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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 두 달, 여유가 생겼다... 그러나 안심은 이르다

[코로나19 학교 방역기9 ] 방역 담당자로서 고민이 커지는 이유

등록 2020.07.22 15:53수정 2020.07.2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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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중학교 2학년·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한 3차 등교개학일인 지난 6월 3일 오전 서울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비가 쏟아지는 그래서 더 어수선한 상황에도 나름 여유 있게 등교 지도를 하는데 같이 지도하는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 19가 없었으면 이맘때쯤 방학이었을 텐데... 그래도 뭔 일이 없어 다행이야."
 "그러게요. 등교한 지 두 달 가까이 지나는 동안 아무 일이 없었네요."    


한참 된 것 같았는데 두 달 밖에는 지나지 않은 것에 깜짝 놀랐다. 돌이켜보면 그땐 등교하는 것이 맞나 틀리나부터 해서 발열 체크, 방역, 수업 진행 등 모든 게 그야말로 문제였다.  

얼떨결에 학교 방역담당자가 돼 "왜 하필 나야?" 했지만, 팔자거니 생각해서 그렇게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 해야 한다는 책임감 그리고 아무리 해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함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그러니 완벽한 방역 시스템을 구축하여 등교 수업이 불만, 걱정인 선생님을 안심시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저 여기저기 다니며 같이 불안해했다. 오히려 불안을 조장하기도 했던 것 같다.     

학교의 지원을 기다리다 지쳐 개인적으로 청소 전문 업체에서 사용하는 기계를 빌려와 교실 바닥을 혼자 청소하시는 선생님들,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이들에게, 매일 같이 늦잠 자느라 아무리 전화를 해도 깨지 않는 아이들에게, 수도 없이 같은 말을 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수많은 조사와 생활 수칙 교육, 등교 안내 등을 하느라 목이 쉬어 버린 선생님들, 원격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을 어르고 달래다 지쳐 한숨 쉬는 선생님들 모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지만 이런다고 괜찮을까 하는 불안에서 오는 무력감은 어쩌지 못했던 것 같다. 또 자신이 걸려서 가족이나 학교에 피해를 주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떨치지 못했다. 이런 선생님들에게 방역담당자인 난 전혀 도움이 돼주지 못했다.    

 등교가 다가올수록 불안은 커져만 갔다. 교육청이나 교육부에서 방역 규정이나 지침 등이 슬그머니 가이드로 바뀌어 내려올 때 지역마다, 학교마다 환경이나 상황이 다르므로 일률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워서라는 것을 알지만 왠지 책임을 학교에 떠넘기는 것 같은 의심도 했다. 그래도 1주일 먼저 등교한 고등학교에서 별문제 없이 진행되는 것을 보며 조금은 불안감을 덜었고, 고등학교의 준비 상태와 발생 문제와 해결책에 대해 벤치마킹을 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등교 시 열체크, 조기 등교 학생 지도, 의심 증상자나 확진자 발생 시 대처 방법, 교실 소독, 급식 지도 등에 대해 회의를 하고 연수를 하고 연습을 했다. 또 선생님들에게 우리가 아무리 해도 막을 수 없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마스크 쓰기, 신체 접촉하지 않기, 손 자주 씻기, 거리 유지하기 등을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말씀드렸다.    

등교 시작 두 달이 다 되어 가는 지금 선생님들의 불안과 무력감은 많이 줄었다. 처음이라는 것, 통제할 수 없다는 것, 내가 다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 등에서 온 두려움과 무력감 대신 이제는 정부의 방역 능력과 위기에서 더 빛을 내는 국민에 대한 믿음, 실제로 해 보니 괜찮다는 경험 등에서 온 여유가 생겨 상황 대처 능력 좋아진 것 같다.  아이들 역시 감염 걱정으로 한 반에 서너 명씩 등교하지 않거나, 잔뜩 긴장하여 서로를 향해 웃지도 않고, 혹시나 해서 급식도 먹으러 가지 않는 학생들은 이제는 거의 없다. 즐겁지는 않지만 그래도 편안한 모습으로 등교하고 생활한다.    

하지만 최근엔 코로나19에 대한 대비 역시 흐트러진 것 같다. 사실 나부터 긴장이 많이 풀어져서 대비하기보다는 '괜찮아'로 넘기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 아이들 역시 철저하게 썼던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제대로 쓰지 않고 턱에 걸쳐 놓는 이른바 '턱걸이'를 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선생님들이 볼 때마다 똑바로 쓰라고 하지만 그때뿐이고 슬그머니 내리는 아이들이 많다. 또 교실 안에서 그리고 복도에서 신체접촉을 하고 말리는 선생님에게 이 정도도 못하냐고 따지기도 한다.     

 방역담당자로서 요즘 불안이 다시 커져 간다. 선생님들의 여유가 혹시 긴장을 늦추는 결과로 이어질까 걱정된다. 출근하며 들은 라디오 방송에선 가을엔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가 겹쳐 더 큰 위기가 올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그런데 우린 걱정했던 일이 일어나지 않는 날이 계속되니 아예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둔감해진 것 같다. 너무 안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러다 감염되는 거 아닌가? 방학까진 한 달 정도 남았다. 방학까지만이라도 마음을 다시 다 잡고, 더 걱정하고, 더 간섭하고, 더 초조해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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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소재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학교에 다녔던, 또 학교에 근무하며 생각하고 느낀 바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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