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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카페지기의 비판 "수돗물 유충 사태, 인천만의 문제입니까?"

'검단·검암 맘' 카페 운영자 이수진씨 문제제기와 수돗물네트워크 염형철 대표의 설명

등록 2020.07.22 17:07수정 2020.07.22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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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2일 수돗물 유충 발생과 관련해 인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들이 청라배수지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 인천시

 
"우리 지역 좀 그만 띄우세요! 이번 수돗물 유충 사태는 지난해 붉은수돗물 사태와는 다릅니다. 그런데도 수많은 기자분들을 통해 똑같은 질문을 받습니다. '피해보신 분과 인터뷰하게 해주세요', '집회할 계획 없으신가요?', '수돗물 사용하기 힘드시죠?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나갈 건가요?' 우리 동네를 벌레가 우글우글 나오는 지역으로 그만 포장하세요! 본질을 보도해야지 벌레 사진만 보도하기 급급해서야 되겠습니까?"

인천 서구 인터넷 커뮤니티 '너나들이 검단·검암 맘' 카페 운영자인 이수진씨가 지난 21일 올린 글의 일부다. '그만들 좀 합시다! 제대로 좀 하세요!'라는 제목에서도 나타나듯이, 그는 최근 벌어진 '수돗물 유충 사태'와 관련해 언론·정부·지자체·정치권 등에 보내는 장문의 비판 메시지를 쏟아냈다.

이씨는 "우리 지역(인천 서구)은 지난 15일 이후 유충 발견이 현저히 줄었고, 가장 많이 나왔던 직수배관인 빌라지역을 제외하고는 지난해 수돗물 사태 때와는 달리 수돗물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같은) 사실을 말하면 왜 (언론에서는) 실망하고 더 이상 보도에 반영해주지 않느냐"면서 "이번 사태의 본질이 무엇이고, 어떤 방향으로 해결해야 하는지 취재 방향을 제대로 설정해달라"고 당부했다.

인천시에 따르면, 수돗물 유충이 처음 신고된 지난 9일부터 20일 오후 6시까지 접수된 민원 가운데 현장조사를 한 결과, 공촌·부평 수계(정수장) 약 58만5000 가구 가운데 0.031%인 187가구에서 유충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전체 수돗물 유충 관련 민원 717건 가운데 1/4 가량인 187건에서 유충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수진씨 "언론이 벌레 사진 보도하기 급급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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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5일 붉은수돗물 사태와 관련해 박남춘 인천시장이 검암동 다세대주택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 인천시

 
"비단 인천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처럼 21일 현재 인천뿐만 아니라 경기도 화성, 경남 김해·양산·의령, 울산 등의 정수장에서도 수돗물 유충이 발견됐다. 이는 전국적으로 관련 신고 700건이 넘게 접수된 가운데, 환경부가 전국 49개 고도처리정수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와 함께, 환경부는 서울, 부산, 경기도 파주 등에서 신고된 수돗물 유충 민원은 아파트 저수조와 배수구 등이 원인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파주의 경우 국내에서 처음으로 가장 과학적으로 물 관리를 한다는 '스마트워터그리드'라는 최첨단 수도관망이 설치된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돗물 유충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이들 정수장의 공통점은 정수 과정에서 활성탄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고도처리정수장은 일반적인 수도 공정 외에도 오존 소독과 활성탄으로 정화 과정을 추가로 거친다. 활성탄은 물의 냄새나 중금속 등을 걸러주는 역할을 하며 오존 처리와 병행하면 불술문을 100% 제거해주지만, 운영이 미숙해 관리가 소홀하면 해충이 증식돼 지금과 같은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씨와 같은 인천지역 주민의 불만과 지적에 대해 염형철 수돗물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수돗물 유충 사건과 관련해) 인천지역이 언론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건이 있었고, 이번에도 유충이 먼저 발견돼 불가피하게 주목받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 때도 "노후 (수도)관로를 교체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며 시설투자 이전에 관리·운영의 문제점부터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던 염 대표는 이번 사태에서도 "돈을 많이 쓴다고 좋은 수돗물이 나오는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수돗물 사태를 연달아 겪으면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수돗물 기술은 복잡하고 고도화된 게 아니다. 2000년 전 로마 때의 방식을 지금도 쓰고 있다. 정수처리를 고도화하면 일부 장점도 있겠지만, 공정이 복잡해지고 문제가 생길 여지가 많아진다. 200곳이 넘은 정수장 가운데 활성탄 여과지를 쓰는 곳은 49곳밖에 없다.

이보다 더 심각하고 중요한 건 상수원 수질 관리다. 녹조가 떡처럼 된 상수원을 정화하려면 처리기술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고 완벽하게 처리하기도 어렵다. 깨끗한 원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환경 관리에 투자하고, 수돗물 관리는 세계적으로 검증된 일반 표준을 따르면 된다. 고도정수는 특별한 경우에만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염형철 대표 "가장 큰 문제를 안고 있는 곳은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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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2일 수돗물 유충 발생과 관련해 인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들이 청라배수지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 인천시

 
이수진씨는 2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환경부의 지침도 미비하거나 디테일이 없고, 수도사업자인 각 지자체의 수돗물 관리방식이나 대응이 다 제각각"이라면서 "중앙(정부)에서 통일된 방식과 지침을 주고 관리해 전국 어디에서나 같은 품질의 수돗물을 공급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문제제기했다. 이에 대해 염 대표는 "충분히 일리있는 지적"이라며 다음과 같은 의견을 내놨다.

"현재 상수도는 지방 사무로 돼 있다. 이에 지자체별로 관리·운영하는 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광역이나 기초가 따로따로 나뉘어져 있어 (관리 주체가) 160개가 넘는다. 직원이 한 자릿수인 곳도 많다. 수도 관리는 사실 농촌지역이 더 심각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통합관리할 필요가 있다.

각 지역별로 특성에 맞게 관리·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중앙정부 차원의 관리·평가 기준이 있어야 한다. 제일 큰 문제를 안고 있는 곳이 환경부다. 환경부가 지역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고도정수처리도 정부의 지침이 없다. 순환 인사 탓에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도 부족하다보니, 매번 학회나 협회의 입김에 따라 수도 정책이 좌지우지 된다."


두 사람에게 물었다. 인천시민으로서, 수돗물 전문가로서 지자체나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이수진씨는 "정수장에서 가정의 계량기까지는 수도관리 주체인 지자체에서 담당하지만, 계량기 이후 옥내배관은 공동주택이나 개인 가구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그런데 개인들이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잘 모른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이에 대한 교육과 안내를 제대로 해줘야 문제를 줄일텐데 매번 (자기가 담당한 영역에서는) 수도 문제가 없다고만 하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염형철 대표는 "수돗물 사고가 발생하면 시설투자 얘기를 먼저 꺼낸다"면서 "지난해나 올해나 수돗물 사태에서 더 중요한 건 그 시설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사람의 전문성이라는 게 밝혀지지 않았냐"고 반문한다. 그는 "시설투자나 관리 인원의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운영·관리 주체의 처우나 위상을 높이고 전문성을 길러주는 게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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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춘 인천시장이 7월 17일 수돗물 유충 발생과 관련해 서구 청라배수지를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 인천시

#유충수돗물 #인천시 #환경부 #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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