양을 채우려고 전골처럼 물을 많이 넣어서 탄생한 요리가 물닭갈비라고 한다. 그런 아픔이 깃든 물닭갈비가 이제는 태백의 대표 음식이 되었다.

춘천이나 서울의 닭갈비보다 값이 저렴한데, 물닭갈비를 시키면 닭과 사리, 양념 위에 육수가 자작하게 얹어져 나온다. 물이 끓으면 먼저 익은 사리를 건져 먹은 뒤 고기를 먹으면 된다. 국물 맛도 특이하다. 첫입은 연하면서 얼큰한 닭곰탕 맛 같다가, 다 먹을 때쯤엔 육수가 진한 맛으로 변한다.

고기도 건져먹고, 녹진한 국물을 한 방울 남김없이 밥까지 볶아먹으면 광부의 한 끼를 체득한 기분이 든다. 그렇게 배를 채운 김에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연못과 특별한 지형의 구문소도 돌아보면 좋다. 또 문화 시설로 변모한 철암의 탄광촌이나 석탄박물관을 들러 당시 사람들의 생활을 가까이 느껴볼 수 있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탈 경우 4시간,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 탈 경우 3시간이 걸린다. 대구나 대전, 부산에서도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다. 좋은 닭갈비집은 택시기사들이 가장 잘 안다. 터미널 앞에서 택시를 타고 '맛있는 닭갈비집'을 찾는다고 하면 황지동 곳곳의 좋은 닭갈비집으로 데려갈 것이다. 

[냉] '냉면'이 이렇게 면이 굵다고?
 

두꺼운 면이 잠시 어색하게 만들지만,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두꺼운 면의 옥천냉면. ⓒ 박장식


'냉면' 하면 떠오르는 지역은 어디가 있을까. 다들 '평양냉면' 내지는 '함흥냉면'을 떠올릴 것이다. 냉면 마니아들은 '진주냉면'을 떠올리기도 하겠지만, 서울과 평안도 사이 끼어있는 황해도 스타일의 냉면도 꽤나 특색이 있다. 평양과 함흥이라는 전통의 강호에 밀려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황해도식 냉면을 내는 곳이 서울 근교에 몇 있다.

양평군 옥천면 소재지에는 황해도식 냉면, 그 중에서도 해주식 냉면에 가까운 냉면을 내놓는 집이 꽤 있다. 원래는 아는 사람들만 특이한 냉면을 찾아 알음알음 갔다던 옥천면인데, 남한강 자전거길에서 라이딩을 하던 이들에게 입소문이 났다. 땀을 쏙 들어가게 하고, 허기와 갈증을 풀어준다는 얘기를 타고 사람들에게 알려졌단다.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면이다. 메밀과 전분을 섞어 면을 만드는데, 이 면이 쫄면이나 가락국수에 가까울 정도로 굵다. 여느 냉면과는 달리 단단하게 꽉 차는 식감이 강점인데, 처음 먹을 때는 익숙하지 않아 당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곧 메밀 향과 쫄깃함에 푹 빠지게 된다.

돼지고기 육수를 바탕으로 조선간장으로 간을 하는데, 특유의 향이 진하기 때문에 면과 더불어 호불호의 원인으로 꼽힌다. 그래서 이곳 냉면집은 돼지 편육과 고기완자를 곁들여 먹는 메뉴로 올려놨다. 두껍게 지져나오는 고기완자와 냉면을 곁들여 먹으면 서로의 아쉬움을 채우는 완벽한 맛이 난다.

양평은 서울에서 경의중앙선 전철이 30분 간격으로 다니고 있다. 주말에는 자동차로 막히는 6번 국도를 타는 것보다 전철이 훨씬 빠르다. 아신역이나 양평역에서 내려 6번 버스로 갈아타면 옥천면 소재지로 향할 수 있다. 한 그릇 '완냉' 한 뒤, 주변의 세미원이나 두물머리, 양평곤충박물관을 찾으면 복날 땀도 빼고 '인생샷'도 건지는 훌륭한 근교 투어가 되지 않을까.

[열] 장어가 '풍덩'... 각양각색 장어탕
 

뻑뻑하게 고아낸 장어가 들어간 여수 장어탕. 초심자에게는 조금 무리인 조리법이지만, 적응하면 살이 다 녹아있는 녹진함을 즐기게 된다. ⓒ 박장식


전남 여수 하면 떠오르는 음식들이 참 많다. 게장도 있고 갓김치도 있고 '하모 유비끼'라고 불리는 갯장어 샤브샤브도 있지만, 여수 사람들이 더 많이 즐기는 음식은 따로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취급하는 집이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여수 바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각양각색의 장어탕 얘기다. 

여수 시내에는 개성 있는 장어탕을 파는 집이 곳곳에 있다. 보통 장어탕 하면 생각나는 형태와 같이 장어를 갈아서 끓이거나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푹 고아내는 집이 있는가 하면, 매운탕을 끓여내듯 갖은 양념과 함께 통장어로 내놓는 집도 있다. 그 정도로 집집마다 내오는 모습이 다르다. 

통장어탕도 숭덩숭덩 잘려서 들어가는 방식이 있고, 통째로 끓여내는 방식이 있다. 입에 들어가자마자 살살 녹는 장어의 맛을 즐기고, 얼큰하게 남도식으로 끓여낸 국물을 함께 즐기면 오래 전 마신 술의 잔취까지 싹 날리는 기분이다. 그렇게 기분이 돌아 소주 한 병, 그 중에서도 이 지역에서 더 자주 만나는 '잎새주'까지 시키게 된다.

보통 중부 지역에서 먹는다고 알려진, 장어의 형태를 찾아보기 힘든 장어탕도 시내 곳곳에서 판다. 맑은 탕으로 내오는 집도 있고, 뻑뻑하게 양념까지 넣어 용암이 끓는 듯한 집도 있다. 입이 델 듯한 뜨거움에도 호호 불어 장어의 맛을 느끼면 더위를 '뜨거움'으로 정면 돌파하는 느낌이 난다.

여수는 KTX, 버스 그리고 자동차를 타고도 쉽게 갈 수 있다. 초심자에게는 관광객들이 주로 가는 식당이 좋지만, 장어를 '없어서 못 먹을 정도로' 좋아한다면 관광객이 적은 동네의 식당에 가보는 걸 추천한다. 1박 2일로 여수를 찾아 첫날에는 술을 마시고, 복날에는 장어탕으로 해장 겸 몸보신을 하면 완벽한 '술꾼의 여행'이 되지 않을까.

[냉] 이름은 '소바'인데 참 한국적인 의령소바
 

의령군의 대표적인 음식, 의령소바의 모습. ⓒ 박장식


경상남도 의령군에는 명물로 불리는 면 요리가 있다. 메밀면에 멸치와 소고기를 고아낸 육수를 붓고, 갖은 고명과 쇠고기 장조림을 찢어 올린 국수 말이다. 겨울에는 따뜻한 육수를 부어 따뜻하게, 여름에는 양념장을 치거나 찬 육수를 부어 시원하게 먹는 사계절 음식이다.

이 국수의 이름은 특이하게도 '의령소바'다. '일제강점기 의령에 살던 일본인이 먹던 모밀을 재해석한 것이다', '일본에서 소바를 팔았던 의령 사람이 고향으로 돌아와 만든 요리다' 등등... 어원과 유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일본의 메밀국수를 한국, 그 중에서도 영남에 맞게 재해석했다는 말만큼은 모두가 동의한다.

여름에 차갑게 먹는 의령소바는 메밀과 고기 육수를 쓴다는 점에서 냉면을 닮았지만, 맛이 가벼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선 냉국수와 닮았다. 바로 아랫동네인 진주에서 내는 진주냉면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고기 고명을 편육이 아닌 것으로 올린다는 점이 그렇다. 갈피를 잡기 어려운 특이한 음식이지만 맛만큼은 시원하고 정겹다.

지금도 의령전통시장 주변에는 소바를 내는 집이 많다. 재미있는 점은 '메밀짜장'이나 '쇠고기국밥'을 같이 내오는 집도 적지 않다는 것. 입맛에 맞게 비빔소바와 냉소바를 골라 말아먹으며 더위를 식힌 뒤, 주변 떡집에서 망개떡을 사먹으면 의령을 대표하는 두 음식을 식사와 후식으로 한 번에 즐길 수도 있다.

의령은 읍내를 돌아보기에 좋은 곳이다. 공룡이 돌아다니던 1억 년 전의 빗방울이 화석으로 굳은 빗방울자국 화석도 있고, '홍의장군' 곽재우의 혼이 서린 충익사와 의병박물관을 둘러보면 역사 여행도 가능하다. 소바로도 더위가 가시지 않는다면 '차가운 비가 만들었다'는' 찰비계곡을 찾아 시원하게 물놀이를 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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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도 쓰고, 스포츠와 여행까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러면서도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그리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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